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교 재단 학교에 기간제교원으로 합격하고도 나는 여러 군데 교사 채용 공고를 뒤졌다. 아내가 우연히 신문에서 발견한 사립학교 정교사 채용 공고를 보여 주었다. 이 학교는 천주교 학교라고 하니 나는 더욱 끌렸다. 정교사 채용이니 더욱 좋을 수밖에. 그런데 1차 시험일이 너무 늦었다. 2월 중순 이후였다.
나는 일단 서류만 내 보자라는 마음으로 우편으로 서류를 보냈다. 1차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다. 2차 필기시험 일자가 공교롭게도 아내의 출산일과 겹쳤다. 나는 나의 첫아이 탄생을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진짜 나는 철이 없었나 보다. 그 학교에 전화해서 혹시 시험일 변경이 가능하냐고 물었으니까 말이다. 첫 전화는 교무부장이 받았는데, 나보고 꼭 시험을 보라며, 일단 상의는 해 보겠다고 하고 이따가 전화 주겠다고 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출산을 앞둔 아내가 있는 수험생을 배려하다니 역시 천주교 학교인가? 하고 생각했다.
상의하겠다고 해 놓고 전화가 안 와서 불안했다. 내가 직접 전화를 해 보았다. 이번에는 교감이 받았다. 이 교감은 나에게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이 교감과 나의 악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조금 후에 교무부장한테 다시 전화가 왔는데, 시험일을 옮기는 것은 어렵다며 나한테 꼭 시험을 보라고 했다. 계속 강조하면서. (후에 들은 얘기지만 당시 교무부장이 나를 꼭 뽑고 싶어 했다고 했다.)
2차 필기시험 날 긴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날은 필기뿐만 아니라 수업 시연도 있어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했다. 다행히 나는 강남에서도 학원강사를 할 정도로 강의는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
필기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수업 시연도 괜찮게 했다. 수업 시연은 이 학교 국어 선생님 모두가 평가를 해서 왠지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운 좋게도 2차 시험까지 통과한 나는 최종 면접만을 앞두고 있었다. 최종 면접날은 남들보다 정말 일찍 도착했다. 두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던 것 같다.
나에겐 일종의 자기최면 같은 것이 있는데, 그건 면접에 일찍 도착하면 그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나도 많이 안정이 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다행스럽게 내 아이는 2차 시험일에도 태어나지 않았고, 최종 면접일에도 태어나지 않았다. 아내의 배는 불렀지만, 첫아이는 늦게 태어난다는 우리 엄마의 말이 헛말은 아니었다.
2차까지 합격한 학교의 최종 면접 두 시간 전에 일찍 가서 수험생 대기실에 들어가려다가 복도를 청소하고 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그 사람은 나한테 누구시냐고 물었다.
“이번에 교사 채용 면접을 보기로 한 이상훈이라고 합니다.”
“아, 아이 태어나신다는 분. 혹시 아이가 태어났나요?”
“아니요. 아직 아닙니다.”
복도를 청소하는 걸로 봐서 행정실에 근무하는 분 같았다. 그 사람은 진공청소기로 계속 청소를 했고, 나는 면접 대기실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최종 면접에서 국어 2명과 사회 1명을 선발하기로 한 이 학교의 면접 대기실에는 20여 명 넘게 긴장하며 앉아 있었다.
면접실은 교장실이었다. 교장실에 들어가서 나는 깜짝 놀랐다. 아까 복도를 청소하던 그 나이 지긋한 남자가 교장이었던 것이다. 교장이 왕인 줄 알았는데, 2시간이나 먼저 와서 청소를 하다니. 정말 괜찮은 교장이라고 생각했다. 여기도 여전히 전교조 질문을 했다.
“저는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에게 소명을 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적 행위나 집단행동 등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교사가 되어도 전교조와 같은 단체에서 절대 활동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런 걸 퍼펙트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퍼펙트했다. 때로는 마음과 다르게 얘기하는 것에 더욱 진심을 담기가 쉽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전교조나 교총 등에 특별한 반감은 없는 편이다. 그냥 자기의 선택이니까. 현재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내 이 완벽한 대답에 교장은 이렇게 응수했다.
“전교조 그분들도 교육을 위하는 분들 아니겠어요? 그분들과도 함께 가야 하는 거죠.”
나만큼 이 교장도 퍼펙트다. 난 참 이 교장이 맘에 들었다.
시골구석에 있는 이 학교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이 교장은 참 맘에 들었다. 이 교장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이따가 서술해 주겠다. 이 교장이 얼마나 이상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