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빨 없는 홈베이킹

없는 살림에 케이크 만드는 요즘

by 라즈베리맛젤리





어제도 일어나자마자 집에서는 멀지만, 물건이 조금은 더 다양한 마켓으로 향했다. 그 마켓에 베이킹 재료들이 그나마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베이킹에 꽂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베이킹이 재미있는 이유는, 망하면 너무 화가 나지만 성공했을 때의 희열이 너무나도 크다. 물론 나는 망하기도 많이 망했다. 비루한 변명을 해보자면,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집에는 아무런 베이킹 도구들이 없다. 베이킹을 하기 위해서 당연히 있어야 할 오븐도, 전동 휘핑기도 없다. 그래서 유튜브에서도 노오븐 베이킹 혹은 노휘핑기 베이킹의 레시피를 찾아서 따라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오븐이 없으니 베이킹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앞 동에 살고 있는 동기가 베이킹을 시작하는 것을 봐버렸다. 없는 장비를 하나하나 구입해서 하나부터 열 가지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대견해 보이기만 했다. '나도 해볼까?' 그러고서는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베이킹 장비들만을 찾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있는 지금. 이 모든 장비들을 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붙잡았다. 일이 너무 없는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짐을 싸서 한국으로 갈 수도 있으니, 최대한 짐을 늘리지 말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결국에는 장비가 없다는 핑계로 베이킹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 떠있는 '노오븐 홈베이킹'을 발견해버렸다. 한마디로, 오븐이 없이도 베이킹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유투버들이 나처럼 장비가 없는 사람을 위한 레시피들을 많이도 올려놓았다. '이럴 수가' 신세계였다. 그 모든 레시피들을 보고 있자니, 세상엔 너무나도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다들 천재 아니야? 어떻게 이런 레시피를?'



오븐이 없는 대신에,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 위에 중탕으로 올려놓는 방식이었다. 혹은 냉장고에 굳히는 형식들도 많이 존재했다. 베이킹의 기본은 오븐에 굽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따라 하기 너무 간편한 방식들로 가득했다. 물론 오븐이나 휘핑기가 있으면 더 좋은 질의 베이킹을 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락다운을 진행하고 있는 이곳 홍콩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들과 전자레인지 하나로 다양한 것을 만들어내어 집에서 냠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할 뿐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어떠한 장비도 없이 만들어냈다는 간소함 그리고 뿌듯함도 한 몫했다.



어제도 전자레인지로 완성한 초코 컵케이크와 냉장고에 굳혀놓은 티라미수 케이크를 들고는 동기네 집에 놀러 갔다. 그 동기는 밥솥에다가 치즈케이크를 만들어놨다. 서로가 없는 살림에 야무지게 잘 만들었다며 꺅꺅거렸다. 그렇게 우리는 장비 빨은 못 받았지만, 우리 집안에 있는 살림으로 소소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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