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네 가지 비결
음악 영화 전성시대
최근 20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등 대형 영화 제작사들이 과거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던 아티스트를 회고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엘튼 존의 <로켓맨>, 비틀스의 <예스터데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인들은 음악 영화를 좋아한다. 마크 러팔로우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한 <비긴 어게인>은 전 세계 중 한국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창출했고, <맘마미아>, <라라 랜드> 등 백만을 가볍게 넘는 음악 영화들이 열 손가락을 가볍게 넘을 정도이니 말이다. 심지어, <겨울왕국>의 싱어롱 버전을 상영한 나라가 비영어권으로는 한국이 최초라고 한다. 이쯤 되면 한국인은 정말 흥의 민족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흥행 참패를 기록한 영화가 있다. 바로 10만 관객을 겨우 넘은 엘튼 존의 전기 영화 <로켓맨>이다. 엘튼 존 역시 퀸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아티스트이고, 한국에도 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롤링 스톤이 선정한 100대 아티스트에서 49위를 기록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참고로 퀸은 51위, 마이클 잭슨이 35위이다.)
그래서, 왜 보헤미안 랩소디는 약 1000만 명의 관객(실제로는 994만 명)을 동원했고 로켓맨은 그의 100분의 일도 되지 않는 약 10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마케팅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나름' 엘튼 존의 팬이며 이 분석은 옳고 그름의 측면이 아닌 흥행의 측면에서 본 것 임을 감안해주었으면 한다.
첫 번째,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
나의 경우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를 본 친구들의 반응이 다양했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후기가 있었다. 바로 '나도 몰랐는데, 그 노래가 퀸 노래더라.'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런던 올림픽, 각 종 스포츠 경기의 BGM으로 <We are the champion>, <We will rock you> 등의 음악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었다. 반면, 엘튼 존은 어떠한가? 일단 내 또래 친구들 중 엘튼 존을 알고 있는 친구들을 본 적이 없고, 그의 노래를 들려줘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음악 영화는 노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알지 못하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들으러 전기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바이럴 요소의 결핍
영화는 입소문이 강하다. 사람들은 어떤 영화를 보러 갈 때, "이 영화 어때?"라고 친구에게 물어보고 그 반응을 상당히 중요시 여긴다. 보랩의 경우 바이럴이 될 수 있을 요소들이 많았다. 프레디 머큐리, 로저 테일러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잘 표현해냈고, 특히 훌륭한 프런트맨 인 프레디 역의 라미 말렉의 퍼포먼스는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해 냈다. 보랩 싱어롱 대기줄에서 "에~~ 오"라고 외치면 다 함께 "에~~ 오"라고 외쳐줄 흥의 민족인 한국인에게 보랩은 그 자체로 대화의 필수 소재가 되었고 강력한 바이럴 요소를 갖춘 영화였다. 반면 로켓맨은? 그 어떤 입소문을 만들어 냈는가? 테런 에저튼의 퍼포먼스가 과연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가? 엘튼 존의 캐릭터가 과연 관객에게 어필하였는가? 이 모든 질문에 있어서 로켓맨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 동성애 코드
우선 그 흔한 인터넷 상의 논쟁처럼 동성애가 옳고 그른지에 대해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 동성애 코드가 들어가는 것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보랩, 그리고 로켓맨 모두 동성애 요소를 가지고 있다. 동성애 코드는 두 영화의 메인 캐릭터인 엘튼 존,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를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수위가 달랐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러시아에서 해당 관계 장면을 삭제할 정도로 로켓맨의 수위는 상당히 강하다. 반면 보랩에서는 '프레디 머큐리는 동성애자야!'라고 말할 정도의 아주 약한 수위였다. 이미 언급했지만 영화는 입소문의 요소가 상당히 강하고, 아무리 혼영이 대세라지만 같이 보는 관객이 훨씬 더 많다. 근데 과연 성에 있어서는 굉장히 보수적인 한국에서, 동성애 코드가 강한 영화를 추천하거나 혹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을까? 아직은 어려울 것 같다고 감히 말해본다.
네 번째, 흥행과 예술 사이
보헤미안 랩소디는 철저하게 흥행공식을 지킨 영화이다. 모두가 아는 음악을 활용한 임팩트 넘치는 무대와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 멤버 간의 갈등,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앞세워서 한국의 1000만 관객을 열광에 빠지게 했다. 영화를 본 모두가 라이브 에이드에 열광했고, 오리지널 영상을 보았으며, 감동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2차, 3차 관람도 모자라 싱어롱을 통해 한국인의 떼창 문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근데 영화가 과연 잘 만든 작품이냐?라고 묻는 다면 섣불리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흥행 공식을 철저히 따른 <신과 함께>, <명량>은 1000만 관객을 가뿐히 동원했지만, 전문가들에게 혹평을 받는 것과 비슷한 사례이다.
반면 로켓맨은 천만 관객 영화보다는 예술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퍼포먼스 파트에서도 관객들의 흥을 돋는 것보다는 엘튼 존의 고뇌와 내면을 표현하려 했고, 그로 인해 다소 뮤지컬적인 성격과 몽환적인 성격을 동시에 띠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엘튼 존이 어떤 고민을 겪었는지와 성장과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런 평가가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글을 정리하며
엘튼 존의 음악을 좋아한다. 버니 토핀의 가사도 참 좋고, 단순하지만 질리지 않는 엘튼 존의 멜로디도 좋았다. 그렇기에 <로켓맨>이 흥행하기를 바랐고,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이 영화는 흥행하지 못할 것을 직감하며 아쉬워했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로켓맨>은 '엘튼 존을 위해 엘튼 존이 직접 만든 헌정 영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어떤 영화가 흥행하는 것일까? 흥행 영화와 좋은 평가는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일까? 아니, 좋은 영화란 과연 어떤 영화인가? 여러 가지 고민을 열어두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