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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베리맛젤리 Jul 30. 2020

나는 모난 사람인 걸






"나는 내가 모난 사람이라고 생각해"


 최근 친해진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이다. 친구들은 궁금증을 가득 가진 얼굴로 더 많은 이야기를 기다리지만. 사실 더 이상 해줄 말은 없다. 그저 나 자신이 모난 성격을 가졌다는 걸 최근에 알아 버렸을 뿐. 이걸 인정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나는 내가 엄청나게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음 맞지 않은 친구가 있는 모임. 그곳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나를 괴롭히고 있는지를 발견했다. 그렇게 멀어지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길수록, 나는 내가 모난사람이라 그렇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요즘은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도 모르게 남들의 인간관계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남들도 나처럼 이렇게 버거워하는 부분이 있을까?' 괜히 나만 모난사람인것 같아서 마음이 축 늘어질 때마다 인간관계에 대한 짧은 클립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곤 한다. 그걸로는 모자라서, 브런치에 있는 글들도 하나하나 다 읽어본다.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정말로 끝이 없다.



어릴 적에는 친구와의 관계 안에서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했었다. 나이가 들어버린 요즘은, 그저 나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해졌다. 한마디로 친구보다 나 자신이 더 중요해지는 그러한 당연한 순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다는 게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꽤나 실감하는 중이다.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릴 적, 한두 개만 잘 맞아도 친해질 수 있었던 친구들을, 지금은 찾기가 힘들다. 원하고 바라고 서로 맞아야 하는 게 더 많아졌으니.. 어떠한 사람은 너무 긍정적이라 나랑 맞지 않은 것 같고, 어떠한 사람은 너무 부정적이라 나랑 맞지 않은 것 같고.. 이러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계속하고 있자니, 내가 너무 모난사람이라는게 더욱더 확실해질 뿐이었다.



착잡한 마음에 찾아본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유튜브 혹은 브런치. 간접적으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인생사를 들어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모두가 인간관계를 버거워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듯 보였다. 물론 그들이 나처럼 모난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만 안심이 될 뿐이었다. 인간관계가 힘든 게 나뿐이 아니라는 안도감. '다행이다..' 나 혼자만 이렇게 버거워하는 게 아니라는 마음에 괜스레 마음이 놓였다. 조금은 모나게 살아도 된다는, 나 자신을 합리화를 시키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조금 더 여유로운 인간관계가 될 줄 알았지만, 여전히 20대의 그 느낌이다. 여전히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버거워하며, 혼자 안락한 생활을 하다가도. 혼자 있는 게 몸서리치게 외로워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 또 오랜만에 사람들과의 재미있는 대화로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 또다시 마주하는 마음속에 움트는 미움의 감정.

그리고 이 미움이라는 감정을 보고 있자면, 가끔은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혹은 답답하기도 하다. 결국은 또 인간관계에서 오는 이러한 딜레마가 나를 괴롭히기 일쑤다. 



이러한 마음의 끝은, 또다시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내가 너무 모난사람사람이라 그런 걸까?'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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