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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르 Sep 26. 2021

교사 자녀는 공부 못 하면 안 되나요? 2

그럴싸한 딸자퇴기 두번째이야기

(긴 글 주의)

1편부터 보고 오면 맥락파악 가능

https://brunch.co.kr/@yahoks/15



우리 딸이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쯤 나는 나의 친구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집에 미국과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교환학생??? 그것이 무엇??

아니 외국인 고등학생이 한국에서 뭘 배우려고?

아니 말은 통하나?


정말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바로 친구 집에 가서 만나보니 정말 백인 여자 아이 두 명이 그 친구 집에서 1년 동안 기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친구 집 인근의 일반고등학교를 다녀며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우와 이런 게 다 있다니...


영어 배우는 걸 매우 좋아하는 나는 너무너무너무 X10000000 해보고 싶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나도 미국에서 온 고등학생 친구를 우리 집에도 들이게 된 것이다.


그 친구와 함께 생활하면서 물론 만족스러운 상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엄청난 추억이 되었다.


어쨌든 나는 이런 교환학생 제도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미성년자 시기에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J1 유학비자를 받아 우리 딸도 미국 공립고등학교로 1년간 유학을 보내보자 계획을 세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딸아이는 미국 공립고등학교로 1년간 유학이 확정되었고, 3개월간 차근차근 준비하여 1학년 기말고사를 보기 직전에(우리 딸의 소원대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혼자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미국공립고등학교 유학 준비 과정의 대략적인 소개는 나의 블로그에 있기에 여기에서는 생략하겠다.

블로그에 가서 글 읽기


보기 좋은 자퇴는 이렇게 진행이 된 것이다.

아이의 성적이 좋지는 않았으나 성심 성의껏 준비하니 기회는 생겼다.


일단, 아이가 원해야 한다. 혼자 미국의 시골마을로 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때 영어에 많이 노출된 환경(영어 몰입 교육기반의 사립초출신, 필리핀 어학연수의 빡센 영어공부 경험, 미국 애니메이션은 거의 매일 보았음)이었기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상대는 미국의 공립고등학교이다. 초등학교 때 가보는 단순한 어학연수의 수준이 아니라 수업을 듣고 따라갈 정도의 영어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은 천운이었다. 내가 더 용기 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집에 와있던 미국인 교환학생인 안드레아의 추천 덕이었다. 우리 딸 정도의 영어면 미국에서 생활하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일러 주었다.


준비한 지 3개월 만에 미국 재단 쪽에서 연락이 왔고, 홈스테이가 정해졌다.

사실 완전히 맘에 들었던 가정은 아니었고, 가서도 맘고생이 좀 있었음은 인정한다.


어쨌든

딸아이는 미국 공립학교로의 유학으로 자연스럽게 자퇴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남편은 어린 딸을 미국에 혼자 보내는 게 웬 말이냐 펄쩍 뛰었지만, 나는 이것보다 더 완벽한 자퇴 계획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밀어붙였다.


딸아이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새벽.

아이의 친구들이 세상에나 마상에나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미리 도착하여 환송을 해주었던 것이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고마웠다.


딸아이는 그렇게 호기롭게 미국 땅에 도착하여 미국 국내선도 혼자 갈아타고 홈스테이까지 무사히 도착하였고, 그곳의 공립고등학교(전교생 2,000여 명)에서 즐겁게 잘 적응할 무렵에 이노무 코로나 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그래서 4개월 만에 긴급으로 비행기표를 어렵게 구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너무 아쉬웠으나 다시 그곳으로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국에서 한두 달 딩가딩가 놀더니 아이는 갑자기 검정고시를 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 달 동안 집중하여 공부해서 꽤 좋은 점수로 합격하였고, 지금은 학점은행제인 학교를 1학년으로 다니고 있다.


우리 딸은 억지로 공부시킬 수 없는 아이였다.

연예인에 빠져있었고, 학교에서도 노는 것만 잘하던 아이였다.


나는 아이와의 관계를 포기하기 싫어 아이가 하는 것을 다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콘서트로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이런 생활에 빠져있는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픽업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신나게 노는 것에 몰입해봐라. 그래 그거라도 빠져서 해보아라. 내가 유일하게 외운 주문이었다.


나는 아이의 관심사를 늘 체크했고, 관련된 활동이나 진로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하고 싶다는 진로가 생기면 다 해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기회를 잡아 미국에도 잠시나마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학점은행제로 대학과정 1학년을 다니고 있지만, 딸아이는 또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정말 어마 어머 한 꿈이라 지금 공개하긴 어렵지만 나는 우리 딸이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 하는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겼지만, 나는 지금 하던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다른 공부를 시도할 기회는 얼마든지 열어줄 것이다.


딸아이의 친구들은 지금 고3이다.

우리 딸도 다른 친구들처럼 수능이 보고 싶다고 하여 준비 중이다. 딱히 대학이 목표는 아니고 영어 만점이 목표이다.


다양하게 도전하는 딸아이가 자랑스럽다.


나는 스스로 경험해봐야 움직이는 딸아이의 성향을 비교적 일찍 파악하여 내 뜻을 강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갤럽 강점검사를 통하여 알게 된 것이지만, 딸아이는 행동테마가 2위인 아이이다. 주도력테마도 4위나 되기 때문에 자기 삶을 자기 스스로가 움직여 개척해야 맞는 아이이다.)


이것은 내가 부모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다.


잘못된 길로 가는 아이를 잡아주고 싶은 게 당연한 부모 마음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걸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잘못된 길이라는 기준은 누구의 기준일까. 아이의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갈등은 시작된다.


이렇게 나와 우리 딸은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방법이 아닌 우리만의 재미있는 방법으로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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