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미바이유어네임>, 만약 당신의 아들이 동성애자라면?
중, 고등학교를 연속으로 미션학교(기독교)를 나온 나는 동성애란 잘못된 것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또한 남중, 남고를 나왔기에 '게이'라는 단어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을 놀리는 단어로 쓰여온 것을 봐왔다. 아마 고등학교 때 까지의 동성애자에 대한 나의 인식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 정도였던 것 같다.
저번 브런치에서도 말했지만, 대학교에서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다름(Different)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영화 캐롤, 아가씨, 그리고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등 미디어와 학과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논의하면서 동성애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종류의 사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물론, 저의 생각이 100% 맞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성애자였음에도 <캐롤>의 두 주인공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랑을 보았기 때문이었고, 동성애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존의 편견을 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성애자들에게 여전히 연민을 느낀다. 심지어 동성애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고등학교 때의 나처럼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받는 차별이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게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비하의 단어로 쓰이는 것 부터, '성 정체성을 바로잡는다'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전환치료까지. 단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사랑과 조금 다른 형태의 사랑이라는 것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을 보고 조금 더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동성에게 느낀 사랑, 감정으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는 엘리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는 몸과 마음이 단 한번 주어지지, 마음은 갈 수록 닳아 헤지고 몸도 똑같아. 시간이 흐를수록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져. 지금 너의 그 슬픔 그 괴로움을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엘리오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지금의 혼란은 일시적인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꺼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의 사랑을 잊으려고 하지 말고, 지금의 감정, 슬픔, 괴로움, 기쁨을 모두 간직하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자녀가 동성애로부터 벗어날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사랑의 경험으로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길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나에게 이 질문이 훅 들어왔다. 만약 내가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 아들이 동성애자였다면? 그리고 내 아버지는 만약 내가 동성애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솔직히 나는 엘리오의 아버지처럼 말할 자신이 없다. 지금의 혼란을 어서 벗어나라고, 이성을 다시 사랑하라고 강요하고 설득했을 것이다.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 사회에서 어떤 차별과 혐오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을 혐오한다. 그들의 편협하고 차별적인 사고를 혐오한다. 근데, 나는 그러한 사고로부터 자유로울까? 내가 만약 동성애자였다면? 만약 내 아들, 딸이 동성애자라고 내게 고백하게 된다면, 엘리오의 아버지처럼 말해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선뜻 '예'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나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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