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학교 1/4

- 이 맛에 선생 한다!

by 이상훈

올해도 고3 담임이다.

작년에 이어 연 2년째이다. 작년에는 어찌나 나를 힘들게 하는 녀석들이 많던지. 다시는 고3 담임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올해는 조금 순수한 녀석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지난겨울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재작년 1학년을 했을 때 가르쳤던 아이들이라서 친숙할 뿐 아니라 1학년 때는 엄청 순진했던 녀석들이었다. 아무튼 귀여웠던 녀석들이 드디어 나의 반으로 오게 된 것이다.


1학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번 봄은 유난히 벚꽃이 빨리 피었다. 교정을 벚꽃들이 아름답게 채울 무렵 내 마음에도 한 녀석이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그 아이 이름은 신우철! 일단 지각은 기본이었다. 오늘 아침도 지각이다.

“신우철! 너 또 늦냐? 지각하는 날이 제시간에 오는 날보다 더 많으면 어떡하냐?” 나의 아침 멘트이다.

“선생님, 내일은 안 늦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우철이의 아침 멘트다.

우리는 이런 멘트를 한 달이면 거의 15일 이상 주고받았다. 수업 전에 온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기쁨이 되었다.

“신우철! 수업 시작이다. 왜 안 오냐?” 내가 전화 걸었을 때의 멘트다.

“선생님, 다 왔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우철이가 전화받을 때의 멘트다.

우철이가 다 왔다는 말은 흡사 나의 어머니가 밥을 다 차려 놓았으니 일어나서 밥 먹으라는 말씀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우철이의 ‘사랑한다’는 입에 발린 소리가 나쁘지 않은 아침이다. 아침부터 다 큰 남자 녀석이 나이 든 남자 선생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이 징그럽기보다는 귀엽게 느껴질 때쯤 녀석은 헐레벌떡 들어왔다.

안 그래도 바쁜 아침, 지각생들을 체크하는 것은 교사의 숙명이지만, 내 자랑을 하자면 학창 시절 지각한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완벽한 나에게, 지각은 늘 이해가 안 가는 학생들의 행동 중 하나였다. 물론 이해 안 가는 것이 지각뿐이랴마는, 이해 안 가는 학생들의 행동도 이해하는 척해야 하는 게 교사라는 직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1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반장, 우철이 왔냐?” 1교시 수업 후 우리 반을 들러 물어보았다.

“선생님, 안 왔습니다.” 반장은 당연한 듯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거다. 아무리 늦어도 1교시에는 들어왔던 녀석이다. 뭔가 큰일이 난 것이다.

집에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우철이 핸드폰도 꺼졌다. 우철이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지난번에 한번 학교에 오신 우철이 아버지는 우철이를 정말 잘 알고 계셔서 그런지 연신 나에게 미안해하셨다. 내가 송구할 정도였다.


“우철이가 아직 안 갔나요? 아침에 분명 깨우고 출근했는데,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우철이 아버지의 목소리 너머로 여유가 느껴진다. 5분 뒤 내 전화에 우철이 번호가 뜬다.

우철이 번호를 저장해 놓지도 않았는데, 끝자리가 너무 익숙하다. 우철이다.

“야! 어디야?”

“선생님, 사랑합니다. 지금 날아가겠습니다.”

그렇다. 우철이는 큰일이 난 것이 아니라 큰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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