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형 인간이 절대로 아니다. 그리고 어릴 적에는 내가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많이 속상했었다. 아침시간에 취약했던 나는, 일찍 일어날 때마다 남들보다도 더 힘들어해야 했다. 나이가 들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여전히 나는 아침형 인간이 나의 삶이 아님을 철저히 깨닫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힘든 순간에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커피다. 특히 커피의 향을 함께 상상하면, 누워있던 잠자리에서도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리고는 눈이 반짝 반짝이면서, 빨리 커피의 향이 가득 나는 그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아침을 분주하게 보낼 수 있다. 아침에 부쩍이나 게으른 나에게, 커피만큼 좋은 알람은 없었다. 한마디로 커피는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에게, 아침을 선물해주었고. 그나마 내가 아침에 일어나야만 하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그만큼 커피는 내 인생의 활력이나 다름없었다.
커피와의 인연은, 내가 처음 시작했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였다. 20살 때 처음으로 커피전문점이라는 게 생겼고, 사람들이 커피를 사 먹는 게 신기했다. 당시에는 싼값이 아니었으니. 라테가 무엇인지, 모카는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나는 사장님의 배려로 하나하나씩 습득해갔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왜 아메리카노를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쓴 물을 왜 마시는 걸까?' 내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은 달달하고 커피맛이 그나마 덜 나는 음료들이었다.
마음씨 좋으셨던 사장님은 '오늘은 어떤 커피를 만들어줄까?' 하며 나에게 매일 커피를 맛볼 수 있게 해 주셨다. 비싼 커피를 조금씩 맛볼 때마다, 괜히 어른이 된 것만 같은 그러한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은 환경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천천히 커피라는 늪에 빠지고 말았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가는 나의 머리칼에서도, 옷에서도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향이 너무 좋은데?' 뜻하지 않게 카페에서 일하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커피 향에 중독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다행히 커피는 당시 젊은 나를 잠 못 자게 한다거나 힘들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커피의 향과 맛은 내가 하루에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버리고 마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먹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니, 슬슬 나는 나의 성향을 점점 더 잘 알아가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나는 술보다는 커피를 훨씬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릴 때는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셨지만. 지금은 술과 커피를 고르라 한다면, 당연히 커피를 고를 것이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분위기 쩌는 카페에 가서 커피맛이 아주 찐하게 나는 커피를 마시며 나름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그리고 이게 내 성향에 아주 적합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술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친구들과 친해지고 있었다. 노는 방식에 따라서 만나는 사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버린 30대였고, 그렇게 나는 커피라는 매개체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커피는 친구들을 만날 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커피는 나와 함께 한 지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커피는 가장 나를 나답게 해주는 존재이다. 과연 커피가 없었다면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아침에 일어났고, 어떠한 친구들과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지..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커피는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의미 있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