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첫 수업 시간, 수강생들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여러분한테도 물어볼게요. 어떤 글을 쓰고 싶습니까? 다음의 빈칸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적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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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적으셨나요? 좋습니다. 많은 수강생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꿈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삶의 위로가 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우여곡절 많았던 내 삶을 알려주는 글을 쓰고 싶다” 등등. 수강생들의 대답이 끝나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이 쓰고 싶은 글은 일기장에만 쓰세요.”
수강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웹툰 스토리를 쓰려고 결심했다면 머릿속의 근본적인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쓰고 싶은 글을 쓰다가는 영영 작가로 데뷔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여러분에게 연락이 옵니다. 네이버, 카카오, 레진코믹스 등등 웹툰이 연재되는 크고 작은 포털사이트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우리 사이트에 연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봅시다. 그들은 왜 여러분에게 연락을 했을까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작가 중에서 왜 여러분에게 연락해 자신의 사이트에 공간을 만들어주고, 원고료까지 주면서 여러 분의 작품을 연재하려 하는 걸까요? 여러 분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기 위해서? 미래 웹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아니면 장차 거장이 될 여러분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투자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사이트에 여러분의 작품을 연재하면 회사에 이익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여러분의 웹툰을 보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하게 만들려는 것이고, 여러 분의 웹툰으로 2차, 3차 콘텐츠를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그런 겁니다.
웹툰은 산업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회사도 여러분께 연락하지 않을 겁니다.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고 싶다면, 내 스토리로 원고료를 받고 싶다면 반드시 명심하세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절대로 쓰지 마라!”
물론, ‘난 누가 보든 안 보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 또는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스토리를 보고 감동을 느낀다면 만족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예외입니다. 그런 분은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시면 됩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에도 개인이 마음대로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올려도 됩니다. 그러나 원고료는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공식적으로 연재하는, 원고료를 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남이 보고 싶은 글을 써야 합니다. 첫째도, 둘째도 남! 독자가 최우선입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글을 좋아할까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남이 보고 싶은 글이 균형을 이루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남이 보고 싶은 글을 써야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일기장에 쓰고 혼자만 봅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꼭 쓰고 싶은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일단 킵(keep)! 저장해두세요. 그리고 먼저 독자가 보고 싶어 하는 스토리로 데뷔를 하는 겁니다. 그 다음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작가로 자리를 잡은 후, 꼭 쓰고 싶었던 스토리를 쓰세요. 그러면 최소한 외면 받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내공이 쌓여서 나도 모르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곧 독자가 보고 싶은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대박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은 아닙니다. 데뷔를 준비한다면, 아직 작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우선 독자를 위한 글을 씁시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의 글쓰기 제1원칙은 [남이 보고 싶은 글을 쓰자]입니다. 수강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딱 하나만 알려줄 수 있다면 역시 [남이 보고 싶은 글을 써라]입니다. 명심 또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여기서 밸런스 게임!
1. 내가 쓰고 싶은 스토리를 썼더니 10명의 독자가 좋아한다.
vs
2. 나는 별로 흥미를 못 느끼는 스토리를 썼는데 100명의 독자가 좋아한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걸 고르시겠습니까? 만약 1번을 선택하셨다면 마음을 가다듬고 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