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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Mar 17. 2017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그림책

월간 <폴라리스> Vol.182  '행복하게, 슬로 육아'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가 눈을 마주보고, 체온과 목소리를 나누며 교감할 수 있는 아날로그한 매개체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아 함께 그림책을 보는 경험은 아이에게 단단한 애정과 신뢰를 선물한다. 부모와 아이의 소통을 위한 그림책 들려주기의 기술. 

 성소영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참고 도서 김영훈 <하루 15분,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 최혜정 <‘알통’ 그림책 읽기 비법>, 박은영 <시작하는 그림책>


                        
            

그림책을 듣고 자라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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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거나, 그림책을 보다가 부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어른들의 ‘독서’를 넘어선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년기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놀이 자체이자 세상을 이해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수단이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며 낯선 세상을 탐험하고,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자존감과 사회성을 발달시키며 상상력을 키운다. 특히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그림책을 듣는 것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다. 엄마, 아빠의 눈빛, 따뜻한 목소리, 살갗에 느껴지는 체온 등을 오롯이 느끼며 아이들은 세상에 맞설 힘을 키워간다. 그림책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훌륭한 내용도, 아름다운 그림 때문도 아닌 ‘엄마, 아빠와 나누는 정서적 교감’이 이뤄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와 애착을 형성해요  영아기(만 3세 이하)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이 시기에는 부모와 정서적인 유대감을 맺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영아기 때 형성된 애착은 훗날 아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 이 시기에 그림책을 들려주는 활동은 아이와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젖을 먹이고, 안아주는 등 일상에서의 스킨십이 아닌 오롯이 아이와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기에 아이와 부모 모두 친밀하게 교감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어떤 내용의 그림책이든 괜찮다. 줄거리를 읽어주는 것에 집중할 필요도 없다. 자신과 눈을 맞추고 따뜻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모습만으로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부모에게 두터운 신뢰를 갖게 된다. 

그림책으로 세상을 배워요  유아기(만 3~ 만 5세)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은 모두 유아기 때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탐구하며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 이 시기에 부모가 들려주는 그림책은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 아이는 친구를 사귀고, 처음 보는 동식물을 만나고,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무한한 호기심을 충족한다. 또 ‘나’와 그림책의 ‘등장인물’을 동일시해 등장인물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대리 경험하며 정서적 발달과 공감 능력을 키워나간다. 

부모와 소통하는 도구예요  아동기(만 5세 이상)
늘 엄마, 아빠 곁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던 아이가 어느새 친구와 놀기를 더 좋아해 부모를 섭섭하게 만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때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를 정서적으로 연결해주는 좋은 소통의 도구다. 그림책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아이와 스킨십을 하고 같은 시간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더라도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그림책을 들려주자. 그림책의 줄거리나 감상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눠보는 것도 좋다. 하루 10분, 15분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그림책을 읽는 동안 아이와 부모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





Step 1  그림책을 읽기 전 알아두기


엄마, 아빠가 먼저 그림책 훑어보기
아이에게 책을 들려주기 전에 부모가 먼저 그림책을 한 번 훑어보며 아이가 특히 좋아할 만한 부분, 무서워할 부분, 궁금해 할 부분 등을 파악해보자. 엄마, 아빠가 책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으면 풍부하고 재미있는 그림책 읽기가 가능하다. “다음 장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뽀뽀해주면 힌트를 줄게!” 등의 이야기를 하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 읽기를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다.

틀에 박힌 책 읽기는 금물
그림책을 보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두 장을 동시에 넘겨 이야기의 한 부분을 건너뛰어도 되고, 똑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된다.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아이의 흐름에 맞춰 책을 읽어주자. 그러면 아이는 그림책 보기를 엄마, 아빠와의 즐거운 놀이이자 교감의 방법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림에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는 방법 알기
때로는 그림의 특징에 따라 책에 담긴 메시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콜라주 그림책은 오려 붙인 인물,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배경보다는 사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볼펜, 목탄 등을 사용한 흑백 그림책은 ‘선’에 감정이 담겨 있다. 선이 가는지 두꺼운지, 직선인지 곡선인지 등을 보면 인물의 감정을 더 또렷이 알 수 있다.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책은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는지 파악한다. 더 돋보이게 그린 부분일수록 내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글 없는 그림책을 읽는 방법 

글이 없는 그림책은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매개체다. 글이 없다고 해서 부담을 갖지 말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단순히 그림을 설명해도 좋고, 그림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아이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그래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대화체’로 읽어보자. 책에 나온 그림과 어울리는 대화를 상상해 한마디씩 말하고 넘어가는 것. “이 아이는 지금 뭐라고 했을까?”라며 아이에게 대사를 만들어보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책 읽기 전, 상상력 자극하기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보기 전, 아이와 함께 그림책 표지와 면지(표지와 맞닿은 안쪽 부분)를 먼저 살펴보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상상해보자. 그림책 작가들은 표지와 면지에 중요한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표지와 뒤표지를 활짝 펼치면 연결된 하나의 그림이 그려 있거나 면지에 이야기의 프롤로그나 에필로그가 담겨 있을 때도 있다. 이를 보면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흥미를 더욱 돋울 수 있다. 



Step 2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방법


3세 이하라면 과장되게, 3세 이후부터는 차분하게 
3세 이하 아이에게는 리듬, 억양, 감정을 풍부하게 실어 읽어주면 좋다.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다르게 해도 좋고, 의성어나 의태어 부분만 강조해 들려줘도 된다. 이렇게 책을 읽어주는 게 어색한 부모들은 목소리를 조금만 바꿔본다고 생각해보자. 강조할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크게, 어떤 부분에서는 작게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반면 3세 이후에는 오히려 차분하게 읽어주는 게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때에 따라 읽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목소리 톤을 바꾸어보는 등 상황에 맞게 효과를 넣어주면 좋다. 

적당한 스킨십은 필수 
책 내용에 따라 아이와 다양한 스킨십을 하면 그림책 읽기가 더 재미있어진다. 예를 들어 애벌레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손가락으로 아이의 팔뚝을 타고 올라가고, “사랑해”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아이를 꼭 안고 뽀뽀해보자. 책을 읽어주며 신체놀이와 스킨십을 함께하면 그림책 읽기를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와 아이의 애착 또한 깊어진다. 

질문을 통해 생각 나누기 
책을 보면서 그때그때 질문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자. “갑자기 왜 친구가 울고 있지?” “이 구름은 왜 빨간색이야?” 등 책과 연관된 질문을 하고 대답을 유도하는 것. 이때 아이를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나누기 위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어떤 대답이든 ‘옳다/그르다’의 기준은 없다. 아이가 말하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호응해주자. 


상황에 맞게 바꿔 들려주기
그림책을 볼 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림이나 책의 내용이 아닌 부모의 ‘이야기’다. 자신이 작가라고 생각하고 그림에 맞는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그때그때 다르게 들려주면 아이가 훨씬 즐거워한다. 글자 그대로 또박또박 읽으려 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내용을 줄이거나 확장해보자. 아이의 상황, 경험 등을 연관시켜 이야기를 들려줘도 좋다. 같은 책을 계속 읽어달라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러한 방법으로 책을 읽으면 엄마, 아빠도 매번 색다른 느낌의 책 읽기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들려주는 그림책
정성껏 그림책을 읽어주기가 피곤한 날에는 반대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해보자. 유아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은 그림만 보고도 나름의 상상력과 논리력을 발휘해 엄마, 아빠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다. 특히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부모와 교대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해보기 좋다. 아이가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내용과 다르게 말한다 해도 정정하지 말고 아이가 상상하고 만들어낸 이야기에 호응해주고 적절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자.




Tip  연령별로 보자! 우리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 읽어주기


0~6개월  선이 굵고 곡선인 원색 그림책 
이 시기의 아이들은 그림의 형태를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하므로 굵은 선으로 윤곽을 단순하게 처리했거나 원색의 색깔, 다양한 도형 등이 그려진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헝겊책도 좋다. 

7~12개월  재미있는 표현과 의성어, 의태어가 많은 그림책 
생후 10개월이 지나면 아이의 뇌는 모국어를 사용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발달한다. 따라서 한국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의성어, 의태어가 많은 그림책이나 운율감 있고 재밌는 표현으로 이뤄진 짧은 글의 그림책을 보면 좋다. 책을 읽어줄 때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응, 이건 강아지라고 해. 지난주에 밖에서 봤지?” 등의 말을 하며 그림책 속 사물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해주자.

13~24개월  그림이 아름답고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단순한 그림책
생후 13개월부터는 시각이 매우 발달하므로 색채가 풍부하고 생생한 그림이 그려진 책을 보여주면 좋다. 내용은 아이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 좋다. 이때 아이에게 책장을 넘겨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책을 보고 중얼거리거나 고갯짓을 하면 “아, 그렇구나! ○○처럼 친구도 목욕을 하네?” 등 아이가 보이는 표현에 반응해준다. 

25~36개월  아이가 경험해본 이야기가 있는 생활 그림책
자기중심적 사고가 최고조에 이르러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해하므로, 아이의 실제 경험과 연관 있는 책을 골라주면 좋다. 그림도 실물 그대로의 명확하고 자세한 것을 추천한다. 인지 수준이 높아져 그림책을 다양하게 볼 시기이지만, 새로운 책을 계속 사주기보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되풀이해주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 

37~48개월  구체적인 줄거리와 개념이 담긴 그림책
이해력이 발달하므로 구체적인 줄거리를 가진 그림책을 읽어주면 좋다. 자기 몸에도 관심이 많아져 신체나 닮은 것과 다른 것 등의 개념에 대해 다룬 책들도 권할 만하다.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읽어주고, “한 부분을 다르게 읽을 테니 알아맞혀 봐!”라고 하며 다른 내용을 읽어주기도 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49~60개월  다양한 미술 기법과 장르의 그림책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다. 수채화, 유화, 세밀화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그림책을 골고루 보여주면 좋다. 장르 또한 전래  동화, 과학 동화, 세계 명작 그림책 등 여러 가지를 접할 수 있게 해주자. 

61개월~취학 전  도덕성을 가르쳐주거나 깊이 있는 그림책 
이야기 구조가 탄탄한 그림책, 책을 보고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그림책을 재미있어한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소 깊이 있는 내용의 과학 그림책, 동시집,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책과 선과 악을 다룬 도덕 그림책을 보여주면 좋다. 책을 읽어준 뒤 그림을 그리거나, 역할극을 해보는 등 다른 활동을 곁들이면 좋으나 숙제가 아닌 놀이로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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