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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부여 Aug 20. 2020

아이에게 애착물이란?

어제는 7살 첫째 신비의 세 번째 유치를 뺀 역사적인 날이었다.


첫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가 왜 역사적인가 하면은 겁이 많은 아이가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엄마에게 뺄 기회를 주지 않고 버티더니 결국은 덜렁덜렁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버려서 먹어 버린 것이다. 아마도 며칠 후 변기통으로 들어가 버렸겠지...


그리하여 세 번째는 꼭 먹지 않고 같이 빼기로 약속했는데 그 약속한 날이 어제였다. 두 번이나 이가 빠지는 걸 경험해봤으니 이 정도면 빠질 때가 된 지 너무 잘 알아서 순순히 약속을 이행했다.


겁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이는 아침부터 긴장모드다. 표정도 안 좋고 어린이집 가는 발걸음도 영 무겁다.


저녁이 돼서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울상이 되더니 결국은 울음을 터뜨렸다. 감정이 극도로 격해진 순간 갑자기 침대에 있는 애착 이불을 가지고 나왔다. 엄마에게 안겨서 애착 이불을 쥐고 대성통곡을 하며 불난 호떡집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나서 덜렁 거리는 이는 실 한번 끼우니 싱겁게 빠져버렸다.


 애착 이불에 대한 집착이 생각보다 꽤 오래가길래 5살부터 떼기 위해 간간히 시도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지인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인데도 시험공부할 때 애착 인형을 안고 공부한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딸은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마음처럼 딱 되지가 않는 문제더라.


한 번은 이불만큼 소중히 여기는 토끼 애착 인형(하토)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차라리 잘됐다 싶어서 이번 기회에 반강제로 졸업시켜야겠다 생각했는데 아이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


아이에게 있어 애착물은 엄마를 대신하는 물건이다. 애착물을 잃어버리면 큰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아이가 애착물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최대한 열심히 찾아주고 그래도 못 찾을 때엔 같은 것을 구해준다. 가끔 똑같은 것이 없을 경우가 있는데 이때 아이에게 이해를 구하고 비슷한 것을 함께 사러 가서 상의를 해본다. 대개의 아이들은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아이 스스로 애착물을 정했듯이 애착물과 이별하는 것도 아이가 정하게 한다. 부모는 조급해 말아야 한다. 대체로 아이들은 자라면서 매일 찾던 애착물을 잘 때만 찾다가 이틀에 한번 꼴로 찾게 되면서 점차 애착물과 멀어지게 된다
(출처 : 아이의 행동에 고민하는 엄마를 위한 101가지 육아법)


애착물이 엄마를 대신하는 물건이라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산타할아버지 선물로 둔갑시켜 똑같은 인형을 사줬다. 신들린 연기와 함께. "와!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신비 속상한 걸 알고 하토를 찾아주셨네. 너무 감사하다!!"


그 뒤로 두 번째 하토도 꽤 오랜 시간 언니와 매일 함께 자고 사랑을 듬뿍 받다가 현재는 다행히도 자연스레 멀어진 상태다.


이래 봬도 해외 5개국 정도 다녀온 인형이다.

외롭고 슬플 땐 늘 하토와 함께!
하토 인앤아웃버거 방문 인증

이불도 인형처럼 애착이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위기의 순간에 찾는 것을 보니 "두려운 순간 엄마 이외에 가장 의지하는 대상 혹은 물건"이 바로 애착물인가 보다.


우리 둘째 8개월 아기 신통이의 애착물은 현재 손가락이다. ;;;

손가락 빠는 아기들의 최후는 대부분 손가락 상처, 치열 이상 등 부작용으로 인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엄마가 독한 마음을 먹고 끊게 했다더라 같은 식이다.


나도 동일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까 봐 '어차피 한 번은 고생할 거 멋모를 때 해버리자' 란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런데 7살 신비가 인생 최대의 고비(적어도 그녀에게는!)가 찾아왔을 때 애착 이불을 찾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 모습을 보니 8개월밖에 안된 아기를 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건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엄마 품에서 손가락을 빨며 세상 행복해하는 아기인데.. 자다가 놀래서 깼을 때 손가락 하나만 빨면 금세 안정을 찾는 아기인데..


한편 7살이든, 8개월이든 애착물보다 더더더더 중요한 건 엄마와의 애착일 터. 오늘도 엄마로서 행복한 부담감 가득 안고 아이의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주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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