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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링링 Dec 24. 2021

일상을 견뎌내는 힘이 있나요?

어느덧 2021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나에게 2021년은 마냥 행복한 해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내게는 그 외에도 많은 변화와 힘듦이 있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잠을 잘 자고, 간단히 해야 할 일을 바로 움직여서 하는 것. 이런 일상을 해내는 힘이 없었을 때가 있었다. 우울증이 찾아온 것이다. 우울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서서히 온다. 조금씩 몸과 마음에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올해 초 너무 많은 업무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feat. 월급루팡), 육아로 과부하가 걸리면서 번아웃과 함께 우울증이 찾아왔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우울증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은 충분하지가 않다.

그거 그냥 마음먹으면 괜찮아지는 거 아냐?

하며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지금은 그만뒀지만, 9년 차 다니던 회사의 인사팀장은 내가 우울증 관련 대학병원 진단서를 가지고 가서 휴직을 요청했더니, 이런 말을 했었다.

이런 진단서는 누구나 다 떼주는 거 아냐? 왜 자꾸 갖고 와서 괴롭혀?


어쨌든 일상을 견뎌내는 힘이 없어지면 확연한 차이가 바로 생활에서 나타난다. 밥을 맛없게 먹을 수 없고, 심하면 먹기가 힘들어진다.(한동안 음식을 먹을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서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고, 몸무게가 7-8kg씩 갑자기 빠졌다.) 당연히 잠을 제대로 자기도 쉽지 않다. 밥 먹고 잠자는 게 제대로 되지 않으니 몸에 에너지가 있을 리 없다. 심하면 갑자기 픽 쓰러지기도 하고, 무기력이 일상이 되기도 한다.


운동도 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은 끝에 10개월가량 걸려서 지금은 우울증 약을 먹지 않는다. 지나고 나서 보니 여러 복잡한 것을 다 떠나서 내가 우울증이 있나?를 판단하는 기준은 '일상을 견뎌내는 힘이 있는가.'였다.

매일 반복되고 단순해 보이는 일상에도 사실은 에너지가 든다. 그런 일상조차 해낼 힘이 없다면 내가 너무 지친 것은 아닌지, 아픈 건 아닌지 먼저 돌봐야 할 때다.

당신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면, 몸이 좀 이상한 것 같을 때 바로 병원을 찾듯이 주변에 정신의학과를 찾아가면 된다. 가기 전에는 블로그 등을 통해서 해당 병원에 대한 정보도 좀 찾아보고,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같은 의사라도 나와 결이 맞는 의사를 만나면 훨씬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우울증까지 아니더라도 일상을 견뎌내는 힘이 많이 떨어졌다면, 스스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몸과 마음이 함께 쉬고, 좋아했던 음식을 먹고, 하고 싶었던 소소한 취미를 해보는 시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일상 '견딘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실은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일상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더 중요한 어떤 일도 할 수 없으니. 그러니 오늘도 평범하게 일상을 잘 견뎌낸 자신에게 스스로 한마디 칭찬을 해주자.

오늘도 정말 수고했고,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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