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맛에 선생 한다!
드디어 마지막 문학 보충수업의 시작이다. 오늘따라 정말 지루한 소설 작품이다. 작품을 분석하다가도 과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가 이렇게 난도질하는 걸 알까 하는 애처로움이 들기 시작했다.
수업 시작한 지 10여 분이 지났다.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가 고프니까 말이다.
그때다.
갑자기 뒷문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손이 아닌 것 같다. 발로 두드린 것 같다.
우철이다!
“와아….”
아이들의 환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우철이의 모습이다.
○○피자 배달 복장에 장화까지 신고, 한쪽 어깨에는 피자를 다른 쪽 어깨에는 콜라를 들고 나타났다.
“선생님, 저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우철이의 영화 같은 대사다. 아프긴 아팠나 보다. 얼굴이 반쪽이다.
“우철아!” 아이들이 우철이를 이렇게 반기는 모습은 처음이다.
“한 판은 고3 담임선생님들 드십시오.” 아무튼 예절만큼은 전교 1등이다, 우철이.
“오냐, 잘 먹으마. 오늘 수업 끝이다. 끝!!” 나는 10분 만에 수업을 끝내고 피자를 들고 교무실로 내려갔다. 아이들의 환호 소리와 웃음소리가 가을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포테이토 피자를 먹으며, ‘피자도 이렇게 달콤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날을 지각했던 우철이, 그래도 피자 배달은 지각하지 않았구나, 녀석.
퇴근길에 제법 가을 분위기를 내는 교정을 보면서 ‘올해도 또 그렇게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받고 상처 주고, 유통기한 1년짜리 사랑도 이제는 정해진 이별을 향해 달리는 것 같았다. 내년에는 또 다른 녀석이, 또 다른 우철이가 나를 울리고, 웃겨 줄 것이다.
학생이 그리고 학교가 날 속일지라도 나는, 나의 이 학교가 달콤하다.
추신) 우철이가 졸업한 지 1년이 지나 우철이 어머니는 그동안 선생님들께 감사했다면서 떡을 사 오셨다. 전교 선생님이 다 먹을 정도의 떡을.
그리고 우철이는 정확히 7년 후 피자집 사장이 되어, 피자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