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로, 나의 여러분, 나의 magic shop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그들의 이야기, <브링 더 소울 : 더 무비>

by 다흰

얼마 전, 한 대학교의 학보를 우연히 접한 일이 있었다. 여러 편의 글 중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글 한 편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내 10대 시절은 SM을 빼놓고 말할 수 없으며 내 자아는 여전히 SM 아이돌에게 상당히 빚지고 있다.

나도 슴덕(SM 아이돌 덕후)이었고 10대 시절을 온전히 그들에게 바쳐서 인지 저 구절이 더욱 와 닿았다. 게다가 한 인간의 자아가 형성된다는 가장 결정적인 시기에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에서 나 역시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어른들이 7080 시대를 그리워하듯 나도 나의 그때를 그리워하고 그 시절의 기억은 왠지 모르게 아이돌과 합쳐서 미화되어 있다. '그때가 그리운 걸까, 아니면 그때의 내가 그리운 걸까'라는 말이 있듯, 어쩌면 나는 하나에 푹 빠져 열정적이던 그때의 내가 그리운 거일 지도 모른다.

이런 나에게 있어 아이돌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전히 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록 지금까지 그 아이돌을 좋아하진 않아도, 그때의 추억은 지금의 나를 만든 자양분이기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 Daum 영화


그러다 BTS를 만났다. 재작년쯤 우울증이 조금씩 시작될 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나에게 우울증과 동시에 그 곳에서 벗어날 힘도 함께 주었다. 이전까지는 방탄의 노래를 즐겨 듣는 정도였다. 우연히 한 외국인이 만든 영상을 보던 중 노래가 좋길래 어떤 노래냐고 댓글을 남겼는데, 'Run'이라는 노래였고 그때부터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이후 몇 개의 앨범이 발매되는 동안 그들을 보며 외부의 힘이나 간섭 없이 오로지 노래로만 승부하는 그들이 신기했고 놀라웠다.

그리고 어쩌면 위로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우울증과 함께 당시 나는 버림받고 방황하며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었는데 이런 내게 그들의 노래는 큰 위로가 되었다. 가끔은 이런 내가 슬퍼지기도 한다. 현실의 사람보다 영화와 아이돌이라는 환상의 공간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슬프고 외롭게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내 우울증을 어느 정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큰 역할을 해주었다.

ⓒ Daum 영화


왜 그렇게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힘든 시기에 우연히 그들이 존재했을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쓴 가사들이 큰 공감이 되어서 일수도 있다. 항상 마음이 급했던 나에게 여유를, 상대방에게 맞추는 연애를 하던 나에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자존감이 짓밟혀 바닥을 기고 있던 나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Magic shop'이나 'Love myself'를 듣고 있노라면 그들 역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렇기에 이 가사를 쓰고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들 역시 자신의 결점까지도, 부족함까지도 사랑하고 끌어안고 있는지 말이다. <브링 더 소울>에서 남준이의 말을 들으면 그들 역시 아직 진행 중인 듯하다. 자신이 과연 남들에게 'love yourself'라고 자신이 말할 자격이 되는지, 자신은 충분히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지 자문하고 있었다.

아미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아미들에게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방탄소년단을 마음껏 "use"해도 좋다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러 명의 사람이 만나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며 더욱 더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그들이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다. 이것이 내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Daum 영화


내가 지금 방탄소년단의 팬이 되었다고 해서 10대 시절 내가 좋아했던 그 그룹이 마음속에서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 10대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그들에게 고맙다. 또한 나의 어두웠던 그 시간을 이겨내게 해 준 방탄소년단에게도 고맙다. 그들의 메시지가 나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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