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젊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젊음을 믿었던 걸까

by 라즈베리맛젤리

중동 승무원이 된 평범한 ‘나’라는 사람




#흐름이 깨지다



4년 차,


너무 즐기며 내 몸을 돌보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너무 젊음을 믿었던 걸까.

계속되는 비행에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눈을 감으면 바로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은 결여되어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비행을 하고는 떡 실신을 하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비행 후의 잠은 꽤나 달달했다.

비행 생활에 너무나도 잘 적응한 나는 48kg에 입사했지만, 첫 1년 차에 60kg을 찍고 말았다.

그리고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가게 된 첫 휴가에서 나는 엄마의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괜찮지 않은 표정. 그래.. 살이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



당시, 막 비행을 시작했던 나는, 비행기에 그렇게 먹을 것이 많은 줄 몰랐다.

계속 마시고 먹는 게 이상하지 않았던 때가 바로 저때이다.

2년 차부터는 운동도 하고 조금은 살을 뺐지만 유지하기 바빴던 기억이 크다.


저 때 생긴 나쁜 버릇 중 4년 차까지 버리지 못한 것은.. 비행 후, 집에 돌아와 바로 먹고 자는 것.

한 마디로 나는 떡실신하기 몇 초 전까지 폭식을 해댔다.

먹기 전에는 잠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역시나'하면서 잠을 이기지 못하고는 침대에서 곯아떨어졌다.



그러한 나쁜 습관이 쌓였던 탓일까. 아니면 밤 비행마다 마셔댔던 커피가 문제였던 걸까.

사람이 잠을 자고 싶을 때 못 잔다는 게 엄청나게 괴롭다는 걸 경험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안 온다. 이상도 하지.

생활패턴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피곤해 죽을 것 같아도 눈만 감으면 심장소리는 왜 이렇게 큰지, 잡생각은 왜 이렇게 많이 드는 건지..



그때 나의 차악의 방법은 ‘비행 전 30분만 잠자고 가자’였다.

아침비행이든 저녁 비행이든 크류들에게는 왠지 모를 압박이 있다. 무조건 잠을 자고 가야 할 것 같은..

그러한 압박은 나를 더 잠 못 자게 했으며. 점점 더 나를 괴롭혀만 갔다.



이때, 정말 살고 싶어서 운동한다는 말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오래된 시니어들 중 운동 안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땐 내 일이 아니라고 치부하곤, 운동을 중요케 생각하지 못했다.

근데 이때 나는 정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시작했다.

'잠, 잠을 자야 해..'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운동이라면 치를 떨던 나였는데..

운동을 안 하면 얼굴 안색은 다크서클로 가득 찼고, 나를 저 땅 밑으로 짓누르는 듯한 피로로 인해서 살 수가 없었다.


잠을 못 자니, 모든 바이오리듬이 깨져서 나를 이곳저곳 아프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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