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중학교의 교사들은 거의 다 정신병자들처럼 느껴졌다. 그중 가장 이상한 3명의 빌런을 꼽아 보겠다.
(1) 요구르트 빌런 박×× 선생
박 선생은 등이 꼬부라진 사람이었다. 척추장애인이었다. 생각 없는 중학생들은 그를 꼽추라고 불러 댔다. 박 선생이 없을 때만. 박 선생의 키는 140㎝ 정도도 안 되어 보였는데, 박 선생은 첫 시간에 자기는 키가 더 자라야 한다며 다음 시간부터 번호대로 수업 시간에 요구르트를 준비하라고 했다. 나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요구르트가 교탁에 없는 날에는 무작위로 아이들에게 질문하여 답을 못 한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박 선생의 두 번째 수업부터 아이들은 빠지지 않고, 요구르트를 교탁에 놓았다. 박 선생은 수업 전 요구르트를 먹고 시작했다. 요구르트 말고 꼬모나 슈퍼 100(요거트 종류)이 교탁에 놓인 날이면 박 선생은 기분 좋아하며 아이들에게 매우 잘해 주었다. 아이들은 경쟁하듯 요거트를 준비했고, 혹시 요거트를 준비하지 못한 날은 다들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수업 시간을 보내야 했다.
(2) 완전 또라이 미술 최×× 선생
최 선생은 말을 더듬었다. 나는 말을 더듬는 것이 뭐 큰 흉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왜냐하면 학생들 중에도 그런 애들이 몇 명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술 시간이면 자기 혼자 무엇인가를 그리거나 깎거나 했다.
최 선생이 2학년 때 나의 담임이었는데, 그는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 이름 대신 야, 너, 등으로 불렀다.
어느 날인가부터 미술 시간에 빨랫방망이와 조각도를 가져온 최 선생은 조용히 자기 혼자 조각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 도깨비방망이를 완성하는 날에 너희들은 죽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몇 번의 미술 시간에 했다. 빨랫방망이를 깎아 만든 것은 완벽한 도깨비 방망이 모양이었다. 그럴싸하게 만든 도깨비 방망이에 물감 칠까지 한 최 선생은 토요일 미술 시간에 들어와 중간고사 성적 떨어진 아이들을 번호대로 불러냈다.
성적이 떨어져서 맞는 것이야 굳이 담임이 아니어도 각 교과 선생님들이 늘 하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 또라이 선생은 달랐다. 맞을 때마다 주문을 외우라는 것이다.
처음 다섯 대 맞을 때는 “성적 오를 것이다. 뚝딱.”
두 번째 다섯 대 맞을 때는 “성적 올랐다. 뚝딱.” 이렇게 외치라고 했다. 총 열 대 정도를 맞았는데 아프기도 아프거니와 친구들이 내가 맞는 장면에 웃어 대는 통에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이런 모자란 선생에게 맞는 내 모습이 정말 비참했다.
집에 가서 나는 엄마에게 다 일렀다. 벌겋게 부어오른 허벅지를 보신 엄마는 약을 발라 주시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만 하셨다. 그때는 모자란 선생도 인정받는 시대였다.
(3) 어디든 있는 신처럼, 예수쟁이 설×× 선생
예수쟁이는 여기저기 다 있나 보다. 설 선생은 장충동 대형 교회 장로인가, 집사인가였던 것 같다. 설 선생도 수업 시간에 “교회 다녀라. 천국 간다.”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매일 방과 후 쪽지 시험을 보고 매일 때리던 선생 같지 않던 저 선생이 마치 자기는 천국을 간다고 하니 우리는 그를 선생 취급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반 동우는 1인당 5만 원씩 모아서 청부 살인으로 설 선생을 죽여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농담 같은 말이 진지하게 와닿을 정도이니 설 선생이 우리 반 친구들에게는 진짜 싫은 존재인 건 확실했다.
어느 날 설 선생은 전학생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전학생은 설 선생이 다니는 대형 교회의 목사의 아들이었다. 목사 아들은 그날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설 선생은 목사 아들에게 각종 문제집을 챙겨 주거나 대놓고 칭찬을 했다. 나는 이때 국민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이었던 문 선생과 6학년 때 담임선생이었던 길 선생이 매일 오버랩 되기도 했다.
좋은 개신교 신자가 많다는 걸 나는 안다. 그런데 내가 만난 개신교 신자 선생들은 다 하나같이 왜 이럴까?
내가 교사가 되어 방학 때 어떤 학교에서 잠시 보충수업을 해 준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개신교 신자 선생님이 내 옆자리였었다. 그분은 늘 기도를 하고 계시고, 개신교 음악을 들으셨다. 난 그것까지는 다 이해하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반 반장이 선생님께 뭐 물어보고, 선생님이 대답해 준 적이 있었는데 반장은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니 그 선생님이 “그럴 땐 ‘아멘.’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했다. 이 광경을 옆에서 보면서 나는 이 선생도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