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폴라리스 '아이가 미술을 만나면' 中
다양한 표현 기법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며 독창적인 작품을 표현할 밑거름이 된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그려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미술 기법에 대해 알아보자.
에디터 윤경민 포토그래퍼 강봉형
데칼코마니
어릴 때 한 번쯤 종이의 한쪽 면에 물감을 짠 뒤 종이를 반으로 접고 문질러 좌우가 대칭인 신기한 무늬를 만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종이에 일정한 무늬를 찍은 뒤 다른 표면에 옮기는 기법을 ‘데칼코마니’라고 한다. 아이들과 가장 많이 하는 데칼코마니 미술 활동은 ‘나비 만들기’다. 먼저 종이를 반으로 접은 후 펼쳐 중앙 선을 만든다. 중앙 선을 기준으로 반쪽에만 나비를 그린 후 그 위에 원하는 대로 물감을 짠다. 다시 종이를 반으로 접어 물감이 퍼질 수 있도록 손으로 꾹꾹 누른 뒤 종이를 펴면 좌우가 대칭인 화려한 나비가 나타난다. 데칼코마니 기법을 응용해 종이도 오려보자. 종이를 반으로 접은 다음 한쪽에만 그림을 그린 후 그대로 오리면 좌우가 대칭인 종이 인형을 만들 수 있다.
프로타주
‘프로타주’는 울퉁불퉁한 질감이 있는 표면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이나 목탄, 크레파스, 파스텔 등으로 문질러 종이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아이들과 산책을 하면서 주운 나뭇잎으로 프로타주를 이용한 멋진 미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나뭇잎 위에 얇은 종이를 올리고 다양한 색의 색연필을 이용해 문지르면 저마다 크기와 무늬가 다른 나뭇잎을 만들 수 있다. 프로타주 기법으로 표현한 나뭇잎을 모양대로 오린 후 나무 그림 위에 올려 나무를 완성해보거나 나뭇잎 왕관 등을 만들어보자.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골판지, 동전, 나무판 등을 활용해 종이 위에 무늬를 만든 후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을 그린 후 바탕이나 밑그림 안을 프로타주를 이용해 채색하는 것도 좋다.
모노타이프
판화의 한 종류인 ‘모노타이프’는 유리나 금속 등 평평한 판 위에 잉크나 유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후 잉크가 마르기 전에 종이를 덮어 찍어내는 기법이다. 그래서 일반 판화 기법과 달리 모노타이프를 이용한 작품은 단 한 장밖에 얻을 수 없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모노타이프 기법을 활용할 때는 유리나 금속보다 구하기 쉽고 안전한 OHP필름이나 아크릴판을 이용하자. 종이에 찍힌 그림의 좌우가 바뀐다는 특징을 아이에게 미리 설명해주면 아이가 더 흥미를 가질 수 있다. 붓에 물감을 묻혀 판 위에 그림을 그려도 되지만, 판 위에 물감을 뿌리고 평평한 막대기로 물감을 펼친 후 붓·손가락·면봉 등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린 다음 종이를 덮어 찍어내도 좋다. 붓 자국이나 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모노타이프의 매력이니 꼭 작품을 완성한 후 이를 감상해보자.
반발성 기법
크레파스나 양초로 그림을 그린 후 물감으로 배경을 칠하면 밑그림에는 물감이 스며들지 않아 그림을 제외한 부분에만 물감이 묻는다. 물과 지방이 섞이지 않는 반발성을 응용한 이 기법을 ‘반발성 기법’이라 한다. 아이와 함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부모가 하얀 종이 위에 흰색 크레파스나 양초로 그림을 그린 후 아이에게 물감으로 색칠해볼 시간을 주자. 아이들은 붓이 지나갈 때마다 보이지 않던 그림이 마술처럼 나타나는 모습에 반해 금세 반발성 기법에 빠져들 것이다. 또는 함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 후 검은색 물감으로 그림을 지워보자고 해보자. 물감으로 칠해도 그림이 지워지지 않는 신기한 상황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칼로 크레파스를 깎아서 종이 위에 뿌린 다음 얇은 종이를 덮어 다리미를 녹인 후 물감으로 색칠하면 별이 쏟아지는 듯한 같은 환상적인 무늬도 만들 수 있다.
마블링
‘마블링’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기법으로 물 위에 유화물감이나 유성페인트 등을 떨어뜨리고 살짝 저어 표면에 만들어진 무늬를 종이에 찍어내는 것을 말한다. 마블링은 ‘대리석의 무늬를 닮았다’ 하여 ‘marble(대리석)’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블링은 계획하거나 의도해서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고 우연히 만들어진 무늬를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매우 유용한 미술 기법이다. 마블링 기법으로 새롭게 태어난 종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활용해 또 다른 미술 활동을 하면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마블링 된 종이 뒷면에 그림을 그리고 오린 후 검은색 도화지에 오린 종이들을 붙이면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이 탄생한다. 마블링 된 종이로 종이접기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뿌리기, 떨어뜨리기, 문지르기, 찍어내기
‘콜라주’ ‘크로키’ ‘파피에 콜레’처럼 알쏭달쏭하고 생소한 미술 기법도 많지만 쉽고 간단한 미술 기법도 많다. 그저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종이에 물감을 뿌리거나 떨어뜨리는 것도, 손이나 발로 물감을 문지르고 원하는 모양에 물감을 묻혀 찍어내는 것도 근사한 미술 기법이다. 이런 자유로운 방법은 아이들이 미술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뿌리기, 떨어뜨리기, 문지르기, 찍어내기 등 활동적인 미술 기법으로 미술놀이를 진행할 때는 전지를 벽과 바닥에 붙이거나 타일이 붙어 있는 욕실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분무기에 물감을 푼 물을 넣은 후 뿌리거나, 물감을 충분히 짜낸 후 온몸을 이용해 문지르고 손도장이나 발도장 등을 찍어보자. 온몸으로 미술을 느끼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미술과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Tip 칠하고 그리는 재료들
아이들이 미술놀이를 할 때 기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재료다. 다양한 미술 재료 중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매력적인 채색 재료들을 소개한다.
물감
물이나 기름 등에 개어 색을 칠할 수 있도록 만든 물감은 수채화물감, 아크릴물감, 유화물감 등 종류가 다양하다. 보통 사람들이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것이 수채화물감이며, 기름에 타서 캔버스에 칠하는 것이 유화물감이다. 유화물감은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보관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불편하지만 광택, 무광택의 효과를 줄 수도 있고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준비물이 많이 필요해 물감 놀이가 버거웠다면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에는 물감과 붓, 팔레트가 함께 구성돼 있는 키트 제품이 출시돼 집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아이와 물감으로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뿜는 신기한 야광물감은 아이들과 꼭 한 번 이용해봐야 할 물감 중 하나다.
아크릴물감
수채화나 유화물감에 비해 생소한 아크릴물감. 하지만 아이와 미술놀이를 하다 보면 아크릴물감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아이와 미술놀이를 할 때는 종이가 아닌 물체에 색을 칠해야 할 때가 많은데, 아크릴물감은 종이뿐만 아니라 천, 나무, 유리, 스티로폼 등 어느 곳에나 잘 칠해지며 오래 유지된다. 수채화물감처럼 물에 녹여 사용하지만 수채화물감과 달리 한 번 마르면 다시 물에 녹지 않으니 팔레트에 조금씩 덜어서 사용해야 한다. 마르면 물에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랩이나 포일 등을 팔레트 위에 씌우고 사용하는 게 좋고, 붓에 물감이 굳지 않도록 물에 자주 씻으며 사용하고 활동이 끝나면 바로 씻어 정리해두자.
사인펜
선명한 색감, 세밀한 표현이 가능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채색 재료 중 하나인 사인펜. 뚜껑을 열어놓아도 잘 마르지 않는 사인펜, 손의 힘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두껍게 제작된 사인펜, 창문에 그린 뒤 지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윈도 사인펜, 옷이나 천에 그림을 그리고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사인펜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인펜이 많다.
크레파스
크레파스는 부드러워 힘이 약한 아이들도 잘 칠할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부러지는 단점이 있다. 문지르다 보면 부스러지거나 찌꺼기가 생겨 세밀한 표현보다는 거친 표현을 할 때 많이 사용되지만 부드럽기 때문에 깎아서 알맞은 두께로 표현해 사용할 수도 있다. 보통 물과 친하지 않아 반발성 기법을 활용할 때 많이 사용되는데, 물에 녹는 수성 크레파스도 있다. 수성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을 물을 묻힌 붓으로 문지르면 크레파스가 녹으면서 물감 효과가 나타나 크레파스와 물감의 조화로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드로잉 붓펜
물감, 사인펜, 크레파스, 색연필 등 친근한 재료도 좋지만 좀 더 새로운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붓펜을 사용해보자. 펜보다는 부드럽고 연필보다는 또렷해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힘 조절을 하며 그리면 굵은 선부터 가는 선까지 다채로운 굵기의 선을 표현할 수 있어 그림을 그릴 때 재미가 배가 된다. 힘 조절이 서툰 아이들은 어려울 수 있으니 자주 사용해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