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캠퍼
털북숭이 너희들과 모든 순간을 함께
바야흐로 반려동물의 시대다. 끝까지 내 편, 내게 웃음을 주는 친구이자 산책하게 만드는 삶의 동반자. 그런데 일상은 우리의 소중한 반려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스러움을 선사하지 않는다. 특히 동행하고 싶은 장소에 데려갈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찢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비행기에 오르는 일은 반려동물 인구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강아지는 기내에 탑승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승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행여 강아지가 갑자기 짖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욱 예민해진다. 그래도 반려동물과 함께 탑승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교적 행복한 일이다. 덩치가 큰 개들은 영락없이 화물칸으로 향한다. 온도와 습도 등 동물이 머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충족시켰다고들 이야기하지만 반려동물은 왜 자신이 난데없이 보호자와 떨어져 무서운 화물칸에 홀로 갇혀야 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어디 그뿐이랴, 식당이나 카페, 해변, 숙소 대부분은 반려견을 환영하지 않는다.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힘들고,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눈치 보고 신경 쓰느라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 채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된다. 반려동물과 나란히 기내에 앉고, 즐거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모든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로망이 되어버렸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로망을 실현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반려견과 휴가를 계획하는 반려인 가족이라면, 그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웃음이 그렇듯 행복은 모일수록 커지고, 사랑이 그렇듯 의미는 공감받을수록 견고해지니 말이다. 반려견 가족들과 보낸 제주도 캠핑 여행을 소개한다. 가족, 친구, 동료이자 삶의 일부가 되어 사랑으로 키우는 존재가 환영받지 못할 이유는 없음을,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하는 세상은 더욱 커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확신을 힘주어 전한다.
✈ 프로젝트 <나다운 진짜 제주>는 나답게 제주도를 경험하고 있는 제주 로컬 8인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가 제주에서 나다움을 실현하길 바라요. 소수만 알고 있는 제주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여행하려 해요. 우리가 소개할 가장 제주다운 동네, 작은 가게, 숨은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어요. 훗날 마음에 담아둔 제주 곳곳에서 “나다운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반려동물 가족이 김포공항에 하나둘 모인다. 낯선 공항에서도 반려동물은 점잖다. 어느새 우리는 많은 여행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캐리어에 들어가 발권을 기다리는 털북숭이 친구들의 모습은 제법 의젓하다.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 평소와는 다른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착륙 시 안전을 위해 반려견을 전용 시트 위에 앉혀주시고 목줄을 매 주시기 바랍니다.” 18마리의 반려견, 그리고 그 가족들과 비행기에 올랐다. 국내 최초로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은 반려견 동반 탑승 전세기다. 반려견도 탑승권을 발급받았다. 사전 교육 덕분인지 강아지들은 제법 차분하고 여유 있게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중 ‘룽지’라는 치와와 친구가 있었다. 지난해 룽지와 제주도 여행을 준비했던 강석영님은 항공사로부터 수화물 탑승조차 거부당했다. 치와와나 퍼그와 같은 단두종은 수화물 칸에서 질식사나 호흡곤란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렇게 나란히 강아지와 옆 좌석에 앉아 여행하게 되다니, 꿈만 같다. 유기견이었던 룽지와 가족을 이루게 된 후, 모든 여행지의 선택 기준은 맛집이나 관광명소가 아닌 룽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게다가 이제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얼마든지 반려견들도 안락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반려견을 수화물 칸에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털로 덮인 친구들’ 대표 김지연은 우선 훈련사들과 함께 반려견 기내 탑승 안전 메뉴얼과 반려견 동반 제주 여행 제안서를 만들었다. 여러 항공사에 제안서를 보냈고 마침내 ‘하이에어’ 측에서 긍정적인 답이 왔다. 이후 하이에어는 반려견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기내 반려견 좌석 승인을 받았고 지난 2월과 3월 반려견과 함께 탑승해 울릉도 상공을 비행하는 예행연습도 거쳤다. 이후 하이에어 측은 반려견 동반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수요가 있다면 매주 전세기를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려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구좌읍에 위치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하도리 마을. 이곳의 하도리 해변은 함덕이나 김녕에 비해 인파가 비교적 적은 곳이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에 해변에서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 해변 중 몇 안 되는 멍비치인 하도리해변은 조용하고 한적하다. 불꽃놀이를 벌이거나 큰 음악 소리가 없어 반려견들에게도 편안한 장소다.
넓게 펼쳐진 뻘과 잔잔한 바닷물에서 조개를 잡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그사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모래 위를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다. 썰물때 드러나는 이끼 낀 낮은 현무암의 바위들 사이를 건너다니기도 하고 해맞이해안로로부터 하도리, 그리고 종달리 일대에는 삘기꽃과 수국이 만발한다.
해변 인근의 하도카약에서는 카약을 빌려 바다로 나갈 수도 있는데 반려견 동반 탑승이 가능하다. 부드럽게 물살을 밀고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배 안에서 강아지들은 제법 편안해 보인다.
‘바다’라는 단어는 많은 꿈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 누구나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도 시도할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이 바로 요트 탑승이다. 왜 그런지 우리의 뇌리에 호화로운 활동이라고 입력된 까닭이다. 그런데 이 호사를, 이 이국적인 정취를 우리의 사랑하는 털북숭이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탁 트인 바다를 보기에 도두봉은 이상적인 곳이다. 이곳을 가려면 도두항을 거치게 되는데 이곳에서 요트들이 떠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요트 한 대를 예약해 18마리의 반려견과 식구들은 요트위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요트로 달리니 전혀 새로운 제주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육지의 모습, 제주도가 이렇게나 이국적인 곳이었다니, 새삼 마음이 들뜬다.
곱고 흰 모래사장이 펼쳐진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걷는 올레 19번 코스 서우봉 구간은 물빛이 남달리 아름다운 곳이다. 남방돌고래를 이곳에서 방사했다고 하는데 어딘가에서 돌고래들이 신나게 헤엄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서우봉은 유채꽃으로도 유명한데 살짝 높은 언덕에 서 있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나무들과 꽃,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다. 털북숭이 친구들도 산책하기 좋은 고운 땅으로 길이 조성되어 안심하고 즐겁게 산책할 수 있다.
저녁나절이 되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텐트를 쳤다. 푸른바다 펜션은 말 그대로 제주의 푸른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한쪽 부지는 캠핑장으로도 이용이 가능한데, 강아지들을 대거 동행한 우리들이 머물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조금만 걸어가도 아름다운 물빛을 자랑하는 바다가 쫙 펼쳐지고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의 향도 그윽하다. 이 풍경을 바라보며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강아지들은 이리저리 마음껏 냄새 맡고 뛰어다닌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텐트 안에 마련하고 밖으로 나와 불을 지피고, 이것저것 챙겨온 음식 재료들을 꺼내 요리를 시작한다. 장작불을 중심으로 다 같이 둘러앉아 불멍을 하고 있자니 세상의 모든 평화가 모여든 것만 같다. 반려견들에게 자연은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그들만의 놀이터다. 온갖 냄새와 보드라운 풀밭의 촉촉함, 맛있는 캠핑 음식, 그리고 가족, 어느새 시간은 깊은 밤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다음 날 아침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바라볼 아침 바다를 기대하며, 굿나잇!
제주 푸른바다 펜션
제주시 구좌읍 별방길 109
☎ 064-782-7788
글: 김지연
사진: 류정철
에디터: 지은경
제작: 마이리얼트립
✈ 마이리얼트립에서 나다운 진짜 제주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