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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Jan 06. 2017

우리 아이 자존감 솔루션

월간<폴라리스>Vol.180 '안녕, 자존감' 中

일상 속에서 아이가 맞이하는 모든 순간은 자존감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알기에 부모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 아이의 자존감에 대해 부모들이 고민하게 되는 상황들을 모아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에디터 정지혜  포토그래퍼 강봉형  도움말 이보연(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전혜령(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Q

동생 때문에 퇴행 행동을 하는 아이
여섯 살 난 큰아들과 세 살 난 작은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첫아이는 순한 편인데, 작은아들은 유난히 떼를 많이 쓰네요. 형의 장난감을 갖겠다고 고집을 부려 큰아이가 마지못해 양보하고는 뒤돌아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형이니 네가 참아야지”라고 다독였지만 계속 반복되니 이제는 첫째가 스트레스를 받는 게 눈에 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자기도 동생처럼 분유를 먹겠다며 떼를 쓰지 뭐예요. 둘째는 아직 어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첫째 아이가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낄까요?


A

첫째 아이가 보이는 전형적인 퇴행 행동은 ‘역시 어려야 사랑 받는구나’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동생이 생긴 어린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용변을 잘 가렸던 아이가 갑자기 오줌을 싸는 등 퇴행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답니다. 어린아이들은 성인과는 인지 능력이나 판단력이 전혀 달라서, 부모들이 보기에 엉뚱한 결론을 내고 행동에 옮길 때가 많거든요.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아이들을 공정하게 대해야 합니다. 형의 물건을 동생이 갖고 싶어서 막무가내로 달라고 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죠. “안 돼, 이건 형아 장난감이야”라고 정확하게 말한 다음 동생에게 다른 장난감을 주어 화제를 전환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둘째 아이가 우는 잠깐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첫째 아이에게 참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아이는 ‘나는 동생보다 못한 존재, 늘 참아야 하는 존재’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의 자존감도 큰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_이보연(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Q
단체 생활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진 아이

활발했던 여섯 살 난 딸이 유치원만 다녀오면 힘이 빠져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나는 안 똑똑한가 봐”라는 말까지 하는 거예요. 놀라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보니, 만들기나 활동지 등의 유치원 활동을 할 때 또래 친구들보다 뒤처진다고 느껴서 주눅이 든 것 같아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거야” “좀 천천히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줘도 별로 소용이 없네요. 그렇다고 유치원을 안 보낼 수도 없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A

아이가 여섯 살 정도 되면 자신이 수행한 결과를 다른 친구들이랑 비교할 수 있는 나이라고 봅니다. 잘하고 싶고, 인정 욕구가 크기에 좌절감도 큰 시기죠. 그런 아이에게 “괜찮아. 과정이 중요하지”라는 말은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어요.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어야 합니다. “잘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잘 안 돼 속상하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마음을 다독여주세요. 그다음에는 아이에게 ‘연습과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이가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잘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아이가 옛날에 못했지만 지금은 잘하는 것을 예를 들어주세요. “00이 작년에는 옷을 혼자 못 입었는데, 이제는 단추도 제대로 끼우잖아” “엄마도 원래 달걀찜을 못했는데 열심히 연습했더니 이제 잘한단다” 이런 식으로 아이가 좌절하지 않고 자존감을 세울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_전혜령(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Q
제대로 된 교우 관계를 맺지 못하는 아이

네 살 남자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지 3개월이 됐습니다. 똘똘하고 사교성 좋아 잘 지내리라 믿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가 한 친구가 때려도 맞기만 하고 장난감을 빼앗아도 가만히 있는다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노는 걸 몰래 지켜봤는데, 그 친구가 나쁜 말을 해도 웃기만 하고 “저기서 장난감 가져와”하며 심부름을 시키면 하더라고요. 집에서는 자기표현도 잘하고 성격도 밝은 편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이유를 물어봐도 뾰족한 답을 하지 않네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이의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됩니다.

A

말씀하신 내용만으로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결론 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아이들은 거칠지만 공격적인 의도가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또한 한 장면만 보고 아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속상하겠지만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볼 때 절대 채근해서는 안 되고요. 특정한 친구 이외에 다른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이 시기 아이들의 자존감은 굉장히 유동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야 해요. 아이들은 본인이 잘 못하는 활동을 할 때는 풀이 죽었다가도, 잘하는 활동을 하면 금방 기가 살거든요. 부모와 교사는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할 때 자신감을 갖는지 파악하고 독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자존감을 가지면 친구들과의 관계도 얼마든지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습니다.
_이보연(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Q
강압적인 부모가 무서워 거짓말하는 아이

강압적인 남편 때문에 저는 늘 주눅 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남편은 아이들이 옆에 있는데도 제게 욕을 하거나 큰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들에게도 “잘 못 했어? 안 했어?” “이거 누가 그랬어?”와 같은 말을 달고 살고요. 그러다 보니 일곱 살 첫째 딸과 다섯 살 둘째 아들도 아빠를 무서워합니다. 아빠가 질문을 하거나 말을 걸면 내용에 관계없이 두 아이 모두 무조건 “아니요, 제가 안 그랬어요”라고 거짓말을 하고 눈치를 봅니다. 남편을 제지하기에는 저 역시 역부족인데,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요?

A

반드시 남편 분이 상담 등의 방법을 통해 행동을 개선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이혼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고, 과오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인정받아야 합니다. 아빠의 폭력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엄마의 무기력한 모습이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우리는 매우 무기력한 존재야. 그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단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아이들은 점차 공격자인 아빠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는 저런 대접을 받아 마땅해’라는 인식이 아이들의 뇌리에 박히는 거죠. 또한 아이들은 ‘원칙이 있는 체벌’과 ‘부모의 감정에 따른 즉흥적인 처벌’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전자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시킬 수 있지만 후자는 아이의 자존감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_이보연(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Q
아빠가 자신보다 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아이

잡지사의 편집장이며 일곱 살짜리 딸을 둔 아빠입니다. 매일 바쁘게 일하면서도 아이에게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잡지 편집 마감 기간에는 밤늦게 들어갈 수밖에 없어 딸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해요. 얼마 전 아이 생일이었는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과했지만, “아빠는 나보다 일이 더 좋잖아”라고 말하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더군요. ‘저러다 풀리겠지’했지만 이후로도 저와의 대화를 피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요?

A

현실적으로 일하는 아빠들은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날 때 열의를 갖고 아이에게 다가가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요. 데면데면한 아이의 반응에 상처를 받고 이후로는 친근하게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아빠들이 참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딸에게 마음을 담아 다시 제대로 사과하면 어떨까요? “아빠가 우리 딸 생일을 제대로 축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아빠는 일보다 우리 딸이 훨씬 중요해”라고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정기적으로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정해보세요. 중요한 건 오랜 시간 같이 있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동안 얼마나 행복하게 보내는가 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의 말에 진심으로 경청할 때 아이의 자존감도 건강하게 성장할 겁니다. 
_전혜령(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Q
엄마의 우울증으로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

산후우울증이 유난히 심했어요. 원래도 자존감이 낮았던 저는 변해버린 몸과 제가 책임져야 하는 아이의 존재 때문에 더 짓눌리는 기분이었어요. 집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남편은 최대한 육아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제 마음의 근원적인 우울함은 풀리지 않았나 봐요. 때로 네 살 난 아이가 울고 보채면 분노를 억누르느라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남편과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요. 요즘 들어 저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을 걸어도 대꾸도 잘 안 해서 걱정입니다.

A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산후우울증이 육아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분노를 억누르고 대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진짜 사랑하는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정확하게 압니다. ‘나는 소중한 아이야’라는 느낌이 이 시기 아이들의 자존감을 결정짓는데, 그게 전달되지 않으면 아이들의 불안감도 가중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먼저 엄마의 마음속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중요할 듯하네요. 상담 혹은 약물치료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본인이 육아에 대해 너무 완벽하고 높은 기준을 가진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마음을 억지로 누르지 마세요. 아이 때문에 힘들어진 마음은 결국 부메랑처럼 아이에게 되돌아갑니다. 치료받고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 아이와 행복하고 충만한 관계를 맺어가시기 바랍니다. 
_전혜령(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Q
‘좋은 물건=자존감’이라고 착각하는 아이

일곱 살 딸을 둔 엄마입니다. 최근 아이가 유치원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게 유행이라며 반지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나쁜 습관이 들까봐 사주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이 필통에 웬 반지가 들어 있는 걸 봤습니다. 아이를 다그치니 친구가 선물해준 거라고 하더군요. 확인해보니 친구가 손 씻느라 잠깐 반지를 빼놓았을 때 몰래 들고 온 것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모두 반지를 끼고 다니는데 자기만 없으니까 기분이 나빠서 홧김에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는 유독 친구들이 가진 장난감이나 좋은 옷을 부러워하고 갖지 못하면 자존심 상해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뭔가를 사주면 지나치게 주변에 자랑을 하고요. 좋은 물건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자존감은 크게 3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는데요. 자기가치감, 유능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호감입니다. 아이는 지금 자기가치감이 부족한 듯 보여요. ‘나 자체로 가치 있고 괜찮다’는 생각이 없으면 내가 가진 물건, 옷, 혹은 어떤 과제를 수행한 결과에 집착하게 됩니다. 사실 친구의 물건을 몰래 가져온 것은 표면적인 문제고, 어떤 원인 때문에 자기가치감이 낮아졌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아이를 ‘도둑’이라고 몰아세우며 심하게 다그쳐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반지가 정말 갖고 싶었구나. 그런데 친구의 물건을 가져오면 나중에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단다. 왜 그렇게 갖고 싶었니?”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대화가 잘 마무리되었어도 반지를 사주지는 마세요. 자칫 ‘훔치니까 원하는 걸 사주는구나. 다음에도 그래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지가 그렇게 갖고 싶었다면 우리 같이 용돈을 모아서 사볼까?”라고 제안해보는 건 괜찮습니다. 이런 경우는 복합적인 원인이 숨어 있어 부모가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_전혜령(아동청소년상담센터 ‘맑음’)


행복을 키우는 영유아 교육라이프 매거진 <폴라리스>는 매월 한가지 주제만 심층적으로 다루되, 확장성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폴라리스>는 앞서가는 부모를 위한 영유아 교육 지침서 역할과 교육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교육 전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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