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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Feb 16. 2017

친구야, 같이 놀자

월간 <폴라리스> Vol.181 '나도 사회인!'

                                                                                                                          

아이들은 어울려 놀 공간만 주어지면 어디서든 친구가 된다. 단체 생활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아이들에게 스스로 행동하는 용기와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는 공간들. 

글 성소영  에디터 윤경민  포토그래퍼 강봉형  사진 제공 예크생물원, 양평외갓집체험마을, 플레이스케이프, 원스팜


                                                                                                                            

즐거운 미션 체험
공주드림팜 

충남 공주의 한적한 시골인 요룡리는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마을이다. 아이들이 마을 곳곳을 돌며 미션을 해결하는 독특한 체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 공주 토박이인 양근승 대표가 마을의 발전을 위해 만든 미션 체험학교 ‘공주드림팜’이다. 
공주드림팜은 기존의 농촌 체험마을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인 ‘숲 미션 탐험대’를 운영한다. 양근승 대표가 직접 기획한 체험으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체험 프로그램이다. 1만(약 33,057㎡)여 평의 넓은 대지와 요룡저수지를 따라 오르는 마을의 동산길이 모두 아이들의 체험 무대. 지도에 표시된 장소들을 찾아가 미션을 수행하고, 성공하면 각 포스트(Post) 금고의 비밀번호를 문자로 알려주는데, 금고를 열고 안에 든 스탬프를 지도에 찍으면 성공이다. 가장 먼저 모든 미션을 완료한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이다. 혼자 미션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농원을 찾은 또래 친구들, 가족들이 5~6명씩 한 팀을 이뤄 숲을 탐험하기에 아이들은 더 신이 난다. 
취재 당일에는 인근 어린이집 친구들이 밤묵 만들기와 구석기 체험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다. 공주의 특산물인 밤 가루로 묵을 쑤는 간단한 체험에서도 과정마다 미션을 부여해 흥미와 집중도를 높였다. 묵을 만들어 담을 그릇에 이름을 쓰고, 저울에 밤 가루 무게를 달아 100g을 만들어 물에 타는 과정 등을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미션 클리어!”를 외치는 것. 익숙한 체험도, 팀을 이뤄 해내야 할 ‘미션’이라는 이름을 붙이자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 친구들과 의논하고 협동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묵 만들기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체험관 부지 한편에 마련된 구석기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나뭇가지를 주워 움집을 만들고 마찰열을 이용해 불을 피우며 70만 년 전인 구석기시대로 잠시 돌아가 보았다. 원시인을 연상케 하는 표범 무늬 의상을 입고 가발을 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을 깊숙이까지 퍼져 나갔다. 원시인들이 부싯돌을 활용해 불을 피웠듯이 파이어스틱으로 장작에 불을 피우는 시간.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는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아이들은 동그랗게 모여 어떻게 하면 불을 잘 피울 수 있는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파이어스틱을 직접 마찰시켜보기도 했다. 수십 번의 도전 끝에 불꽃이 튀며 휴지에 불이 붙자 아이들이 함성을 터트린다. 우리가 힘을 합쳐 피운 모닥불을 중간에 두고 둘러앉아 소시지를 구워 먹는 순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소시지를 호호 불며 입에 넣자 추위가 단숨에 달아났다.
마지막 미션은 요룡저수지에 올라 점프샷 찍기. 두 발이 땅에서 모두 떨어져야 성공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오목한 저수지 풍경을 뒤로하고 아이들이 점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점프하는 것은 쉽지만, 팀원 모두가 발을 맞추기는 어려운 법. 손을 꼭 잡고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모든 아이들이 “미션 클리어!”를 외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공주드림팜에서는 마을을 돌며 숲에 숨겨진 유정란 찾기, 닭에게 밥주기, 밤 줍기, 논개소나무를 찾아 사진 찍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양근승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 곳곳에 숨겨진 재미있는 전설과 공주와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다섯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요룡저수지와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 듯 구부러진 모습이 멋진 논개소나무, 여우굴, 호랑이굴 등 마을 명물들이 신비로운 이야기와 어우러져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름밤에는 마을 내 공동묘지로 담력 체험도 떠난다. 
모든 프로그램은 아이의 연령, 인원, 일정, 원하는 콘텐츠에 따라 맞춤형으로 짜여지기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전화로 간단한 사항을 전달하면 양근승 대표가 예약자에게 꼭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해 보내준다. 친구들과 손을 잡고 동산을 오르내리며 미션 체험을 하는 동안, 아이는 타인과 어울리고 협업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게 될 것이다.


                                                                                                                           

협동을 배우고 감성을 키우는 1박 2일
외갓집체험마을

청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는 반딧불이와 다슬기가 많은 아름다운 산촌, 양평 신론리. 이곳에서는 농촌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외갓집체험마을’은 마치 시골 외할머니 댁에 놀러온 듯 친구들과 함께 소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을이다. 당일 체험부터 1박 2일, 2박 3일로 나뉜 다양한 프로그램은 시골 생활을 해보지 못한 도시 아이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계절별로 각기 다른 체험들이 준비돼 있는데 동절기에는 고구마, 밤, 떡 등을 화로에 구워 먹고 모닥불을 피우며 풍등을 날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새총 만들기, 지게 지고 나무 주워 오기, 널뛰기, 연날리기, 눈썰매 타기 등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체험을 신청한 여러 가족들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에 더욱 즐겁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먹서먹했던 첫 만남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 때문. 사실 농촌이야말로 협동심을 배우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 고구마를 먹기 위해 불을 피울 때도, 널을 뛰고 연을 날릴 때도 누군가와 힘을 합쳐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니까. 야외에서 마음껏 뛰놀다 들어와 먹는 시골식 밥상은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일품이다. 그래서 외갓집체험마을의 저녁 식사 시간은 늘 화기애애하다. 
해 질 녘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들과 함께 열기구를 타고 올라 외갓집체험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 또한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다. 날이 추워 마을 하천이 꽁꽁 얼면 얼음낚시를 하고, 얼음 썰매도 타볼 수 있다. 모든 먹을거리와 프로그램에 필요한 준비물, 숙박 등은 외갓집체험마을에서 제공한다. 다만 농촌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보다 체감온도가 낮으므로 목도리, 장갑, 두터운 옷 등은 미리 준비해가는 게 좋다.


                                                                                                                           

아빠가 만든 생태 놀이터 
예크생물원 


<놀이터 생각>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는 ‘손 대지 않은 야생’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라고 말했다. 특별한 놀이기구가 아닌 자연이 만든 흙과 나무, 조약돌과 시냇물만으로도 아이들은 하루 종일 색다른 놀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뛰어놀기란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됐다. 
 ‘예크생물원’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오롯이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자유롭게 교감할 수 있는 생태 놀이터다. ‘아빠가 만든 뒷마당 놀이터’를 슬로건으로 운영하는 이곳은 실제로 삼 남매를 키우는 아빠, 박기혁 대표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놀이기구와 공간들 모두 박기혁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 또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변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박 대표가 늘 부족한 부분을 손보고, 새로운 놀이기구들을 만들어내는 덕분. 거창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정원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쉽게 어울려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만들었기에 예크생물원에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다양한 요소가 가득하다. 넓은 잔디밭과 오솔길, 나무로 만든 미끄럼틀과 오두막집, 레일썰매, 진흙모래놀이터 등. 아이들은 투박하게 자른 나무 위를 올라타고, 모래로 성을 만드는가 하면 함께 진흙과 풀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소꿉놀이를 한다. 때때로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고, 바위에서 점프를 하고, 너른 잔디밭을 내달리다 넘어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러한 놀이야말로 자라날 아이들의 마음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원천이 된다. 
생물원 한편에 자리한 동물농장에서는 당나귀, 양, 미니돼지, 기니피그 등 다양한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가능하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베럴트레인’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체험 중 하나. 이곳에서는 어떤 놀이든 아이들 스스로 행동하고 체험하는 것을 지향한다. 아이들은 예크생물원을 방문한 여러 친구들과 흙을 만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동안 여럿이 어울리고, 교감하는 기쁨을 알게 될 것이다.


                                                                                                                           

Play Together!
플레이스케이프(PLAYSCAPE)


도심 속에 마련된 감각 있는 놀이터 ‘플레이스케이프’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화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년기 자녀들을 둔 이달우 디자이너, 최문호 디자이너, 구자춘 대표와 키즈 카페 운영 경험이 있는 이재홍 점장이 의기투합해 지난 2014년 문을 열었다. 
흥미로운 장난감, 어트랙션으로 채워진 일반적인 키즈 카페와 달리 플레이스케이프는 공간 자체가 아이들의 즐거운 놀잇감이 된다. 바닥에 그려진 육상 트랙, 학교 운동장에서 보던 평형대, 대형 원통 등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낸다. 평형대 위에 엎드려 앞으로 움직이고, 원통에 들어가 숨바꼭질을 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흥미로운 놀이터를 완성하는 것. ‘가장 좋은 놀이 방법은 아이들의 생각에서 나오는 놀이’라는 플레이스케이프의 운영 철학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전문 디자이너 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간을 꾸민 덕분인지 놀이터 곳곳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수영장을 본떠 만든 볼풀장, 미끄럼틀이 된 탁구채, 올림픽 오륜기를 형상화해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나타낸 로고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트랙 위를 마음껏 달리고, 빨간 탁구대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한 공간에 모인 아이들은 어느덧 함께 어울려 노는 법을 익히게 된다. 플레이스케이프는 1등, 2등을 다투는 경쟁으로써의 스포츠가 아닌, 함께하면 더욱 즐거운 화합으로써의 스포츠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운동장처럼 꾸며진 공간 외에도 나무조각을 모래처럼 쌓으며 놀 수 있는 편백나무 놀이터, 대형 소프트 블록, 콩주머니 던지기 등 부수적인 놀이 시설도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바닥에는 5㎝ 쿠션이 있는 카펫을 깔아 두었기 때문에 마음껏 달리다 넘어져도 다칠 위험이 없다. 전체 공간에는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해 아토피가 있거나 피부가 약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친구야, 우리 파티하자
원스팜(One’s Farm)


국내 1호 파티플래너 윤지현 대표가 지난해 2월 오픈한 ‘원스팜’은 아이들의 감수성, 창의력을 자극하는 파티 체험 콘텐츠 키즈 카페다. ‘팜파티(Farm Party)’가 열리는 도심 속 농장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발견하고,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키운다. 
‘팜파티’라는 콘셉트답게 원스팜에 들어서면 마치 실제 농장의 작은 곳간을 옮겨 놓은 듯한 독특한 내부가 시선을 끈다. 알록달록한 곳간에는 볏짚이 잔뜩 쌓여 있고, 아이들은 이곳에서 작은 파티를 시작한다. 원스팜에서는 농업(Agriculture)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가 결합한 ‘에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 놀이를 제공한다.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은 ‘쌀’을 테마로 한 놀이 콘텐츠다. 클레이처럼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동시에 쪄내면 떡이 되는 쌀 클레이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이를 친구들에게 선보이고 전시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키우는 파티다. 쌀 클레이로 만드는 파티 ‘파미재미’, 떡 클레이를 만들어 먹는 ‘동화로 떠나는 우리 쌀 요리여행’, 스페셜 체험으로 운영하는 스토리텔링 쿠킹 클래스가 그것. 수업 시간은 평균 50분 정도 소요되며, 팜파티의 모든 프로그램은 유치원 정교사 1급 자격 교사와 컬러리스트 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시각디자인 전공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아이의 감성에 컬러를 입히는 감각적인 파티를 만들기 위함이다. 원스팜을 찾는 부모들이 가장 만족감을 표하는 부분 또한 교사들의 프로그램 진행 능력이다. 다른 키즈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파티 콘셉트의 프로그램과 이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교사가 있어 처음 보는 아이들끼리도 그룹을 이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파티’라는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즐거움의 가치를 깨닫고, 서로 배려하고 위하는 따뜻한 마음도 배울 수 있다. 
이외에도 원스팜 마당에서는 미끄럼틀과 꼬마자동차를 탈 수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40m 길이의 야외 클라이밍 구간도 마련돼 있다. 뿐만 아니라 별도의 예약 후 프로그램 상담을 통해 생일을 포함한 다양한 콘셉트의 파티를 개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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