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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Feb 09. 2017

지은 씨네 행복한 식탁

월간<폴라리스>Vol.170 '식탁을 부탁해'中

                                                                                                                                                     

미국의 베스트셀러 <프랑스 아이처럼>이란 책이 한국에 출간되면서 한동안 프랑스식 아이 키우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프랑스 육아가 정답은 아니지만, 식습관 교육에서만큼은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 프랑스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지은 씨를 만나 그녀가 프랑스에서 보고 배우고, 한국에서 진행 중인 프랑스식 육아에 대해 들어봤다.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유재철



                                                                                                                                                     

아동복 디자이너

프랑스 육아와 만나다 


두 사람은 파리에서 만났다. 파리에서 의상학교를 다니던 지은 씨는 친한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보르도 근처의 휴양지 카프 페레(Cap Ferret)에 있는 친구 부모님 별장으로 놀러 갔다. 그 친구의 남자 친구가 친구 2명을 데리고 왔는데, 그중 한 명이 지금의 남편, 보두앙이었다. 첫인상은 그저 ‘예의 바른 청년’이었지만 그 후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있었고, 언어는 달랐지만 대화가 술술 통했다. 그때부터 급속하게 친해졌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아동복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긴 했지만, 옷이 좋았던 것이지 아이에게 특별히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프랑스 육아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시부모와 시누이 때문이었다. 결혼 전부터 남편 가족과 함께 자주 식사도 하고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프랑스식 육아를 직접 보고 들으며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밥을 먹을 때 아이들이 계속 ‘이거 줘’ ‘이거 해줘’라고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시누이들의 아이들을 보니 어른이 식사하고 있을 때 와서 뭔가를 달라고 하거나 음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어른들의 식사가 길어져도 잘 때가 되면 스스로 방에 들어가 잠을 자고요. 이런 모습들이 너무 신기했어요.”

프랑스에서는 친척이나 친구와의 모임을 겸한 식사 시간은 보통 2시간 이상으로 길어지기 때문에 아이를 먼저 먹이고, 그동안 어른들은 식전주를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그다음 아이들을 조금 놀게 하거나 재우고 어른들은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도 혼자 잘 먹고, 잘 자는 아이들의 모습만 신기했던 것은 아니었다. 기저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던 지은 씨의 눈에는 조카의 기저귀를 척척 가는 남편의 모습도, 아이를 부모에게 맡기고 부부끼리 오붓하게 여행을 떠나는 시누이 부부의 모습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수면교육을 보면서 ‘이건 한국에서도 꼭 해야 돼’라고 마음먹게 됐다고. 

올해 다섯 살이 된 딸 마고와 세 살이 된 아들 레오폴은 잘 시간이 되면 알아서 침대로 간다. 뽀뽀를 해주고 “잘 자, 사랑해” 라고 말하면, 인형을 안고 뒹굴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잠이 든다. 이 덕분에 지은, 보두앙 부부는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혹은 부부를 위해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저희 아이들은 신생아 때부터 각자의 방 침대에서 따로 잤어요. 눕히면 깨서 우는 건 어느 아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믿고 계속하면 어느 순간 잘 자게 되더라고요. 물론 아이가 적응하기 전에는 부모가 아이 방을 들락거리면서 안았다, 눕혔다 해야 하니 데리고 자는 것보다 많이 번거롭죠. 하지만 아이가 자기 공간에 익숙해지고 혼자 자는 습관을 들이면 부모의 생활도 많이 편해져요.”

                                                                                                                                                    

낯선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괜한 참견에 힘들어 하거나 감정이 동요되지는 않는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부부가 아는 최선의 방법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을 뿐이기 떄문이다.


                                                                                                                                                     

한국에서 시작한 

프랑스 육아 


한국으로 들어오자고 한 건 남편이었다. 일 년에 한 번, 한국에 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프랑스로 돌아갈 때마다 공항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우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 남편이 지은 씨에게 한국에 가서 살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2011년 9월, 지은 씨와 남편, 배 속의 아이까지 세 가족은 머나먼 한국 땅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지은 씨에게는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고향 땅이었지만 적응이 쉬운 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떠났다가 결혼을 하고 돌아온 한국은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더구나 집을 계약하고, 출산 준비를 하는 등 대부분의 몫은 지은 씨의 것이었다. 남편 역시 적응 과정이 어려웠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매일 정시 퇴근은 물론이고, 금요일이면 오후 5시에 퇴근을 해서 느긋하게 주말을 즐기던 프랑스 남자는 야근에다 주말 근무까지 해야 하고, 동료와의 관계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숨 가쁘게 시간을 보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여유가 없었지만 때가 되니 마고가 태어났고, 세 가족은 천천히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마음먹었던 대로 프랑스 육아법을 실천하기로 한 지은 씨.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첫 번째 관문은 수유였다.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수유 문화는 극과 극이다. 모유를 신성시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모유보다 분유를 선호한다. 부모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울면 젖부터 물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수유 간격을 분명하게 지킨다. 지은 씨도 지켰다. 아니, 지켜냈다. 

“프랑스는 식사 시간이며 간식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거든요. 그게 수유부터 적용되고요. 시누이들이 수유나 분유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걸 보고 ‘나도 꼭 그렇게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엄마나 의사가 난리가 난 거예요. 수유 간격이 너무 길다는 거죠. 그런데 울 때마다 주고, 자기 전에 주고 하면 아이는 계속 먹어야 하고, 그러면 오히려 배고픔을 몰라 덜 먹지 않을까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이를 낳고, 50일쯤 됐을까. 집에만 있느라 답답해 하는 지은 씨를 보고 남편이 집 앞 백화점에라도 잠깐 나갔다 오자고 했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데 들려오는 목소리, “아이고, 새댁! 이렇게 어린 아이를….” 5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에 갔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이를 물속에서 놀게 해주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간 수영장. 아이를 씻겨 남편에게 안겨주고는 샤워장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핏덩이를 수영장에 데려온 정신없는 아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에 한참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아마 그분들 눈에는 제가 많이 이상해 보였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의 생김새도 다르다보니 어딜 가나 시선을 받는 편인데 그런 행동을 하니까 더 튀어 보이는 거죠. 그러나 어쩌겠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고 해서 안 할 수도 없고….”

낯선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괜한 참견에 힘들어 하거나 감정이 동요되지는 않는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부부가 아는 최선의 방법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식탁은 집 안에서 가장 대화가 많이 이뤄지는 장소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방해 없이 온전히 가족 간의 대화가 오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대화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오롯이 가족이 함께라는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다.


                                                                                                                                                     

평범한 아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식탁 


지은 씨네 첫째 딸 마고는 밝고 웃음이 많다. 감정 표현도 확실할 뿐 아니라 감성적이고 섬세한 면은 아빠를 닮은 것 같다고. 입맛도 까다로운 편이다. 지금은 대부분 잘 먹는 편이지만 이유식을 할 때부터 워낙 적게 먹고, 잘 안 먹으려 해서 작년까지 애를 먹였다.

흔히 프랑스 아이들은 뭐든지 잘 먹고, 식사 예절도 바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은 씨네를 보면 그건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하기 나름인 듯하다.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으면 쫓아다니면서라도 먹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그러나 지은 씨네는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만 주는 것을 택했다. 다 비울 수 없다면, 이것까지는 먹으라고 해서 일단 식사를 제자리에서 끝내게끔 한다. 아이가 식사의 시작과 끝을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만약 밥을 조금 먹고 요플레나 과일 등 디저트를 더 달라고 하면 주지 않는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때부터 꾸준히 설명하고 또 설명해서 그런지 이런 식탁 위의 규칙을 아이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지은 씨네 아이들은 채소도, 생선도 모두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대부분의 프랑스 가정이 그렇듯이 지은 씨네도 식탁 예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엄격하게 가르친다.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다. 상 차릴 때 각자 수저 가져다 놓기, 식사가 끝나면 일어나기 전에 허락 받기, 다 먹은 그릇 가져다 놓기 등 지은 씨네 식탁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이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등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 마, 더러워지잖아”라고 세 번 경고를 했는데도 계속 장난을 치면 방 안으로 퇴장당한다. 자기 방으로 내쫓긴 아이가 가만히 있냐고? 아니, 물론 방은 눈물바다가 된다. 그때 방에 들어가서 “장난치지 않고 먹을 거야?”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먹겠다고 한다. 그렇게 약속을 하면 다시 자리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

엄격한 규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세 살이 된 레오폴은 식사 중반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져 밥을 잘 안 먹는다. 그럴 경우 엄마, 아빠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소한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할 때는 다 안 먹어도 좋으니 맛만 보라고 한다. 맛을 본 후에도 싫다고 하면 더 이상 권하지 않고, 먹어보고 더 달라고 하는 경우는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아이들과 음식을 함께 만든다. 함께 요리를 하면 시간도 더 걸리고 번거롭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든 음식은 더 잘 먹고,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느끼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호하게 얘기하는 것과 화내는 건 다르잖아요. 의자에서 내려가려고 할 때 ‘안 먹을 거야?’라고 아이에게 물으면 ‘그건 아니야’라고 해요. 그러면 다시 앉아서 먹으라고 하지요. 혼내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에요. ‘지금은 밥 먹는 시간이야’ ‘다 함께 앉아 있어야 하는 거야’라고 반복해서 알려주죠.”

무엇보다 지은 씨네 식탁은 집 안에서 가장 대화가 많이 이뤄지는 장소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방해 없이 온전히 가족 간의 대화가 오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대화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오롯이 가족이 함께라는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다. 


                                                                                                                                                    

집안의 결정권자는 

부모  


많은 예비 부모들이 ‘친구 같은 아빠’ ‘잔소리 하지 않는 엄마’ 등 어떤 엄마,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지은, 보두앙 부부도 약속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아이보다 서로가 가장 중요한 엄마, 아빠가 되자’고. 프랑스 육아의 기본 원칙은 ‘가정의 결정권자는 부모’란 것이다. 아이는 분명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지만, 그 아이가 가정 전체를 쥐고 흔들게 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왕처럼 떠받들어 주면 아이는 자제력과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로 자라게 되고,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이기 때문에 무조건 봐주는 경우는 없어요. 이 말은 엄격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준다는 의미도 돼요. 반면 한국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죠.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아이라서 용서가 돼요. 가끔 한국 부모들이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과 아이의 뜻대로 하는 것을 혼돈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부모가 결정권자라는 양육 원칙은 지은 씨네 식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먹고 싶은 음식들이다. 아이가 먹기 좋게 자르거나 으깨주긴 하지만 아이를 위해 따로 요리를 하는 경우는 없다. 만약 닭고기를 준비했는데 먹기 싫다고 한다고 해서 다른 음식을 내오지는 않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이다. 만약 아이가 ‘닭고기가 아닌 생선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지금은 닭고기를 준비했으니 이걸 먹어. 내일 생선을 요리해줄게’라고 이야기한다. 간식도 마찬가지. 아이들이 과자를 먹고 싶다고 하면 사서 간식 시간에 주긴 하지만, 아이들용 과자를 따로 사다 놓지는 않는다. 지은 씨와 남편이 좋아하는 과자를 산다.

“만약 제가 아이들을 위해서 오랜 시간을 걸려 음식을 만들었는데 아이가 잘 안 먹으면 화가 날 거 같아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제가 먹고 싶은 걸 만들고,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외에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예의 바른 아이로 키우기’ 등은 지은, 보두앙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식탁에서도 재료를 가꾼 농부에게, 그 땅과 양분을 준 자연에게, 그 음식을 준비해준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가르친다. 또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주지만 계획 없이 물건을 사거나 선물을 해주는 경우는 없다. 갖고 싶은 게 있다고 조르면 “생일 때 이야기해”라고 하거나 “산타클로스에게 편지 써”라고 이야기한다. 작은 것에서도 감사하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행복의 작은 열쇠라고 믿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닌 

여자들의 모임, 

그리고 치뱅쇼 패밀리 


현재 지은 씨는 프랑스 남편을 둔 또 다른 네 명과 블로그(blog.naver.com/chivinchaud)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 이름은 ‘치뱅쇼’, 부제는 ‘프랑스 남자들과 사는 그녀들의 일상’이다. ‘치뱅쇼’의 뜻은 ‘치킨과 따뜻한 와인’이란 뜻으로, ‘치맥’의 프랑스어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남편들이 프랑스인이다 보니까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또  ‘음식은 뭐 먹어?’ ‘프랑스 남자는 바람둥이라던데?’ 등 늘 받는 비슷한 질문이 있어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프랑스 남자와 사는 얘기를 풀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각자 관심 분야가 다르니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남편들끼리 친한 친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 것이었지만 여자들끼리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꼭 만나고, 밤늦게까지 와인을 마시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금은 남편들끼리보다 더 돈독하다. 엄마들이 있으니  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많겠다고 하자 지은 씨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오히려 빠지지 않는 것이 야한 얘기이며, 여자들이 모이면 하는 보통의 이야기들이 더 많다고.

“저희가 다섯 명이잖아요. 그런데 다섯 손가락이 아니라 그냥 손인 느낌이에요. 프랑스 남편이 있고, 한국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들에게도 느끼지 못한 무언가가 있어요. 말이 잘 통하는 언니들이고, 배울 점도 많아요. 아무튼 재미있어요. 든든하기도 하고요.”

프랑스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모임을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도 아이를 맡겨 놓고 밖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주로 집에서 만난다. 초대한 사람이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각자 한두 가지씩 만들어 와서 나눠 먹는 경우도 반이다. 날씨가 좋으면 주로 밖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지난 밸런타인데이에는 ‘치뱅쇼 패밀리’의 오랜 아지트이기도 한 우경, 기욤 부부 집에서 포틀럭 파티가 열렸다. 그린 샐러드, 데빌드 에그, 연어 애호박 키슈, 코코뱅, 감자 그라탱, 연어 그라브락스 등 정성 가득한 홈메이드 요리들이 식탁 위에 가득 차려지고, 와인과 맥주가 자연스레 오갔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여자 혼자 음식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자가 파이를 구우면 여자가 그 외의 음식을 준비하거나, 혹시 남자가 음식에 소질이 없다면 장을 본다거나 뒷정리를 맡아서 한다. 또 그 집 여자 주인이 음식을 먹기 시작해야 식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식사시간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그래서 지은 씨는 ‘음식은 곁들일 뿐 프랑스식 식사의 진정한 목적은 대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앞으로 지은 씨네가 만들어갈 식탁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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