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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속에서

by 스프링버드


샐리,


이제 개학할 때가 됐네! 아쉽겠다.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억지로 헤어져야 할 때인가? 학교는 여름을 끝내라고 하네. 마당에 튜브 수영장을 만들어서 놀 거라고 네가 좋아하던 때가 바로 얼마 전인데 벌써 개학이라니. 여름을 붙들어둘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물총을 쏘고 호스에서 물줄기를 뿜어대는 신나고 시원한 여름을 영원히 잡아둘 순 없을까?



이수지 글/그림, 비룡소, 2022(1판 5쇄)



비발디라는 작곡가가 있어. 이 음악가가 살았던 나라도 우리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사계>라는 곡을 작곡했는데 그림책 작가가 <사계>에서 여름을 소재로 그림책을 만들었어. 음악은 세 부분(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악장은 짧은 글로 시작돼. 다음은 1악장의 글이야.


해는 이글이글, 뜨겁다.
나무도 시들, 우리도 시들시들하다.
그때 뻐꾹뻐꾹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노랫소리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훅, 바람이 세게 불었다.
폭풍이 오려나 보다.



음악은 보통 빠르기로 진행돼. 음악의 세계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네. 그림책 작가는 알록달록한 색종이로 아이들의 구릿빛 피부와 동그란 물풍선, 우산을 표현했어. 크레용으로 죽죽 물줄기를 시원하게 그리고, 파랗고 작은 물방울도 뿌려놓았어. 물총과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음악의 선율에 실려서 힘차게 뻗어나가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진짜로 물을 맞는 느낌이야. 아이들의 함성까지도 들리는 것 같지 않니?






2악장은 1악장보다 느리게 흐르는데 어쩐지 불안해.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 터지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느낌이야.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지더니,
하늘이 우르릉 댄다.
깜짝 놀란 파리들이 시끄럽게 붕붕 댄다!


하늘이 시꺼먼 구름으로 덮였어. 그리고 후드득...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해. 우산을 펼쳤지만 빗방울은 우산을 퉁퉁 두드릴 뿐, 아직은 빗줄기가 세지 않아. 뭔가 큰 게 올 것 같은데 말이야.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간질간질해지네. 그러거나 말거나 강아지는 태평스럽게 털을 털며 사방으로 물을 튀겨.






느린 2악장이 어느덧 끝나고 곧바로 이어지는 3악장에서 마침내 폭풍우가 몰아치는구나!


아, 무섭다.
번개가 번쩍번쩍, 천둥은 쿵쿵쿵.
바람은 몰아치고 비가 퍼붓는다.
몽땅 날아갈 듯 춤춘다.
우리 마당의 꽃들은 어떡하지?






바람이 휘몰아치고 물벼락이 쏟아져. 천둥이 쾅, 번개가 번쩍! 아이들은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아. 온몸으로 물벼락을 맞아.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거세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얼굴에 맞아.






거친 비바람은 미친 듯이 날뛰며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는데 문득 그치고 음악도 끝나. 휘리릭 하늘로 날아올라갔던 주황 우산도 호로록 바닥으로 떨어지는구나. 가볍게, 가볍게 내려앉아. 우리 마음도 우산처럼 홀가분하게 내려앉아. 젖은 땅으로.



https://www.youtube.com/watch?v=x4GIOTozTWs&t=106s



샐리, 아직 여름이야. 뜨거운 8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니, 너의 여름이 끝나려면 멀고 멀었어. 너의 여름은 야생마거든.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뜨거운 야생마, 휘몰아치는 폭풍우처럼 거세게 달리는 야생마, 시원하게 뿜어져 나가는 물줄기 같고, 천둥과 번개처럼 힘이 넘쳐서 모두를 제압하는 야생마. 그리고 갑자기 드러나는 파란 하늘처럼 청명하고 눈부신 야생마, 큰 반원을 그린 무지개처럼 다정한 야생마.


이 여름, 너의 야생마는 아마도 어딘가에서 신나게 달리고 있을 거야. 신나는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음악을 들으며 너의 야생마를 찾아보렴. 야생마를 찾으면 바람처럼 달려가서 멋지게 올라타보렴. 야생마를 타고 폭풍처럼 달려봐! 음악과 함께!




https://www.youtube.com/watch?v=XbGdj70JXDE&list=RDXbGdj70JXDE&start_radio=1




* 인용한 그림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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