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왜 여성의 위대함을 이야기 할까?
최근 나이키에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라는 광고인데, 엠버, 청하, 박성현 프로, 박나래 등의 셀럽들이 나와서 여성들이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 광고에서 소름 돋았던 것은 마우스 피스 소독 장면인데, 무언가를 끓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요리하는 여자를 상상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인다.
'광고'하지 않는 회사들이 있다. 나이키는 자신의 신발이 아디다스의 신발보다 가볍다고 광고하지 않는다. 그들은 위대한 운동선수들을 기리고, 스포츠 정신을 이야기 한다.
1997년의 애플은 자신들의 컴퓨터가 당시 경쟁사인 IBM보다 빠르다고 광고하지 않았다. 그들은 세상을 다르게 본 위인들을 이야기 했고, 그들의 정신을 기리는 'Think different '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회사가 광고에서 성능, 혜택 등을 타사와 비교하여 자사 제품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비싼 돈을 내고,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기에도 부족한 광고 시간에 위대한 인물들을 이야기 할까 ?
스티브 잡스는 마케팅의 본질은 '가치' 라고 하였다. 그리고 애플의 본질은 사람들의 업무 수행을 돕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아닌,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조 아래 애플은 지금도 애플 워치 덕분에 생명을 구한 사람들, 맥북 덕분에 원활한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사진 작가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요즘은 성능 과시에 좀 더 충실한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삐뚫어진 시각으로 봤을 때, 이런 광고들이 정말 선한 목적으로,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알리려고 한 것일까? 그들의 선한 의도를 나는 절반 정도만 믿는다.
우선 이 광고를 통해 그들이 정말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알리고, "우리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을 수도 있다. 허나 기업은 어디까지나 철저한 이익집단이다. 어떠한 광고든 간에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 광고를 통해 사람들은 기업이 "깨어있는 사고"를 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들의 선한 의도에 동참하기 위해 기업의 제품을 살 것이다.
또한, 자신은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고 싶으니, 깨어있는 기업의 제품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즉, 애플, 나이키의 제품을 구입해서 타인에게 '깨어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본질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떤 기업에게나 먹힌다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애플, 나이키이기에 본질을 이야기 하는 것의 효과가 발휘된다고 할 수 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기업들과, 수 많은 제품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서 자사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보다 솔직하게 프로덕트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는 광고는 제품을 차별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요소인 듯 하다.
이순재 할아버지가 나와서 인생을 이야기 하는 산타토익 광고,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캠페인을 통해 진정한 여행의 의미에 대해 다시 정의한 에어비엔비처럼 말이다.
글쎄, 이런 광고하지 않는 회사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취업 시장의 취준생의 경우 자신의 스펙을 강조하기 보다 이 회사에 입사하는 이유에 대해 강조하여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존재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고,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존재론적인 질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이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 말이다. 그 질문은 애플, 나이키처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다시금 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