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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Sep 30. 2023

남자는 핑크지.

꽃을 단 헌터



아이들에게 담요를 떠주면서 헌터에게도 '내가 사랑한다는 물증'을 보여주고 싶어서 스웨터를 떠줄까, 목도리를 떠줄까 고민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한겨울 눈밭에서도 맨몸으로 뒹구는 녀석이라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해서 대신 작은 꽃을 떠서 하네스에 매달았다.


남자는 '핑크'지.


너무 귀여워서 우리는 '꽃을 단 남자'어쩌고 하면서 영문도 모르는 녀석을 끌어안고 호들갑을 떨었고, 산책할 때 만나는 사람들도 쳐다보며 미소 짓길래 잘한 짓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며칠 만에 꽃을 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 할머니가,


오우~ 점잖게 잘 생겼네. 근데 암컷(girl)이구나?


그러니까 그 말씀을 분석해 보자면,

암컷인데 좀 덜 예쁘게 생겨서 사람들이 자꾸 수컷이라고 하니까 정체성을 오해하지 않게 하려고 꽃을 만들어 달아 준 거지?


미안해 헌터야.

내 생각이 짧았다.

근데 파란 꽃을 달았으면 그런 소리는 안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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