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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Nov 04. 2016

우리 아이 '그림 보는 눈' 길러주기 첫걸음

월간 폴라리스 '아이가 미술을 만나면' 中

어린 시절, 먼지 쌓인 채 거실에 걸려 있던 말라비틀어진 꽃그림이 그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라는 걸 중학교 미술시간이 돼서야 알았다. 짐작하건대 시장에서 그 작품을 벽면 장식용으로 사 들고 온 엄마도 몰랐을 것이다. 아아, 우리는 참으로 예술에 무지했고, 감성에 인색한 시대를 지나왔다. 

글 박재윤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강봉형

흔히 미술 감상이라고 하면 단순한 취미나 여가 활동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즈너의 말처럼 미술 감상(Appreciation)은 문화와 역사, 미적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는 능력으로 미술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영유아기 미술교육이라고 하면 자칫 탐색 및 표현 활동에 치중하기 쉬우나 미술 작품을 보고 즐기며 친숙함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즐기는 감상 활동 또한 영유아 미술교육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어려서부터 감상 활동에 눈뜬 아이들은 미적 감각뿐만 아니라 자기표현에 있어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예술적 경험들이 자기표현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조형적?시각적 의미와 언어를 이해하면서 그것을 실생활에 자연스레 대입하는 사고의 결과물이다. 
심미적 인간으로 성장한 아이들은 예술작품을 넘어 자연과 인간, 물질 본연의 아름다움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또한 예술작품은 그 사회의 문화와 오랜 전통, 관습 그리고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연스레 각 나라의 역사에도 눈을 뜨게 된다. 무엇보다 미술 감상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감정을 정화시켜 왔다. 스마트폰과 자극적인 영상물에 노출돼 자라는 아이들에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미술작품은 ‘비인간화’된 사회에서 ‘인간화’된 감성을 끌어올려준다.
최근 들어 아이들과 함께 미술 전시관을 찾는 가족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작품에 관심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그림을 보여주는 부모들의 모습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이때 아이가 미술 감상에 관심이 없다고 한탄하기 보다는 내 아이에게 맞는 작품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어리다고 해서 취향이 없는 것도 아니며, 발달 단계에 따라 관심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Part 1.  연령별 감상 작품 고르기 

비정서적이나 폭력적인 작품이 아니라면 딱히 제한을 둘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섬세한 극사실적인 작품이나 난해한 작품에는 공감이 어렵고 몰입도가 떨어진다. 또한 발달 상황에 따라 관심을 갖는 부분도 다르기 때문에 각 시기에 맞는 감상 활동을 알고, 제공해주는 것도 부모의 큰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색상, 모양, 촉감을 즐기는 1~3세 

1~3세의 아이들은 자연의 색감과 모양, 촉감에 대한 관심이 크다. 유아용품에 꽃과 나무, 동물 그림이 많은 이유도 그것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연과 사물에서 고유의 색과 모양을 찾고, 다양한 촉감을 즐긴다. 예술에 대한 민감성이 증진되는 시기이며 미술, 음악, 춤과 같은 동작, 뮤지컬 등의 예술작품과 일상, 자연에서의 형태 차이를 자연스레 인지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명확한 색감과 커다란 형태의 단순한 작품이나 자연 형태를 작품화한 전시회들이 적합하다. 기왕이면 아이들 스스로 만져볼 수 있고 체험 활동이 가능한 곳이 좋다.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4~5세

4~5세가 되면 아이들은 좀 더 능동적으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보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되는 시기이며 주로 상상적인 것들에 관심이 크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물과 형태에 대한 추상적인 공포를 갖게 될 수도 있으므로 형태가 일그러진다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너무 강렬한 색감의 작품은 피하도록 한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다양한 그림책이나 동화 속 삽화를 감상하는 것도 훌륭한 활동이 된다. 이때의 경험이 감상력의 기초를 형성하는데, 글을 읽고 들려주는 것만큼이나 그림을 보고 스스로 상상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구체적인 감상도 가능한 6~10세

6~10세까지의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이 가능하며 사물과 자연, 여백의 아름다움이나 상하, 앞뒤 등 공간의 인지가 가능하고 탐색을 즐긴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이 담고 있는 스토리를 인식할 수 있고, 유사점과 차이점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감상의 세계에 눈을 뜨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품 감상 후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보았는지 함께 대화해보는 것도 좋다. 또한 이 시기에는 조형작품에도 관심을 보이므로 좌우, 원근, 여백 등의 공간감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자.

미술 활동이란, 눈에 의한 시각적 경험 및 정신 활동의 일부이며 미술작품을 인식하는 과정은 자연과학의 실험계획처럼 동일한 탐구 과정이다. 
그러므로 미술도 지성의 훈련을 필요로 한다.

교육학자 아이즈너(Elliot W. Eisner, 1933~2014)



Part 2.  내 아이의 감상 취향 존중하기 

처음부터 예민한 감성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아이는 많지 않다. 조용한 전시관보다는 놀이터나 잔디밭에서 뛰어놀기를 더 원하는 것이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미술 감상에 흥미를 느낄 때까지 자연스러운 반복 노출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내 아이의 성향’이다. 

전시회는 지루해요, 활동적인 아이
활동적인 성향의 아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 때문에 미술 전시관의 차분한 분위기를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활달한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주도하며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직접 그리고, 만들고, 촉감을 즐길 수 있는 체험전이 함께 진행되는 전시회가 적합하다. 또한 도심보다는 외곽에 위치해 충분히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미술관 바깥에 확보돼 있는 곳을 추천한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충분히 에너지를 소모한 후 차분히 진정된 마음으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자. 

복잡한 곳은 무서워요, 낯가림이 심한 아이
유난히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 많은 곳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특히 경직된 분위기에선 더욱 위축되고 남의 눈치를 살피는 아이라면, 북적이는 대형 미술관은 피하는 게 좋다. 보통 이러한 전시는 주말이면 매우 혼잡한데 아이 입장에선 키 큰 어른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기만 해 피곤할 따름이다. 감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아이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인사동의 작은 화랑이나 드로잉 센터 등 특정 콘셉트의 전시회를 찾아보도록 하자. 감각이 예민한 아이일수록 감수성 지수도 높은 경우가 많아 환경만 잘 조성해준다면 오히려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이해가 안 돼요, 미술 감상이 낯선 아이
연령대가 너무 낮거나 작품 감상의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의 경우, 당연히 이해도가 떨어진다. 이럴 경우 숙제를 하듯 아이들을 이끌고 미술관을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먼저 부모가 전시회에 대한 사전 공부를 하고 집에서부터 해당 작가의 작품들에 노출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수많은 명화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은 의외로 어른보다 용감해서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범하게 반응하고 유연하게 수용한다. 굳이 작품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번 익숙해진 그림에 대해서는 “집에서 봤던 그림이네?”라고만 해줘도 열렬히 환호하며 반응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흥미만 유발시킨다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


Part 3.  부모도 함께 감상하기 

아이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위해 매주 미술관 나들이를 한다 해도 정작 부모가 미술 감상의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아이는 금방 알아차리고 흥미를 잃는다. 아이에게 미술 감상의 재미를 알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즐기는 부모의 모습이다. 

오디오 가이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작품 정보를 전달하고 싶을 때 딱딱한 오디오 가이드를 그대로 들려주기보다는 부모가 전달자가 되는 것이 좋다. 먼저 오디오 가이드로 작품 정보를 청취한 뒤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적절한 질문으로 아이의 느낌을 끌어내보도록 하자. MT SYSTEM KOREA에서 서비스 중인 ‘가이드온’은 다양한 전시, 미술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품전의 개요와 함께 음성, 텍스트, 이미지의 작품 설명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작가의 대표작들만 이해하고 있어도 좋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설명보다 질문에 귀 기울여주고 이해시켜주려 노력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다. 

재능을 엿보지 마라! 관심이 먼저  

관람을 마친 후 아이가 무엇을 느꼈는지, 어땠는지 등 궁금함이 밀려오겠지만 잠시 숨을 고르는 게 필요하다. 아이는 어른처럼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말하지 않아도 경험은 아이들 내면에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워줄 것이다. 혹 내 아이가 예술에 재능이 있지 않을까, 특별한 천재성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감상을 채근하고 엿보려 한다면 아이는 더욱 입을 다물게 된다. 부모의 의도가 학습이라는 걸 간파하는 순간 흥미는 반감되고 싹트던 예술혼이 숨어버린다. “어땠니?”라는 질문에 “재밌었어요”라고 대답했다면 일단 성공이다. 아이는 정말 재미있었다. 

에티켓은 부모를 보며 배운다

에티켓을 강조하면서 정작 촬영 금지 구역에서 몰래 사진을 찍는다거나 전시된 작품에 손을 대는 사람은 어른들이다. 부모의 관람 예절은 아이의 본보기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전시장 입장 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반입 금지 물품을 체크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카메라와 음료를 포함한 음식물은 반입할 수 없으며, 휴대전화는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둬야 한다. 특별히 복장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넓은 벽면을 구획을 따라 걸으며 감상해야 하므로 신발은 편안한 게 좋다. 아이 신발의 경우 소리가 나거나 불빛이 번쩍이는 것은 피하도록 하자. 아이들이 상황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야단을 치는 행동은 타인의 감상에 방해가 되므로 자리를 피해 지도해야 한다. 



TIP  깊어가는 가을, 예술 나들이 어때요?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과 민화?행복> 
소박하지만 행복을 부르는 화가 장욱진의 작품과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예술이었던 전통 민화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는 주제별로 악귀를 쫓고 좋은 소식을 염원한 ‘호작도’, 무병장수의 ‘장생도’, 풍류와 탈속(脫俗)의 이상향으로서의 ‘산수도’ 그리고 소박한 삶의 태도와 선비적 기품을 닮은 ‘문방도’로 구성되었다. 소박한 우리 조상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아이들과 함께 우리 민화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민화카드 컬러링’ ‘민화 스탬프’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기간  09월 06일~2017년 01월 15일  
장소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문의  031-8082-4245  
관람료  5000원  


- 북서울 꿈의 숲 상상톡톡미술관 기획전 <속닥속닥 아마존 이야기>
아마존 생태의 경이로운 순간들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사진/회화작품 전시회다. 환경 사진으로 다수의 환경상을 수상한 환경 사진 전문 작가 안드레스 우르타도 가르시아를 비롯해 마누엘 아빌레스 프리에또, 빅토르 위고 이라사발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아마존 전통 음식 아레빠 만들기 체험, 내가 만드는 천연 가습기 등 자연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미술관이 숲 속에 위치하고 있어 어린이들이 미술과 함께 자연을 직접 체험하며 마음껏 뛰어놀기도 좋다.

기간  10월 01일~12월 21일  
장소  북서울 꿈의 숲 상상톡톡 미술관 
문의  02-2289-5401  
관람료  전시관람: 3000원, 전시+체험패키지: 7000원(성인, 어린이 동일)








행복을 키우는 영유아 교육라이프 매거진 <폴라리스>는 매월 한가지 주제만 심층적으로 다루되, 확장성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폴라리스>는 앞서가는 부모를 위한 영유아 교육 지침서 역할과 교육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교육 전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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