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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Nov 03. 2024

자폐스펙트럼 아이는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할까?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감정 (1)

감정 표현을 잘하는 자폐스펙트럼 아이들

흔히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항상 무표정하며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말 그대로 스펙트럼이기 때문에 자폐인들마다 감정 표현의 폭은 매우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감정 표현이 풍부한 자폐스펙트럼 아이들도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자폐스펙트럼 아이들만큼 많다. 신경정형인들 중에서도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참고로 앨리스는 자폐스펙트럼의 범주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감정 표현이 매우 풍부한 쪽에 속한다. 앨리스는 아기 때부터 항상 잘 웃었고 표정도 매우 다양했다. 이 때문에 앨리스를 잠깐 본 사람들은 앨리스에게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음을 믿지 않았다. 앨리스가 기분 좋을 때의 모습을 편집해서 만든 “자폐스펙트럼 아이 기분 좋을 때”라는 영상을 보면 앨리스의 표정과 감정 변화가 얼마나 극적인지 잘 알 수 있다. 


https://youtube.com/shorts/EFYjLZ6dBkQ?si=57JZif_mCX1v2AvW


그런데 이 영상에 달린 댓글(인스타그램)의 상당수가 아이가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자폐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폐인들을 감정 표현을 안 하는 (혹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자폐스펙트럼 아이들

자폐인들의 감정 표현 능력이 신경정형인들만큼 다양하다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은 어떨까? 흔히들 사람들은 자폐인들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인, 우영우의 특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극 중에서 우영우가 연인관계인 이준호에게 급작스럽게 이별을 고한 후 준호는 혼란스러워하지만, 영우는 상처받은 준호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현재 맡은 사건에 대해 흥분하여 장황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4회 장면). 나는 이 장면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는데 왜냐하면 자폐인의 감정 인식에 대한 드라마의 묘사가 너무나도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앨리스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기보다는 자신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을 더 우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자폐인들은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 앨리스의 경우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아예 못할 때도 있지만, 과잉 공감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장난을 치기 위해 과장된 표정과 목소리로 무섭게 말하면 장난을 인지하지 못해 오열을 할 때도 있었고 내가 아프다고 말하며 누워있으면 아무리 꾀병으로 보여도 얼굴을 찌푸리고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따라서 자폐인들은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하다기보다는 타인의 감정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자폐인들이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사이코패스와 비슷하게 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자폐인들은 타인의 감정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 다시 말해 자폐인들은 인지적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정서적인 공감에는 문제가 없어서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에 누구보다도 더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경우 인지적 공감에 문제가 없어서 타인의 감정 변화에 대한 이해가 빠르지만 정작 정서적으로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 자체에 관심이 없다.      


감정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어떻게 도와줄까?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가 무심하다는 오해를 받지 않게 하려면 타인의 감정을 잘 읽을 수 있도록 감정 읽기 연습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자폐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사람의 표정과 감정의 이름이 적힌 그림이나 사진을 감정 읽기 연습에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그림이나 사진에서 묘사되는 사람의 감정은 상황에 대한 묘사가 없다면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그림이나 사진 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양육자가 직접 생활 속에서 특정 감정의 구체적인 상황과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낼 때 아이가 그 신호를 읽고 위로하는 반응을 하기를 원한다면 실제로 양육자가 아픈 상황이 되었을 때 아이에게 양육자가 아픈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신호를 알려 주어야 한다. (양육자가 아플 때 어떤 표정인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그리고 아이가 그 신호를 읽으면 해야 할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이런 활동을 꾸준히 반복한 결과 앨리스는 엄마가 피곤해할 때, 슬퍼할 때, 속상해할 때, 아파할 때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입력이 되었다. 그리고 앨리스는 본인이 한 말에 엄마가 감동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느낀다. 따라서 자폐인들이 타인의 감정에 무관심하다는 말은 결과적으로는 틀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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