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종이책으로 두 번 읽었는데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스웨터를 뜨면서 오디오북으로 다시 듣고 있다. 오만과 편견을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취향에 안 맞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십 년쯤 후에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라 두 번째로 읽었다. 이제야 그녀의 문장에 새삼 매료되고, 품위 있는 연애와 밀당에 재미를 느끼고, 세심하지만 그저 일상적인 어투로 알려주는 당시의 관습이 흥미롭고, 가족과 친구사이의 의리와 믿음을 생각하고, 그녀의 통찰력과 시대를 앞서갔던 총명함에 감탄한다.
첫인상에서 지나친 자부심으로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다아시, 그에 대한 편견을 가졌던 엘리자베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앤딩인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는 문장으로 비단 연인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을 때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또한 이 두 사람의 상황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다시 제목을 떠올리며 과연 내가 '오만'이나 '편견'이란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있었는지 의심하게 될 만큼, 우회적이지만 깨달음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문장들을 만난다. 짜릿하다.
오만과 편견은 제목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요즘엔 마치 유행처럼 서술형 제목이 흔하다. 나도 가끔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더 고민하지 않고 쉽게 가려고 한 문장같은 제목을 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제목은 함축적인 단어일 때, 묘미가 있다.
이 책의 원래의 제목은 첫인상이었는데 여러 곳에 원고를 보냈지만 출판하겠다는 곳이 없다가 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오만과 편견'이라고 제목을 바꾼 후에 출판이 되었고,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문학뿐 아니라 심리학 쪽에서도 할 얘기가 많은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