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도 어느덧 4년이 되어간다. 5년 차 부부에 접어드는 셈이다. 우리 부부는 한국의 '5년 차 부부' 이미지에 쏙 들어맞진 않는 것 같다. 5년 차 와이프인 나는 일 하는 작가이자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되었다. 남편은 드럼 치는 직장인이 되었다. 내년, 후년에 대한 계획을 세워 보았다. 남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도 예상치 못했던 '각자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나의 앞 날도 기대되지만, 지난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남편의 내일도 궁금하다.
결혼은 자신의 욕구를 깎고 깎아 가족이란 큰 그림에 맞추는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독립'이 아닌 부부 두 사람을 중심으로 가족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라 여기는 이도 있다. 결혼의 관점과 이미지는 저마다 조금씩 혹은 아예 다르다. 결혼 제도는 매우 관습적이고 변화가 느릴지라도 개인이 욕망하는 것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결혼의 이미지가 너도 나와 같을 거라 여기고 이 부분을 쉽게 간과한다. 나는 어떤 삶을 진정으로 소망하는 사람인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걸 존중하는지 비난하는지 알지 못한 채 결혼하기도 한다. 왜 그런지 알 법하다. 대다수가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나 깊은 애정에 기반하여 결혼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필 '결혼할 나이'에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거나 아님 결격 조건이 크게 없는 상대이니 결혼하거나 심지어 부모님 은퇴 직전이라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선택이 향후 만족과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아무렴 상관없다. 살다 보니 '결혼' 혹은 '가족' 이란 단어에서 서로 갖고 있는 이미지가 상이하여 갈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춰가는 게 결혼이라 말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애초에 근본적인 관점이 다르면 차이를 좁히는 건 쉽지 않다.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엄청난 감정과 에너지를 감당하기엔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과 인내는 유한하다.
우리에게 결혼은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이었다. 가족은 우리 둘이고, 미래의 초점은 각자 영역에 대한 인정이다. 어떤 이가 내 책 제목 '우리 둘만 행복하기로결정했습니다'를 보고 말했다. 결혼은 결코 둘만 행복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일견 맞는 말이다. 부부 둘 관계에 부모를 비롯한 타인들의 의견과 간섭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관점에서 보면 말이다. 우리는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무엇보다 우리 둘만의 행복과 안락을 일 순위로 두며 살고 있다. 타고난 성향은 아예 다르고, 다툼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릴 묶어준 기본적인 관점에는 변함이 없다. 미친 듯 싸울 일도, 큰 불만도 없다. 관계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으니 공부든 일이든 뭐든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누군가가 내게 결혼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남편이랑 함께여서 좋다고 답한다. 이 말이 '결혼'과 같은 뜻은 아니다. 묻는 사람이 생각하는 '결혼'과는 형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건조한 어조로 하나 더 붙이자면, 결혼은 국가의 제도에 불과하다. 원활한 국가 운영이 목적일 뿐, 애초에 개인 차원의 행복 같은 걸 보장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결혼해서 행복하다'는 말은 웬만해서 쓰지 않는다. 결혼을 권장하는 입장도 아니다. 다만 나와 죽이 잘 맞고, 서로 존중하고 응원하며 사는 경험은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좋다고는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