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새벽, 홀로 있는 이에게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홀로 있는 제자에게

by 스프링버드


홀로 있는 제자에게

내 사랑, 보라

달의

하야스름한 분홍빛 대신

그것이

뾰족한 교회 첨탑 위로

비스듬히 떠 있음을.

잘 보라

하늘이

푸른 터키석처럼

부드럽다는 것 대신

지금이 이른 아침임을.


유심히 보라

첨탑의 검은 선들이

뾰족한 정점으로

어떻게 모여드는지를 ―

자세히 보라

정점의 작은 장식물이

그것들을 멈춰 세우려

얼마나 애쓰는지를 ―

저 봐, 놓쳤어!

저 봐

정점으로 모여든

육각형 첨탑의 선들이

꽃을 감싼

꽃받침 위쪽으로

벗어나는 것을!

멀어지며, 벌어지는 것을!

잘 보라

베어 먹힌 달이

미동도 없이

선들 안에서 보호받는 모습을.

그래 맞아,

아침의 여린 색조 속에


갈색 돌과 슬레이트 지붕은

주황과 짙은 파랑으로 환하게 빛나지.

그러나 잘 보라

땅딸막한 건물의

짓누르는 무게를!

잘 보라

달의

재스민꽃 가벼움을.




To a Solitary Disciple

Rather notice, mon cher,

that the moon is

tilted above

the point of the steeple

than that its color

is shell-pink.

Rather observe

that it is early morning

than that the sky

is smooth

as a turquoise.

Rather grasp

how the dark

convergining lines

of the steeple

meet at the pinnacle ―

perceive how

its little ornament

tries to stop them ―

See how it fails!

See how the converging lines

of the hexagonal spire

escape upward ―

receding, dividing!

― sepals

that guard and contain

the flower!

Observe

how motionless

the eaten moon

lies in the protecting lines.

It is true:

in the light colors

of morning

brown-stone and slate

shine orange and dark blue.

But observe

the oppressive weight

of the squat edifice!

Observe

the jasmine lightness

of the moon.


혼자 있는 사람은 또한 신비 속에 있는 사람


고트프리트 벤의 '혼자 있는 사람은'의 첫 구절이다.

혼자 있을 때의 느낌을 나는 외로움이라고 해야 할지, 고독함이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혼자 있음이 신비함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겠다, 싶다.


이른 아침. 하늘에 분홍빛이 살짝 스며든 하야스름한 달이 떠 있다.

시인은 그 달을 '베어 먹히었다'라고 말한다.

eaten moon이라고.

사전을 찾아보니 관용구가 아니다. 그러니 순전히 시인의 표현일 것이다. 아마도 초승달이 아닐까.


그리고 홀로 있는 사람이 있다.

그를 Disciple(제자)이라 했으니, 그가 있는 곳이 교회의 첨탑 아래이니,

아마도 그는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겠나.

그리고 그의 곁에서 '내 사랑'하고 그를 부르는 이가 있다.

예수님…


예수님은 제자에게 말한다.

보라, 잘 보라, 세심히 보라고.

보라, 보라, 잘 보라고 거듭 말한다.

제자의 어깨를 가만히 두르며.


하늘에 떠 있는 여린 달은 이제 곧 밝아오는 햇살을 받게 되리라.

지금이 이른 아침임을 인식하라 했으니 여린 달이 햇살에 대항하기는 어려우리라.

더구나 그 달은 베어 먹히기까지 했는데.


하지만 뾰족하고 날카로운 육각형 첨탑의 선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달을 지킨다.

지상의 중력을 가뿐히 벗어나며.


여린 달은 얼마나 가벼운가.

하얀 재스민 꽃이 풍기는 향기처럼.


홀로 있는 제자는 스승의 다정한 위로를 받으며 시선을 돌린다.

강렬하고 눈부신 색들 속에서, 유심히, 세심히, 잘, 보아야만 볼 수 있는 하야스름한 달로.


달을 감싸고 보호하는 이성의 조화로움을 '본다'.

여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끝없이 베푸는

둥글고 둥근

사랑을 '알아본다'.


이른 아침, 푸르게 밝아오는 시간,

한 사람이 홀로, 신비 속에 있다.




* 커버 그림은 윌렘 드 쿠닝의 작품입니다.

* 민음사에서 출판된 영한대역 시집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2021년판에서 발췌한 시입니다. 정은귀 번역자의 번역이 아닌 제 언어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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