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상 검증 면접
나는 일단 기간제교사라도 해야 했다. 당시 대부분 사립학교는 정교사 채용 공고가 없었고, 정교사는 그 학교 기간제교사 중에 채용을 한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정교사 TO(결원)가 있어도 일단 기간제로 채용했다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뽑곤 했다.
그래서 기간제 공고는 진짜 많았는데, 정교사 채용 공고는 거의 없었다.
아무튼 나는 처음으로 이력서를 썼고, 멋지게 자기소개서도 썼으며, 근무 계획서 등도 썼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것이 천차만별이었다. 나는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학위증명서, 교사자격증,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수많은 서류들을 한 50장씩 떼어 놓았다.
일단 서울부터 지방 소도시까지 쭉 원서를 냈다. 우편으로 내라는 학교는 양반이다. 자필로 써서 직접 내야 하는 전근대적인 학교도 많았다. 한 달 동안 우체국과 학교를 다니며 원서를 냈다.
그런 노력에 비해 기간제 채용은 너무 쉽고도 엉성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50군데 정도 지원하였는데, 거의 절반이 넘는 25개 학교 이상 최종 합격하였다. 어떤 곳은 면접도 안 보았는데 합격 전화가 왔다.
처음 면접을 본 곳은 서울에 있는 한 여자고등학교였다.
여기는 면접 날짜 전에 나만 따로 특별 면접을 하고 싶다며 그 학교 교무부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소개서를 보고 나를 꼭 뽑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구구절절 잘 쓰긴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나를 왜 따로 보고 싶어 했을까? 어쨌든 나는 매형에게 겨울 코트도 빌렸고, 결혼식에 입었던 겨울 양복을 입고 그 학교를 찾아갔다.
그 학교에 도착하니 방학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나는 교무부장과 교감이 왜 나를 특별 면접을 하고 싶어 했는지 정말 궁금했다.
교감은 나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 주었다. 나를 채용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교감은 면접실에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데 그 질문들이라는 게 정말 의아했다.
“이상훈 선생님은 전교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감의 첫 질문이었다.
“전교조는 교사들의 단체로서 진보적인 정책에 어쩌고저쩌고…. 결국은 학생들과 학교, 교사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대답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즉흥적인 질문에 완벽한 문장으로 대답을 하다니….
그러나 내 대답이 있은 후에 교감이 물은 것은 더 이상했다.
“이상훈 선생님은 이라크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시 이라크 파병 문제로 국내가 시끄러웠고, 시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아침마다 늘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었는데 거기서 시사저널의 이숙이 기자(지금은 시사인)가 한 말을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대로 옮겼다. 물론 교감은 내가 이숙이 기자의 말을 옮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파병은 우선 그 나라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 국민들의 여론은 파병에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편입니다. 그리고 파병이 우리나라에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상황에서 파병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나는 말을 참 잘했다. 나는 당당하게 똑 부러지게 말하면서 ‘당신들은 진짜 사람을 볼 줄 아는 군.’ 이런 생각을 했다.
그 런데 이 학교 면접 질문은 이 두 가지가 다였다. 교감은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나는 첫 면접이었던 이 학교가 좀 이상했다. 아니 나에게 교사의 실무와 아무 상관없는 이 두 가지를 물어보려고 특별 면접을 한 것일까?
어쨌든 특별 면접까지 했으니 나는 출근 준비를 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결론을 말하면 그 학교에 나는 합격하지 못했다. 특별 면접까지 진행해서 뽑겠다고 해 놓고, 뽑으려고 보니 나의 사상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즉 사상 검증에서 나는 탈락한 것이었다.
합격자 발표일이 한참 지나 그 학교에 전화를 걸어 보니, 이미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고 했다. 결국 나의 사상이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이 학교의 경험을 통해 교사 채용 면접의 모범 답안들을 머릿속에 넣어 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