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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 남을 바꾸는 일

리더의 가장 어려운 결단

by MPL

가장 힘든 일

세상에서 두 번째 힘든 일은 나를 바꾸는 것이고, 제일 힘든 일은 남을 바꾸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 맞는 말입니다.

남을 바꾸는 것은 힘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 자신도 바꾸기 어려운데, 하물며 다른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1년의 노력

회사에서 새로운 조직을 맡아 리더로서 지난 1년간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가 반복되는 직원이 있습니다.

이전의 리더가 업무보다도 이 직원의 상황을 더 많이 인수인계할 정도로 문제의 직원이었습니다.

수많은 1on1을 통해 피드백했습니다.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달래도 보고 어르기도 해 봤습니다.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입니다.


반복되는 문제들

회사 생활 경험이 부족한 3년 차 20대 직원입니다.

하지만 매번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문제를 키웁니다.

업무 마감을 지키지 않습니다. 지시를 하면 마감 기한을 어기는 것은 부지기수입니다. 일 자체의 진행 여부도 물어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습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됩니다. 중요한 문서의 숫자는 계속 틀립니다. 그로 인해 미스리딩을 하고 수습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말투에 예의와 존중은 없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 파트너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갑니다.

한두 번이면 실수입니다. 하지만 몇 년간 반복되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결단의 시간

이제는 제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기회는 숱하게 주었습니다. 이전의 리더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지금까지 변화를 기다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피해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직 전체의 버틀넥(bottleneck)이 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제게도 회사에게도 더 큰 도전이 예상됩니다. 엄청난 팀워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 명이 발목 잡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큰 문제가 야기될 겁니다.

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결단해야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하지만 해야 합니다. 그게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제가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리더십 철학과의 충돌

저의 리더십 철학은 '자율'과 '성장'입니다.

사회생활을 20년 이상 해오면서 항상 가슴에 품고 있던 키워드입니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쓰는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

이 정신도 리더로서 계속 지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믿고 맡기고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제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너무 늦은 결단

조직 내 불만과 불신이 가득한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결단을 못 내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더 빨리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변하지 않을까. 혹시 제가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혹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달라지지 않을까.

이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만 지쳐갑니다.

다 부족한 제 탓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결심해야 합니다.


잠 못 이루는 밤

어젯밤에도 이 생각에 잠을 설쳤습니다. 아직도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합니다.

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더 명확하게 피드백했어야 했나'

'내가 더 자주 확인했어야 했나'

'내가 더 엄격하게 관리했어야 했나'

저 역시도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한 명 vs 전체

리더의 가장 어려운 결단은 이것입니다.

한 명을 포기할 것인가, 전체를 포기할 것인가.

한 명에게 계속 기회를 주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한 명을 기다리면, 전체가 지쳐갑니다.

한 명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떠납니다.

한 명을 지키려다, 전체를 잃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리더가 내려야 하는 냉혹한 결단입니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율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이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성장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믿고 맡겼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참담합니다.

자율은 책임이 따를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성장은 노력할 때만 가능합니다.

신뢰는 결과로 증명될 때만 유지됩니다.


리더의 책임

올해 안에 결론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참 쉽지 않네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리더의 책임은 한 명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의 책임은 전체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참 마음이 무거운 날입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겠습니다.

내년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서.

결단을 내리겠습니다. 마음은 무겁지만, 해야 할 일입니다.

남을 바꾸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맡습니다.

하지만 리더는 결단해야 합니다.

마음이 무거워도 해야 합니다.


20251212.jpg 20251212 오늘의 날씨 _ 제 마음같이 오늘도 추운 날씨가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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