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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살찌는 계절

여름은 야반도주 중

by 윤서


이 순간, 누군가 내게 속삭인다. 이제 바다엔 노을밖에 없대. 나는 그대로 믿는다. 빅토리아에서 밴쿠버로 돌아오는 페리에서 만났던, 바다에 사는 노을








여름내 기다리던 비가 가볍게 몇 번 지나간 후 기온은 뚝 떨어져서,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여름은 야반도주 중. 인사도 못했는데... 너무 헤프게 햇살을 흘리고 다닌다고 구박한 적 있어서 조금 미안하다.


삐졌나?


먼 산으로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 한 시간 반쯤 빨라졌다. 여름엔 저녁은 없고 낮고 밤만 있는 것 같았는데 요즘, 노을이 점점 예뻐지고 있다. 저녁마다 내 감탄사를 한 줌씩 집어먹더니 도톰하게 살도 오르는 중.


이젠,


가을이라 불러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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