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전화 온 친구. 이 친구는 내가 중동에 살던 시절 같이 살던 룸메이트다. 나와는 찰떡같은 궁합을 자랑하는 절친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짜증을 내는 포인트와 웃는 포인트가 굉장히 절묘하게 잘 맞는다. 그래서 우리가 찰떡궁합인가 라는 생각을 가끔 한 번씩 해본다. 친구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스트레스라 어디론가 당장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조카를 돌보며 육아에 지쳐있던 터였다.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말했다. "우리 내일 제주도 갈래?" 서로 전화기 너머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너나 할거 없이 비행기표를 어서 사라고 서로를 푸시하기 시작했다.
중동에 살 적, 우리는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불렀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여행할 때 너무 잘 맞는다는 것. 특히 우리는 플랜을 짜는 파가 아니다. 있던 플랜도 가서 바꿔버리고 마는 기분파 여행자들이다. 그리고 이 친구와 여행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 급하게 준비한 이번 여행도, 서로가 렌터카와 숙소를 정하면서도, 단 한 번도 서로에게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항상 '고맙다, 이렇게 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잘했네' 등의 칭찬으로 서로를 으쌰 으쌰 해준다. 별거 없는 이러한 행동들이 우리의 관계를 더욱 더 끈끈하게 만들어 왔다.
시크하게 약속하고선, 우리는 제주공항에서 정말로 만났다. 친구는 서울에서, 나는 부산에서 출발했기에 우리는 제주공항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서로를 보면서 입이 찢어지게 웃었다. 정말로 나를 아무 생각 없게 만드는 이 친구. 내 인생에 이런 친구가 하나라도 있다는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했던 순간이다. 정말로.
나름 우리는 플랜을 서로가 준비해온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 먹기로 했던 흑돼지를 먹으러 가는 길, 그 길이 너무 무서워서 다시 돌아와서는 숙소 앞에 위치한 물횟집으로 향했고. 가기로 했던 카페 주차장을 지나치는 바람에 다른 카페를 찾아서 들어가게 되었고. 원래 가지 말기로 약속했던 성산일출봉을, 전날 밤에 가기로 약속하고는 새벽에 깨어서 무작정 다녀왔으며. 시간이 남는다고 뜬금없이 비 오는 날, 미술관을 찾아갔다.
플랜이 있는 듯 없는 우리의 제주도 여행은, 이러한 해프닝 속에서 웃음으로 가득했다. 계획에 딱딱 맞아떨어지는건 역시나 없었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그 과정들이 너무나도 웃기고 또 웃겼다. 예상치 못한 이 모든 해프닝들은 그 후에 우리가 만날때마다 이야기주제가 되어서는 빵빵터져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또 언젠가 함께, 훌쩍 떠나자고 말한다. 이 코로나가 끝나자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