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학교 2/4

- 이 맛에 선생 한다!

by 이상훈

2학기가 되었다.

2학기가 되자, 아이들은 입시 원서 상담 및 접수로 인해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날도 더운데 하루에 7―8명씩 상담을 해야 하는 나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는 아이서부터 수시와 정시의 개념도 없는 아이까지 다양한 학생들과 나는 매일 마주했다.

“우철아 너는 뭐가 되고 싶냐?”

“선생님, 저는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정말 막연한 대답이었다.

사장이 그렇게 순수한 말일 줄은 우철이가 뱉어 놓은 다음에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무슨 과를 지원할래?”

“선생님, 저는 무조건 경영학과입니다.”

“야, 인마 너는 이과야. 경영학과는 문과 계열이잖아.”

“선생님, 이과는 경영학과 가면 안 되나요?”

“안 되지는 않지만, 이과에서 3년간 공부해 놓고 갑자기 문과 계열의 경영학과로 진학하는 게 이상하잖아.”

“괜찮아요. 어차피 이과 공부도 제대로 안 해 놓은걸요. 헤헤.”

그렇다. 우철이에게 문과니 이과니 이런 것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방 쪽의 경영학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충 충청도 쪽 몇 개 대학을 추천해 주었다. 사뭇 진지한 모습에 놀랐지만, 아무튼 영 생각 없는 녀석은 아닌 것 같았다.

원서 접수가 끝난 고3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캠퍼스 잔디밭을 뒹굴고 있다. 들뜬 수업 분위기를 누르기란 쉽지 않은 시기다. 또 슬슬 수시 합격생도 속출하는 교실에는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리는 풍경이 이어진다.

8교시 후 종례를 하러 반으로 갔다.

“저기 빈자리 누구냐?”

“우철이입니다.”

이 녀석 또 도망갔구나 하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교무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전화를 눌렀으니 우철이는 받지 않았다. 퇴근해서 잠이 들 무렵 우철이의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 ○○대학교 경영학과 합격하였습니다.”

나는 답문 대신 전화를 걸었다.

“우철아, 축하한다. 내일 보자.”

“선생님, 저 내일 또 다른 대학 면접 보러 가요.”

“그걸 지금 얘기하냐? 어이구, 아무튼 잘 다녀와라.”

“선생님 사랑합니다.”

핸드폰 문자 기능은 참 오묘하다. 얼굴을 보면 쭈뼛거릴 말들도 술술 나오니 말이다.

10월이 되었다.

고3에게는 연말이나 다름없는 시기다. 합격의 기쁨을 불합격한 친구들을 위해 표현하지 못하는 배려 깊은 녀석들도 있을 정도로 아이들은 너무 착하다.

“연주야, 지각비 정산 좀 하자.” 총무에게 지각비 정산을 시켰다.

수능을 앞두고 지각비로 간식이나 사 먹자는 약속은 지난달부터 했다. 총무가 지각자 리스트를 뽑아서 돈을 걷기 시작했다. 우철이는 밀린 4만 원가량의 지각비를 한 번에 냈다. 역시 통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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