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폴라리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 폴라리스 Mar 27. 2017

미니멀 육아로 향하는 길

월간 <폴라리스> Vol. 182 '행복하게, 슬로 육아'

뭘 먹지, 뭘 입지, 뭘 하지. 부족해서 고민이 아니라 넘쳐서 걱정이다.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벗어나 가족에게 집중하고 행복이 충만한 일상을 살아보자. 

에디터 윤경민  일러스트레이터 서윤정  참고 도서 크리스틴 고·아샤 돈페스트 <미니멀 육아의 행복>, 미쉘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장새롬 <멋진롬 심플한 살림법>, 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미니멀리스트>

미니멀 라이프

‘이렇게 많은 물건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할까?’ ‘더 많이 가지는 게 정말 더 행복한 걸까?’ 사람들은 소비에 대하여 의문을 품었고, 많은 이들이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위해 의식적으로 소비를 절제하고 신중하게 물건을 소유하기로 한다. 이렇게 자발적인 소박함을 선택한 이들을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 미니멀리스트는 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는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때문에 일상에 쓰임이 없는 물건은 버리고 취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소중한 추억이 담긴 편지, 엽서와 같은 물건일지라도 말이다. 나중에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아깝다는 미련 때문에, 예쁘고 비싸서 가지고 있는 물건은 냉정하게 버린다. 소비를 줄이니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아 더 벌어야 하는 고통이 사라졌고, 물건을 사기 위해 일을 하는 시간, 쇼핑을 하는 시간, 치우고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저절로 생겼다. 비운 만큼 자유로워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으니 인생이 충만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미니멀 육아
숙련된 미니멀리스트도 아이를 낳으면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내 아이에게 좋은 것들을 많이 사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또 아이에게 물질적·교육적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소비를 끊을 수 없게 만든다.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이를 돈으로 보상하려고도 한다. 이러한 복합적 이유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해오던 부모들조차 육아만큼은 미니멀리스트가 되길 주저한다. 하지만 아이와 가족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들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넘치는 육아 정보, 육아용품, 교육기관, 프로그램 등에서 벗어나 아이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육아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미니멀 육아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단단한 마음가짐이다. 육아에 많은 돈과 시간, 과도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부모의 입맛에 맞게 바꾸고 성장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부모의 인생은 물론 육아, 아이의 일상까지도 복잡하고 피곤해진다.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것은 부모의 심플한 인생과 육아, 아이의 행복한 일상과 건강한 미래를 위한 초석이다.
다음으로 할 일은 가족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혼자 산다면야 내 물건을 다 버리든, 반찬을 3개로 줄이든, 자동차를 기부하든 누가 뭐라 할까. 하지만 가족이 함께 살 때는 말이 다르다. 가족이 아직 미니멀 라이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무턱대고 일을 진행하기보다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또한 그들의 것을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것을 비우자. 배우자, 아이의 개인적인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미니멀리스트는 무조건 소유물을 버리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신중한 선택을 내린 후 소유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가치관과 선택, 생각을 존중해야 함을 명심하자. 미니멀 육아의 협조와 이해는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뿐만 아니라 친·인척과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구해야 한다. 이들이 보내주는 음식과 물건, 아이 선물 등을 줄이고 사양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운 일이다. 미니멀 육아를 결심했다면 사전에 이들에게 가족의 결심을 전하고 ‘우리 가족은 어떤 물건도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심플한 육아를 위한 6가지 방법


물건 줄이기 

물건을 줄이고 덜어내는 것은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이다. 미니멀 육아도 마찬가지다. 생활에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정리하자. 현관, 거실, 주방, 욕실, 안방, 아이 방 등 공간 순으로 비워가도 좋고, 옷, 화장품, 식기, 장난감, 책 등 물건 순서로 정리해도 좋다. 크게는 버릴 것과 남길 것으로 구분한 후, 버릴 것 중에 쓰레기통에 넣을 것과 지인에게 나눠줄 것, 기부할 것, 재판매할 것 등으로 분류해 물건을 줄인다. 가장 어려운 일은 아이의 물건 줄이기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나이라면 직접 남길 신발과 의류, 장난감 등을 고르고 분리해가는 작업을 함께 하면 좋지만, 이러한 작업이 불가능한 어린 아이일 경우 부모가 대신 해야 한다. 특히 장난감의 경우 아이가 평소 좋아하고 잘 가지고 노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한 후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자. 장난감은 아이가 잠든 때를 이용해 천천히 줄여가는 게 좋다.


냉장고 비우기

미니멀리스트의 냉장고 비우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냉장고 속 재료를 모두 꺼낸 후 유통 기한이 지난 것과 보관 기간이 오래된 음식 등은 버린다. 남은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메뉴를 적은 후 묵은 재료를 하나씩 처리한다. 냉장고가 비워지면 그때부터는 미리 식단을 계획하고 정해진 것만 사면 된다. 1+1이라서, 아이가 떼를 쓰니까, 파격 할인 등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미리 식단표를 짜두고 필요한 식재료를 쇼핑 목록에 적는다. 장을 보러 가기 전 가족에게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쇼핑 목록에 적을 시간을 주면 훨씬 만족도 높은 식탁을 꾸밀 수 있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선택한 시간을 가진 후 장을 보러 가면 아이가 무작정 떼를 쓰는 경우도 줄어든다. 장을 보러 갈 때는 필요한 만큼의 현금만 갖고 가고, 카트보다는 바구니를 들고 다녀 충동구매를 막자. 신선도가 중요한 식재료는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산다. 

가사 노동 함께하기

부모의 일상이 심플해지고 육아가 단순해지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의 가사 분담과 참여는 필수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가사 노동의 수준은 달라지겠지만 식탁 닦기, 수저 놓기 등 간단한 일부터 맡긴 후 설거지, 빨래 개기 등으로 넓혀간다. 또한 ‘사용한 물건은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기’ ‘음식을 먹은 후 그릇은 싱크대에 가져다 두기’ ‘빨래는 빨래통에 넣어 두기’ 등 간단한 규칙을 정하고 실천하면 쌓이는 가사 노동의 양을 줄일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정리하고 가사 노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도 손쉽게 물건을 찾고 스스로 넣고 꺼낼 수 있도록 상자나 수납장은 가벼운 것이 좋다. 수납장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한눈에 보이도록 가능한 여유롭게 수납하고, 수납장마다 마스킹 테이프로 무엇이 들어 있는지 표시해두자. 아이들이 자주 쓰는 물건은 높이가 낮은 수납장에 넣는다.


혼자만의 시간 만들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집과 일터만 오가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아무리 물건을 버리고 집을 텅 비웠다 하더라도 여전히 일상이 바쁘고 스케줄이 빼곡하다면 삶도, 육아도 심플할 수가 없다. 그러니 스스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아이도 배우자도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먼저 다이어리에 가득한 불필요한 만남과 인간관계를 정리하자. 내키지 않은 만남, 원하지 않은 모임은 당당히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하루에 1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면 최대한 방해 요소가 없는 시간대가 좋으니 아이가 잠든 이후나 아이가 일어나기 전 아침 시간을 이용하자. 아이가 놀이에 집중해 있을 때도 좋은 타이밍이다. 괜히 아이 놀이에 참견하지 말고 부모도 자신만의 시간에 집중해보자. 

육아 비용도 미니멀하게
옷, 장난감, 책 등 육아용품은 물려받고 물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게 좋다. 여러 번 세탁을 거친 옷은 아이 건강에도 좋으며, 아이에게 가장 좋은 옷은 예쁘고 비싼 옷이 아니라 자유롭게 뛰놀고 부담 없이 흙으로 더럽힐 수 있는 편한 옷이다. 장난감도 완제품을 소유하기보다는 밀가루, 종이 상자, 식기류, 이불 등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을 놀잇감으로 활용하는 편이 좋다. 독서도 양보다 질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집에서 두고두고 오래 볼 책은 아이와 함께 신중히 고르고, 다양한 책을 보여주고 싶다면 도서관을 이용하자. 아이에게도 경제 교육은 중요하다. 우선 아이가 무분별한 소비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부모가 주의해야 하며, 충동적으로 사달라고 하는 물건은 절대 사주지 않는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만 7세 정도가 되면 용돈을 줘 스스로 관리해볼 수 있는 기회도 주자.

자연에서 놀기

자연은 지친 육아에 여유를, 바쁜 일상에 느슨함을, 아이와의 추억을 선물한다. 주말마다 어디를 갈지, 아이와는 어떤 놀이를 할지 고민이 된다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심플하게 자연으로 향하자. 흙, 돌, 나무, 꽃, 곤충 등 자연에는 아이들의 놀잇감이 넘쳐난다. 특별한 장난감이나 교구 없이도 시간을 즐겁고 풍성하게 보낼 수 있다. 물론 돈도 들지 않는다. 매일 할 수 있는 ‘공원 산책’ 시간을 하루 40분 정도 정해두고, 아이들과 규칙적으로 나가자.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나무를 만져보고 나뭇가지를 줍는 것도 좋다. 주말에는 평일에 갈 수 없는 거리가 먼 바닷가나 개천, 숲 등으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매번 다른 장소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은 날마다 얼굴을 달리하니 매일매일이 새롭다. 자연만큼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공간도, 특별한 소비 없이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도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캠핑 여행 가족이 삶을 여행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