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웹툰 스토리를 공부하는 게 힘들어서 수업을 신청합니다.”
“혼자 웹툰 공모전을 준비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수업을 신청합니다.”
제 수업을 듣기 위해 학생들이 제출하는 수강신청서에는 항상 이런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시중에 수백 권의 작법서가 있고, 그중에 좋은 책도 굉장히 많은데 왜 혼자 공부하기 힘든 걸까요? 답은 두 가지. 의외로 간단합니다.
독학이 힘든 첫 번째 이유는 ‘욕심이 많아서’입니다. 욕심이 많으면 독학이 어렵습니다. 잉? 나는 욕심 같은 거 없는 사람인데 무슨 소리냐고요?
“스토리 쓰는 법에 대한 책은 많이 읽었지만 아직도 잘 못 쓰겠어요. 어떡하죠?”
수업을 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전 묻습니다. 몇 권이나 읽으셨습니까? 그러면 보통 두세 권, 많게는 대여섯 권을 읽어봤다고 대답합니다. 생각해봅시다. 대여섯 권의 책을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그럼 열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쉽게 작가가 되고, 스무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최고의 작가가 되는 건가요?
욕심내지 맙시다. 작법서 몇 권 읽고 스토리 잘 쓰겠다는 욕심을 버립시다.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읽은 책 또 읽으면서 깊게 연구한 후에 스토리에 대한 욕심을 가집시다. 라고 말하면 꼭 이렇게 묻는 분이 계십니다.
“억울하다! 난 정말 수십 권의 작법서를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글을 못 쓰겠다. 왜 그런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독학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제가 예전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맨 처음 한 일은 학교 도서관에 있는 작법서를 모두 읽는 것이었습니다. 대략 4~50권정도 됐던 것 같네요. 도서관에 있는 작법서를 다 읽고 정리노트까지 만들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많이 공부했는데 왜 제자리였을까요?
답은 ‘안 써서’입니다. 스토리를 쓰려고 하는 사람이 책만 읽어서 뭐합니까? 일단 뭐라도 써야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많이 그려봐야 하는 것처럼, 스토리를 잘 쓰려면 많이 써봐야 합니다. 수백 권의 책을 읽었어도 써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작법서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써라!”
거의 모든 책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단 쓰고, 생각하고, 고치고를 반복해야 글 실력이 좋아집니다.
“저는 책도 많이 읽고 스토리도 몇 편 써봤는데도 잘 안 써지던데요?”
작가의 입장에서 저런 소리를 들으면 답답합니다. 스토리를 얼마나 써보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요? 몇 억씩 원고료를 받는 작가들도 글은 잘 안 써집니다. 하지만 수십, 수백 번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스토리를 완성시킵니다. 조금 노력해서 큰 결과를 얻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욕심내지 마세요.
그리고 하나 더! 글을 썼다는 건, 시작과 끝이 있는 스토리를 썼을 때를 말합니다. 처음에 조금 쓰다가 말고, 2화, 3화까지 쓰다가 관두고 하는 것은 백 편을 써도 카운팅하면 안 됩니다. 뚜렷한 결말이 없는 스토리는 안 쓴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한 편 쓴 걸로 치면 안 됩니다.
엉망진창이어도 엔딩이 있는 글. 열린 결말처럼 모호하게 끝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끝이 있는 스토리.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 등장인물들을 다 죽일지라도 명확한 엔딩이 있는 스토리를 썼을 때가 진짜 글 한 편 쓴 것입니다. 쓰다 말고 쓰다 말고 하는 건 백 번을 반복해도 실력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스토리 쓰기 실력이 반드시 좋아지는 특급 비법 하나 알려드릴까요? 먼저, 스토리 한 편을 써보세요. 물론 명확한 결말이 있는 글이어야 합니다. 단편보다는 장편을 쓰는 게 훨씬 더 공부가 됩니다. 그 후에 작법서를 읽어보세요. 문제집 풀고 답을 맞춰보듯이 내가 쓴 스토리와 작법서의 내용을 맞춰보세요. 작법서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으면 내 스토리는 그렇게 되어 있나 확인해보고, 작법서의 내용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수정해보세요. 작법서를 보면서 내 스토리를 A/S하는 겁니다. 스토리 먼저 쓰고, 작법서를 보고 확인한 후, 다시 스토리를 고치기.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독학만으로도 글쓰기 실력이 팍팍 늡니다. 자신 있게 약속할 수 있습니다.
이제 비법을 알려드렸으니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건 식은 죽 먹기입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 글을 써봐야겠다 마음먹은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 그 다짐은 까맣게 잊힐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잠깐 휴대폰만 확인하고 글을 써야지 했지만,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그 마음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엔 꼭 써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오늘 하루가 지나갈 것입니다. 십 년이 넘게 스토리텔링 수업을 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이 그러는 것을 봤고, 저 역시 예전에 그랬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써야겠다는 마음이 사라지기 전, 배운 걸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책이 곧 여러분의 웹툰 스토리 노트가 되는 것입니다. 책에서 말씀드린 내용과 제시하는 문제들을 준비된 공간에 쓰다보면, 책을 다 읽을 쯤에는 자신만의 스토리 한 편과 시놉시스가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따라와 주세요. 우린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