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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Feb 15. 2017

그곳의 아이들은
어떻게 사회성을 키울까

월간 <폴라리스> Vol.181 '나도 사회인!'

타인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사회화 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교육일 것이다. 해외 각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부터 현지의 육아 문화와 사회성 교육에 관해 들어봤다.


글․사진 서혜정, 안민정, 최향기 에디터 정지혜


○ 일본 - 도쿄


스스로 하는 법을 익히며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요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성숙하기로 소문난 일본의 시민의식은 여기서 비롯된다. 일본 부모들은 아이가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시킨다. 갓난아기 때부터 아기가 울고 보채면 얼른 안고 자리를 피하고,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 전부터 끊임없이 “폐를 끼치지 마라”고 말해준다. 보육원과 방과 후 학원에서는 유아기부터 인사하는 것을 중요하게 교육시키고, 자기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독립심을 가르친다.

참고로 딸이 처음으로 보육원에서 배워 온 일본말은 “빌려줘”였다. 다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쓰고 싶을 때는 그냥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빌려 달라”고 부탁하도록 가르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가르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차례를 기다리고,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독립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은 만 3세 이후에는 ‘스스로 교육’을 시킨다. 아이가 스스로 가방을 메고 등원하고, 자기 서랍에 스스로 준비물을 넣고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등원을 시킬 때 아이 준비물은 혼자서도 신을 수 있는 편한 신발,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단추나 지퍼만 허용된다. 또 보육원에서 소풍을 갈 때는 만 5세 반 아이와 만 3세 반 아이를 그룹 지어 손을 잡고 걸어가게 하는데, 이를 통해 형제가 없는 아이도 형과 누나의 존재, 자기보다 어린 아이에 대한 배려 등을 익힌다. 초등학교에서도 등교 그룹을 만들어 고학년이 저학년 아이들을 인솔하거나 친구끼리 그룹을 지어 학교까지 등교하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아이의 사회성을 고취시키는 교육 시스템으로는 클럽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 아이들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취미에 맞는 클럽에 자유롭게 들어간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연습을 하고, 방과 후에도 늦게까지 연습할 정도로 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며

부모들도 응원하는 분위기다. 한편 일본은 장애 아이에 대한 배려도 세심한 편이다. 딸과 같은 반에 심장 쪽이 약해 여러 번 수술을 받은 친구가 있는데, 입학이 결정된 후에는 선생님들과의 구체적인 면접을 통해 아이의 상황에 대해 파악했다고 들었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를 통해 만들어진 교육 환경은 아이들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안민정 

일본 뉴스 전문 포털 <제이피뉴스>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일본어를 잘하는 중국인 남편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해 레나라는 이름의 예쁜 딸을 낳아 일본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다. 기자 특유의 관찰력과 저널리즘으로 풀어낸 자녀 교육 에세이 <일본 엄마의 힘>을 출간했다.



○ 영국 - 셰필드


나와 다른 남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요

우리는 딸을 영국 셰필드에 위치한 ‘애비데일 코티지 너서리(Abbeydale Cottage Nursery)’라는 이름의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만 0세부터 만 5세까지 다닐 수 있는 이 유치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령별로 반이 나뉜다. 영국 유치원인 ‘너서리(Nursery)’는 시간당 평균 5~7파운드, 한화로 따지자면 시간당 1만 원에 가까운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부모들은 무상교육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가정양육을 하는 편이다. 때문에 지역교회마다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교회마다 매주 하루씩 ‘플레이그룹’이 열리는데,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도록 하고, 노래와 율동도 가르쳐준다. 준비물은 무상으로 제공되며 간식도 준다. 주말에는 아빠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참여하는 플레이그룹도 열려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교제하며 사회화를 이뤄간다고 볼 수 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은 자녀에게 예절 교육을 엄격히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 부모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아마도 “안 돼(Stop)”일 것이다.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할 때부터 “Thank you”와 “Please”를 반복해 말하며 예의를 가르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사회화’에 있어 가장 특기할 만한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영국 미디어에서는 타인의 외모에 대한 농담은 좋은 뜻으로라도 절대 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자녀에 대해서조차 함부로 지적을 하지 않는다. 가족 중에 100kg이 넘는 거구가 있더라도 “살 좀 빼”라며 훈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마인드는 영국의 장애 아동에 대한 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국에도 정신지체아동들을 위한 특별한 학교가 있지만, 장애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으면 대부분 일반 학교로 진학한다.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서 최대한의 배려를 한다. 영국에서는 15년 전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을 위해 학교를 비롯한 모든 공공시설에 휠체어 전용 화장실과 전용 입구를 설치하도록 법을 제정했다. 또한 휠체어를 타는 학생의 경우 수업 간 이동의 편의성을 위해 수업은 무조건 1층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실에 특수조명을 설치해주며,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전용 카펫이나 벽지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어울리는 태도’가 깊게 뿌리 박힌 영국에서, 오늘도 아이들은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한편 영국 부모들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며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칙을 지킨다. 돌 미만의 아기를 키울 경우 반려동물과 아기만 같은 공간에 절대 남겨두지 않으며, 생활하는 주 공간 자체를 따로 분리해준다. 대부분 2~3층 구조의 주택이기 때문에 반려견은 1층 거실이나 주방에서만 지내게 하고, 2층이나 3층 침실이 있는 공간으로 못 오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최향기 

대학에서 관광영어를 전공한 후 인터넷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20대의 끝에서 영국 남자 제임스를 만나 국제결혼에 골인, 로즈와 맥스라는 이름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얻었다. 두 나라의 육아법을 존중해가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저서 <영국 엄마의 힘>에 고스란히 담았다.



○ 중국 - 상하이


다양한 대외 활동으로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요

중국에서 태어난 두 딸을 모두 ‘상하이민항취지에티유치원’이라는 대만계 유치원에 보냈다. 상하이의 유치원은 중국계 로컬 유치원과 대만계 유치원, 한국유치원, 로컬 영어유치원 등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대만계 유치원을 선택한 이유는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배울 수 있고 커리큘럼이나 지도 방식도 비교적 유연해서였다. 중국의 유치원은 0세부터 아기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 개념의 유아원과 만 3세가 되면 다닐 수 있는 유치원으로 나뉜다. 보통 오전 7시에 등원해 오후 4시에 하원를 하는데, 퇴근이 늦은 부모들은 최대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외국인 신분으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건 걱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유치원은 마치 가정과 같은 느낌으로 운영되며 선생님이 아이의 장단점과 건강까지 세세히 파악해줘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졸업까지 담임교사와 반 구성이 바뀌지 않아 아이가 안정감 있는 사회 관계를 익힐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오랜 시간 함께 하다보니, 아이들끼리 서로의 성격이나 가정환경을 자세히 알게 되며 자연히 더욱 배려하고 사회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널리 알려졌다시피 중국은 대부분 한 가정 한 자녀이고,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라 조부모나 아이(Ayi: 집안일을 돌보는 아주머니)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학교에서는 같은 지역에 사는 아이들을 몇 명씩 묶어서 학교 밖에서도 함께 활동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조사한다든지, 같은 지역에 사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위한 벼룩시장에 내놓을 물건을 정하고 의논을 하게 한다든지 하는 활동을 통해서 소통하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포틀럭 파티를 종종 여는데, 상하이에는 워낙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많아 다채로운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반면 ‘소황제(귀하게 자란 외동아이를 일컫는 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만큼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외동아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중국의 학교에서는 열 살이 되는 소학교 3학년 생일이 되면 아이의 생일 파티를 거하게 열어준다. “어리광에서 벗어나 스스로 예의 바르게 잘 생활하는 어린이가 되어야한다”는 축사를 교장선생님이 해주며 제멋대로 행동하던 어린 시절을 끝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다. 여름방학에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글로벌 에티켓’을 배워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최근 아이의 인성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긴 하지만, 다 큰 손자, 손녀의 다리가 아플까봐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로 실어 나르는 조부모들도 많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보니 손주 사랑이 유별난 조부모의 육아 방식과 젊은 부모의 육아 방식이 충돌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혜정 

2004년 중국 생활을 시작해 2007년부터 상하이에 머물고 있으며 매거진의 해외 통신원, 방송 리포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이다. 현재 상하이외국어대학교 출판사의 한국어 성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상하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행 가이드서인 <무작정따라하기>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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