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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영 Sep 14. 2023

웹툰용 글쓰기는 따로 있다

“맙소사! 저게 만화야? 드라마야?”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장면에서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게 만화야? 드라마야?”에서 말하는 ‘만화’란 무엇일까요? 만화와 드라마는 무엇이 다르기에 저런 말을 하는 걸까요? 혹시 여러분은 그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보신적 있습니까?       


    잠깐 퀴즈 하나 내볼게요. 여러분 다큐멘터리(Documentary)가 뭔지 알고 계시죠? 다큐멘터리는 실제 상황이나 사건을 사실 그대로 담은 영상이나 기록을 말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겨울, 호수, 철새]를 소재로 다큐멘터리 스토리를 써보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다큐멘터리를 스토리로 쓴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수업을 위해 일단 한 번 생각해보고 아래의 빈칸에 간단히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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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수업시간에 같은 퀴즈를 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내용으로 답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 철새가 호수에 와서 물을 마신다. (또는 쉬었다 간다)]      


    맞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실제 상황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쓰는 겁니다. 아마 여러분이 쓴 것도 학생들의 답변과 크게 차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다시 질문을 드릴게요. 이번엔 [겨울, 호수, 철새]를 소재로 영화 스토리를 쓰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래의 빈 칸에 한 번 써보세요. 시험 보는 게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휘갈겨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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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은 퀴즈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얼어붙은 겨울 호수에 철새가 와서 스케이트를 탄다. 

2. 이름이 ‘호수’라는 사람과 ‘겨울’이라는 사람이 ‘철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3. 어느 날, 평화롭던 겨울 호수에 철새 시체가 떠오르고, 그걸 본 다른 철새가 범인을 찾아 나선다.      


    재미있는 답변들입니다. 철새가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의인화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다큐멘터리를 써보라고 했을 때와 영화를 써보라고 했을 때의 차이점입니다. 다큐멘터리를 쓸 때와는 다르게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간 게 보이시나요? 여러분은 어떻게 쓰셨나요? 다큐멘터리는 보이는 그대로를 썼다면, 영화 스토리는 자신의 상상력이 반영되었을 것입니다. 좋습니다. 지금의 그 느낌을 잘 기억해주세요. 

     

    자! 그럼 이제 마지막 스테이지입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 스토리를 썼으니 이번엔 [호수, 겨울, 철새]로 웹툰 스토리를 써보세요. 

    이런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잠시 생각하는 얼굴이 됩니다. 영화 스토리랑 만화 스토리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며 질문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좋아요!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합니다. 그걸 설명하려고 제가 지금 이러는 겁니다. 자 그럼 답해볼까요? 아래의 빈칸에 [호수, 겨울, 철새]로 웹툰 스토리를 써보세요. 오래 생각하지 마시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적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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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하셨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단지 제가 준비한 예시만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건 여러분이 한 번 생각해보고 써보는 겁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는 겁니다.     

 

     제가 [호수, 겨울, 철새]로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웹툰 스토리를 쓰라고 했을 때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각각 다른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셋에 차이를 두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까 고민을 했을 겁니다. 저는 [호수, 겨울, 철새]를 가지고 이런 스토리를 썼습니다.     


⦁다큐멘터리 : 

겨울 호수에 철새들이 와서 쉬다가 다음 날 아침 날아간다.      


⦁영화 : 

겨울 호수에 철새들이 와서 쉬다가 다음 날 아침 날아가려고 했는데...

간밤에 호수가 얼어서 철새들의 다리가 호수에 얼어붙었다! 

꼼짝 못하고 낑낑대며 날개를 파닥거리는 철새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엔딩.       


⦁웹툰 : 

겨울 호수에 철새들이 와서 쉬다가 다음 날 아침 날아가려고 했는데...

간밤에 호수가 얼어서 철새들의 다리가 호수에 얼어붙었다! 

꼼짝 못하고 낑낑대며 날개를 파닥거리는 철새들!

이때. 대장 철새가 크게 소리친다. 

“얘들아! 그냥 가자!!”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해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는 철새들!! 

그러자 꽁꽁 얼은 호수가 철새들의 다리에 붙은 채로 뽑혀 올라간다!!

커다란 얼음 덩어리 호수를 다리에 달고 하늘 멀리 날아가는 철새들.    

  

    어때요? 만화 같지 않나요? 이게 바로 ‘만화적 글쓰기’입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쓰는 글. 만화, 웹툰이라서 가능한 글쓰기. 하지만 요즘 웹툰 스토리를 쓰는 분들은 만화적 상상력이 굉장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웹툰 스토리를 쓰려는 사람이 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다큐멘터리의 범위 까지만 상상하고 더 이상 확장시키지 못 합니다. 만화스토리인데도 리얼리티와 개연성에 집착한 스토리를 씁니다. 현실에 너무 갇혀있습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장르에 맞게, 쓰고 싶은 스토리에 맞게 상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만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상태에서 그걸 조절해 현실에 반영하는 것과 처음부터 만화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지금부터라도 무엇이든 과장되게 상상해봅시다. 만화처럼 생각해봅시다. 확 늘어난 상상력을 축소하는 건 쉽지만, 제한된 상상력의 벽을 깨고 범위를 확장하는 건 어렵습니다. 무엇이든 과장되게 상상하는 연습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확장해 봅시다. 그리고 만화적 상상력이 반영된 웹툰 스토리를 써봅시다. 그러면 여러분의 스토리는 다른 스토리에 비해 훨씬 독창성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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