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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Mar 23. 2017

캠핑 여행 가족이 삶을 여행하는 법

월간 <폴라리스> Vol.173 '꼬마 여행자를 위하여'

아이가 있는 가정이 캠핑을 시작하는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아이를 위해서. 그러나 캠핑을 떠나는 것만으로 아이가 자연과 동화되고, 온 가족이 도란도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면 차곡차곡 자신들만의 캠핑 역사를 만들어온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강봉형


가족, 캠핑의 매력에 빠지다

정혜원·이동윤 씨 가족은 12년 차 캠퍼다. 다섯 살 때부터 캠핑을 시작한 첫째 아들 준호가 어느덧 열여섯 살이 됐다.  둘째 민호(9세), 셋째(7세) 윤호는 태어난 지 100일 전후로 캠핑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캠핑 여행 가족’이다. 아이들이 어렸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가깝게 키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오히려 자주 못 다니는 편이에요. 어느 해에는 일 년 52주 중 53번을 캠핑하러 떠난 적도 있어요. 아이들과 다닌다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었어요. 그저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만 아이들의 울음이 옆 텐트에 방해가 될까봐 다른 사이트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텐트를 쳤죠.”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종종 캠핑을 다녔다는 정혜원 씨와 이동윤 씨. 그래서인지 첫 가족 캠핑도 누가 먼저 말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떠나게 됐다고. 그러나 부모가 돼서 떠난 첫 캠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신 있게 척척 폴대를 조립하고, 텐트를 세우려는데 텐트 모양이 심상치 않았다. 텐트를 지지하는 폴대 하나를 집에 두고 온 것. 그러나 아이는 이미 캠핑에 잔뜩 들뜬 상황. 어쩔 수 없이 청테이프로 돌돌 감아 억지로 텐트를 세우고 간신히 하룻밤을 보냈다고. 고생을 하긴 했지만 동윤 씨는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다. 
“캠핑을 시작한 후 얼마 동안은 ‘자리가 마음에 안 드네’ ‘장비가 마음에 안 드네’ 하며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그런데 고생스러워도 캠핑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곳곳에 아름다운 곳이 참 많다는 걸 캠핑을 하면서 알게 됐고, ‘가족과 다 가보자’라고 생각하게 됐죠. 지금은 가족의 생활 패턴 자체가 캠핑 위주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주말에 캠핑을 가려면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주중에 집에 일찍 들어가고, 친구들도 덜 만나고요.” 
혜원 씨는 “남편이 180도 변했다”고 말한다. 캠핑하기 전까지 동윤 씨는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잠을 자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평범한 직장인 아빠였다. 그러나 캠핑을 통해 자상하고 듬직한 아빠로 다시 태어났다. 공통 관심사가 있다 보니 부부간 대화도 크게 늘었다. 대화할 시간이 모자라 평일 낮에는 인터넷 채팅을 이용할 정도. 아이들과도 ‘어디 가고 싶어?’ ‘뭘 보러 갈까?’하며 대화가 이어진다.   
“많은 종류의 취미가 세상에 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취미로는 캠핑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어차피 한정돼 있잖아요. 가능한 어린 시절에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죠.” 
부부가 캠핑을 좋아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캠핑 여행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집에서는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캠핑을 와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뛰어논다. 그뿐인가. 처음 만난 옆집 아이와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친구가 된다. 이 가족이 캠핑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동윤 씨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온 날, 자라섬캠핑장에서 
아이들 썰매를 끌어줬던 기억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는다. 
이 가족에게 캠핑은 여행의 베이스캠프뿐만 아니라, 
행복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캠핑은 베이스캠프다

 ‘먹기 위해 캠핑을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 캠핑 가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혜원·동윤 씨 가족에게 캠핑은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다. 주말 캠핑의 경우 보통 금요일 밤부터 텐트를 치고, 다음 날은 인근에서 열리는 축제, 행사 등에 참여하거나 재래시장이나 박물관, 전시관 등을 둘러본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다. 지난 5월 5일 황금 연휴에는 경북 고령에서 주최하는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근처 대가야 캠프로 캠핑 장소를 정했다. 
“캠핑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물론 좋은 캠핑이죠. 그렇지만 우리 가족은 돌아다니는 걸 워낙 좋아해서 가능하면 그 지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나 관광 명소는 꼭 들러보려고 해요. 점심도 가능한 그 지역의 특산물을 먹으려고 하고요.”
10년 넘게 캠핑을 해 오면서 가족에게는 행복한 캠핑을 위한 몇 가지 규칙이 생겼다. 그중 하나는 ‘공정캠핑’이다. 공정 캠핑이란 먹거리나 캠핑에 필요한 소모품을 미리 사가지 않고, 현지에서 구매함으로써 캠핑족과 지역 모두가 상생하는 캠핑을 말한다. 
“캠핑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쓰레기만 잔뜩 버리고 간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캠핑장이 잘 된다고 그 동네가 잘 살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먹거리를 챙겨 오더라도 한두 끼는 지역에서 사 먹고, 캠핑장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그 지역, 그 동네를 보여주고,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한 가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혜원 씨와 동윤 씨도 부부도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마지막 규칙은 한 명이라도 더 이상 캠핑이 재미없다고 한다면 캠핑을 그만두는 것이다. 왜 그런 약속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우리 집 가훈이 ‘나는 행복한가’예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행복을 희생해 다른 가족이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한 명일 때는 무조건 끌어안고 캠핑을 떠났는데, 이제 가족이 다섯이 되다 보니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약속을 하게 된 거죠.”
다행히 아직까지는 캠핑을 그만둬야 할 걱정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첫째 준호는 캐나다에 가서 캠핑을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실컷 놀고 들어왔다가도 금방 다시 뛰쳐나가는 민호, 윤호의 밝은 미소를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엄마, 아빠의 대답도 ‘그렇다’다. 혜원 씨는 ‘벚꽃 캠핑’을 가장 좋아한다. 벚꽃 바로 밑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이란! 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운 동윤 씨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온 날, 자라섬캠핑장에서 아이들 썰매를 끌어줬던 기억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는다. 이 가족에게 캠핑은 여행의 베이스캠프뿐만 아니라, 행복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캠핑장을 놀이터로 삼아 자라온 아이들은 
특별한 놀잇감이 없이도 하루를 온전하게 놀이로 채운다. 
특히 자연물은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친구다. 





캠핑장에서 자라는 아이들


한참 뛰어놀 나이. 자연은 아이들이 쏟아내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주고, 시원한 나무 그늘까지 내어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캠핑장을 놀이터로 삼아 자라온 아이들은 특별한 놀잇감이 없이도 하루를 온전하게 놀이로 채운다. 특히 자연물은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친구다. 
“캠핑에서는 최대한 자연물을 많이 활용하는 놀이가 좋은 거 같아요.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특히 우리 가족이 캠핑 놀이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부모도 함께 참여하는 거예요.” 
캠핑장에서 아이들과 가장 자주 하는 놀이는 ‘풀 이름 맞히기’. 꽃에 관심이 많은 혜원 씨가 꽃 이름을 많이 알고 있어서 가능한 놀이기도 하다. 모르는 꽃 이름은 카메라로 찍어놨다가 집에 와서 찾아본다고. 교육 관련 학과를 전공한 혜원 씨는 집에서 색종이, 도화지, 풀 등 간단한 도구를 준비해 오기도 한다.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인보우 바람개비 만들기, 솔방울 테이블 축구, 돌멩이 그림 그리기, 깡통 등불 만들기 등 지금까지 해왔던 ‘캠핑 놀이’를 운영 중인 블로그(blog.naver.com/rayam)에 연재하기도 했다. 
“사실 준호가 크고 나서는 캠핑 놀이를 할 기회가 많이 줄었어요. 주변 관광지를 많이 다니기도 하고, 준호와 윤호의 나이 차이가 거의 열 살이 나다 보니 셋이서 동시에 흥미를 가질 만한 놀이가 줄었거든요. 그래서 민호와 윤호만 데리고 나왔을 때는 캠핑 놀이를 많이 하고, 셋이 모두 캠핑을 왔을 때는 루미큐브 등 보드게임을 하기도 해요. 캠핑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기도 한정돼 있으니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가족이 함께 즐겁게 해보셨으면 해요.”
일곱 살인 윤호가 형들과 보드게임을 잘 할 수 있는지 묻자, ‘승부욕이 아주 강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최근에는 온 가족이 자전거 캠핑에 도전하기 위해 맹연습 중인데, 윤호도 네발 자전거로 10km 이상을 달렸다고.  처음에는 힘들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타더라는 것이 혜원 씨의 말이다. 
자전거 캠핑은 캠핑 여행 가족의 새로운 도전이다. 자전거에 모든 캠핑 장비를 싣고 떠나야 하기 때문에 장비도 미니멀한 것으로 다시 구비해야 하고, 무엇보다 장거리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돼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차를 전혀 타지 않고 처음부터 자전거로만 캠핑을 떠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자전거 캠핑으로 전국을 다 돌고 싶어요. 일단 시작은 제주도로 정했어요. 완전한 자전거 캠핑은 아니지만 테스트를 해보려고요. 그 다음 목표는 대마도예요.”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캠핑이 아닌 홀로 떠나는 ‘솔캠’에 대한 로망은 전혀 없을까. 혹시나 하는 질문에 부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여행이 훨씬 좋다고. 
“혼자 하는 여행은 재미 없어요. 아이들이 커서 장가 들면 우리 부부끼리 캠핑을 하려고요. 그러다 아이들이 캠핑장에 오면 만나고… .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디든 가족이 있는 곳이 집이다.’ 영화 <로맨틱 레시피>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이 가족의 집은 바로 ‘캠핑’ 그 자체가 아닐까. 가족이 함께한 추억이 ‘캠핑’에 고스란히 쌓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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