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 중 최고로 이상한 사람이 교장이 되는가?
아마 1986년,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온 교장의 이름은 점득이었다. 어린 우리는 점득이, 점득이라고 불러 댔다. 그 교장은 월요일의 애국 조회 때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조회 때마다 화를 냈고, 지루한 얘기들을 쏟아 냈다.
어느 날 애국 조회 때 점득이는 내일부터 모든 학생은 교문을 통과한 뒤 무조건 운동장을 두 바퀴 돌고 교실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나는 속으로 ‘웃기고 있네. 점득이가 미쳤나?’ 하고 코웃음만 쳤다. 그런데 다음 날 교장실에서 창밖을 보고 있던 점득이는 운동장을 돌지 않는 몇몇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렀다. 그리고 아이들만 부르는 게 아니라 담임선생님들도 불러냈다. 담임선생님들 앞에서 아이들은 혼이 났고, 교장은 아이들을 혼내려는 목적이 아니라 담임선생님들을 혼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 이후로 운동장에서 친구 이름을 크게 불러도 점득이에게 혼이 났고, 뛰어가도 혼이 났다. 그냥 점득이 눈에 띄면 점득이가 수첩에 학생들 이름을 적었는데, 이름이 적히면 담임선생님에게 통보되었지만, 선생님들은 크게 혼내지는 않았다. 또 점득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글짓기를 하라고 전교 학생들에게 숙제를 냈는데, 그 숙제를 매번 까먹지 않고 아이들에게 알리는 선생님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각 반 반장들에게 글짓기한 원고지 가지고 교장실로 오라는 방송이 나왔는데, 선생님들은 갑자기 여러 명의 아이들에게 원고지를 나누어 주고, 한 편씩 쓰게 한 뒤 그 원고지를 반장에게 주라고 했다.
반장은 그걸 들고 자기가 쓴 것 마냥 교장실로 가져갔다. 점득이는 반장들의 글짓기를 일일이 검사하다가 글씨체가 다르다며 반장들을 엄청 혼냈다. 담임선생님들은 혼이 난 반장들을 위로하며, 괜찮다고 했다.
또 학교에 돌 미끄럼이 있었는데, 점득이는 그걸 타지 말라고 했다. 철로 된 차가운 미끄럼틀이 아닌 커다란 돌 미끄럼틀이라 아이들이 좋아했는데, 각 반 담임선생님들이 그걸 타지 말라고 조회나 종례 시간에 매번 강조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애들이 웃으며 떠드는 게 점득이는 싫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점득이도 사실 정신적으로 많이 아팠던 게 아닌가 싶다. 당시 여러 명의 선생님들은 교장이랍시고 이해가 안 되는 저런 짓을 하는 점득이를 보는 게 고역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점심 식사 후 선생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실에서 커피를 마실 때 다른 아이들은 놀고 떠들었지만, 나는 선생님들이 무슨 말씀하시나 들어 보았는데, 늘 점득이 어쩌고 점득이 어쩌고 했다.
우리처럼 선생님들도 점득이가 참 싫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