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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Jan 25. 2017

가족을 따뜻하게 품는 공간들

월간<폴라리스>Vol.168 '아이의 마음'中

홍대는 비단 젊은이들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부부가 연애 시절 손을 잡고 걸었던 서교동과 합정동 그 길목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가족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홍대에서의 하루. 


에디터 성소영, 윤경민   포토그래퍼 이지예



내 아이의 그림으로 만드는 인형, 포쉐뜨

                                                                                                                                                     

아이의 모든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포쉐뜨는 그 마음을 위한 공간이다. 포쉐뜨를 운영하고 있는 김효선 대표는 조카가 그린 그림으로 인형을 만들어 선물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쉐뜨의 문을 열게 됐다고 한다. 프랑스어로 ‘상상을 담는 주머니’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어른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동심이 인형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물 5층에 위치한 포쉐뜨 공방에 들어서자 말간 햇살이 창가에 놓인 인형들을 비춘다. 제작된 인형을 판매하다가 홍대에 공방을 연 것은 1년 남짓. 합정동에 위치했던 첫 번째 공방을 정리하고 2015년 6월, 현재의 서교동으로 이사했다. 구석구석 김효선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꾸려진 공간이기에 더욱 따뜻한 느낌이다.

이곳에 있는 인형들은 대부분 아이들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다. 코가 빨간 먼지 괴물부터 삐뚤빼뚤한 선으로 완성한 얼굴까지, 모양도 색도 제각각이지만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형들보다 훨씬 감각적이다. 어른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이 집약된 아이들만의 독특한 작품이기 때문. 아이들의 그림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그려진 것이 없다. 엄마의 배 속에 있는 동생, 사랑하는 아빠의 얼굴, 상상 속에 사는 숲 속 요정 등 각각의 스토리가 있어 더 특별하다. 

포쉐뜨 공방의 수업은 크게 한 달 과정(Monthly Class)과 하루 과정인 원데이 클래스(Oneday Class)로 이뤄져 있다. 모든 수업은 사전예약을 통해 상시로 진행된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공방에서 인형을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데, 아이가 패브릭 펜을 이용해 천 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이를 바탕으로 인형을 만드는 것이다. 원하는 색상의 천과 실을 골라 바느질을 하고 솜을 넣어 인형을 완성한다. 패브릭 펜으로 그렸기에 세탁을 해도 그림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 특징. 수업은 평균 2시간 정도로 진행되는데, 형태가 복잡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일 경우 포쉐뜨에서 아이가 고른 천으로 인형을 완성해 집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한 달 과정 클래스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다. 4~6주의 시간 동안 인형 제작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배울 수 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아이가 천에 그린 그림을 오려 인형을 만든다면, 한 달 과정에서는 아이의 그림을 작은 천 조각을 꿰매 표현하는 방식으로 인형을 만든다. 모든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집에 돌아가서도 생활 속에서 인형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우리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직접 만드는 인형은 아이들은 물론 엄마, 아빠에게도 최고의 선물이다. 


                                                                                                                                                      

Info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길 28 예우빌딩 5층 

시간  오전, 오후 중 상시(예약 필수) 

문의  070-8161-8721



밖에서 먹는 건강한 한 끼, 카페슬로비


                                                                                                                                                      

홍대 중심가에 자리한 카페슬로비는 제철 채소 및 유기농 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이다. 김삼중 점장은 슬로비의 가장 중요한 모토가 ‘음식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슬로비의 음식은 모두 느리다. 도시 속에서 천천히, 더 나은 삶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카페슬로비는 청소년 요리대안학교 ‘영셰프스쿨’에서부터 비롯됐다. 영셰프스쿨은 불우한 가정환경 또는 사회에서 돌봄을 받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요리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 2010년 1기 학생들을 모집한 이래, 커뮤니티를 회복하는 식문화 공간의 첫 출발로 2011년 카페슬로비를 오픈했다. 진로를 고민하며 심한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은 카페슬로비에서 요리를 배우고 일을 하면서 음식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는다. 단순한 친환경 밥집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성장해 갈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하는 곳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카페슬로비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뭇결이 살아있는 탁 트인 실내와 함께, 왼편에 위치한 선반 위의 물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언니네 텃밭, 꼬마농부 등 지역 농가에서 판매하는 식재료 등이다. 손님들을 대상으로 판매도 하고, 농가의 사이트에서 재료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문도 부착해 놓았다.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공생하는 식당인 셈이다. 

슬로비의 시그니처 메뉴는 365일 구성이 바뀌는 ‘그때그때 밥상’이다. 현미밥과 함께 매일 아침 가장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국과 반찬을 선보인다.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주말이면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삼중 점장이 추천하는 ‘아이와 함께 먹기에 좋은 메뉴’는 모듬버섯덮밥과 불(끈)고기덮밥이다. 간을 약하게 하고,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안전하고 건강한 재료를 이용해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 이외에도 카레, 된장삼겹살숙주볶음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음식에 사용되는 제철 채소는 인근 농장과 재래시장에서 구한다. 뿐만 아니라 유정란, 유기농 두부, 유기농 현미 등 ‘건강하게 기른 재료’만 사용한다. 고추장, 된장, 천일염 등 양념도 지역의 사회적기업이나 영농조합 등에서 구입하고 있다. 저녁 시간에는 주류도 판매하는데 이 또한 지역의 도가에서 공수한 것. 

카페슬로비에서 아이와 함께 어느 단계 하나 생략하지 않고, 느리지만 정석으로 마련된 음식을 만나보자.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Info

주소  서울시 마포구 홍익로6길 10 5층 

시간  11:00-24:00 (15:00-17:00 Break time), 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02-3143-5525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사려 깊은 공간, 카페 포도씨


                                                                                                                                                     

어른들에게는 쉼이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단조롭고 금방 지루해지는 곳이 바로 카페다. 하지만 카페 포도씨(이하 포도씨)에서라면 이런 걱정은 잠시 잊어도 될 것 같다. 이곳에는 음료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다. 

‘사진’이 콘셉트가 되는 카페답게 문을 열자마자 수십 장의 사진과 인화기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벽면을 장식한 사진들은 모두 손님들이 만든 포토쿠폰이다. 포도씨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로 무료 인화(1회 방문 시 3장)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매장에서 즉석촬영도 가능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기계로 전송해 뽑을 수도 있다. 카페를 이용하는 동시에 추억을 선물 받는 것. 카페에서 사진 인화를 무료로 서비스하게 된 것 또한 그런 연유인데 ‘사진은 곧 남기고 싶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포도씨에 방문하면 하루의 나들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아이와 마주 앉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간단한 편지로 써 보길 권한다. 엽서 형태로 인화된 사진 뒷면에 메시지를 담아 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도록 내부에 작은 우체통을 마련해 두었다. 카페 우체통에 쌓인 엽서들은 매일 아침 우체국으로 전달돼 오래지 않아 아이가 집에서 엽서를 받아 볼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편지를 집에서 엽서로 받아보는 기분은 무척 색다를 것이다. 편지 뒷면에 함께 찍은 사진까지 있으니 그 행복감은 두 배가 된다. 

포도씨에서는 이외에도 카페에서 인화한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거나 나만의 그림이 담긴 컵을 제작할 수 있다. 새하얀 머그컵 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물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도록 즉석에서 컵을 구워준다. 아기의 젖병을 만들 때 사용되는 소재인 트라이탄으로 만들어 환경호르몬에 안전하고 깨지지 않는 텀블러 또한 포도씨의 자랑거리다. 텀블러에 이니셜도 새길 수 있다. 

커피가 주가 되는 여느 카페와 달리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도 많다. 포도씨의 주력 메뉴는 ‘바밤바라떼’ ‘고구마라떼’ ‘허니스트로베리라떼’다. 자몽에이드, 레모네이드에 사용하는 과일청은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생과일주스에도 시럽을 넣지 않아 건강한 단맛을 즐길 수 있다. 2016년 달력, 액자 등 다양한 소품도 구입할 수 있으며 음료를 담을 용기나 텀블러를 가져와서 테이크아웃하면 모든 메뉴가 1000원씩 할인된다.


                                                                                                                                                      

Info

주소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7길 19

시간  평일 09:00-22:00, 주말 10:00-18:00

문의  070-7094-2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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