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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고양이컵, 삼국지, 스웨터 완성

by 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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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이가 indigo의 머그를 두 개 사왔다.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는데 늘 쓰는 머그보단 좀 작다. 티팟이 아니라 큰 머그에 모닝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커피잔으론 마땅치 않아 뭘 담을까 궁리하다가 아! 가끔 마시는 핫초코 잔으로 딱 맞춤이다. 뜨겁고 달달한 걸 마시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계절음식(ㅋ)이 핫초코인데 생각 없이 쓰던 머그에다 만들면 늘 남긴다. 컵에 꽉 차지 않게 만들면 되는데 왜 그러지 않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자주 안 마셔서 그런가 매번 잊는다.


크림색 컵의 색감이나 입술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워서 핫초코를 마시고 싶은 마음과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금세 가르릉거릴 것 같은, 약간 돌출된 까만 고양이. 너무너무 귀엽다. 살아있는 고양이가 아니라서 만만하고 볼수록 정이 든다. 이러다 진짜 고양이도 쓰담쓰담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소한 것이라도 마음에 들어 예뻐하면 기억 속 어딘가에 야무지게 저장되었다가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 글을 쓰면서 바로 이 머그가 떠올랐다. 까만 고양이 덕분에 주제와 어울리는 소품이라 머릿속에서 꼬마전구처럼 반짝, 생각이 떠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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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디어 삼국지 오디오북을 다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듯이 삼국지의 후반부는 어수선하고 몰입도가 떨어졌다. 내게는, 다시 읽거나 들을 만큼 재밌지는 않았고 항간에 떠도는 소문만큼 인생이나 처세를 위한 신박한 교훈도 없었지만 그래도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훨씬 나은 건 확실하다. 마치 좋은 재료들로 만든 음식이 그리 맛있지는 않았지만 몸속으로 들어가 내가 알 수 없는 작용을 거쳐 조금이나마 몸을 건강하게 해 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삼국지 오디오북이 끝날 무렵, 뜨고 있던 스웨터도 완성을 했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니 크리스마스 색깔로 떠달라며 초록색을 원했다. 나는 평소에 입어본 적도 없는 색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나쁘지 않다. 사진보다 조금 더 진한, 딱 크리스마스트리 색깔이다. 스웨터를 선물 받으실 양반의 취향이 좀 특이해서 그것에 맞추다보니 내 마음에 쏙 드는 스웨터는 아니지만 아이가 입으면 예쁠 것 같긴 하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스웨터를 하나씩 떠주는 것도 꽤 좋은 선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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