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에 지역 도서관에서 희곡을 읽고 쓰는 프로그램(희희낭락)에 참여하여 쓴 글입니다.
2024년 10월 18일에 완성하고, 2024년 11월에 프로그램을 마치며 함께 책(비매품-저작권 보호)으로 엮은 글입니다.
무대 왼쪽의 조명이 켜진다. 안경을 낀 정원이 작은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두드린다. 조용한 배경 음악 위에 미리 녹음된 정원의 독백이 흐른다. 무대 배경 화면에는 반복해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다시 올리는 인간이 모습이 느린 그림자극으로 비친다.
정원: (녹음된 내용) 언젠가부터 출퇴근하며 자연스럽게 시지프를 떠올렸다. 바위를 반복해서 밀어 올리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시지프. 그렇게 숨이 턱턱 막히는 나날을 보내다가 가끔 내 마음을 밝혀주는 책 속의 문장들이 찾아오면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되뇌고, 부여잡으며 버텼다. 하지만 그 문장들은 무의미한 삶으로부터 나를 구원해 주지는 못했다.
(조명이 꺼진다.)
무대 오른쪽의 조명이 켜진다. 앞치마를 입은 준희가 살림 소품이 몇 개 널브러진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턱을 괴다가 익살스러운 표정/살짝 기분 상한 표정 등을 다채롭게 짓는다. 경쾌한 배경 음악 위에 준희의 독백이 흐른다.
준희: 드디어 MBTI 과몰입자와의 한판 대결이 끝났다. 희곡 안에서 나는 일방적인 승리자였지만 희곡의 완성도는… (고개를 흔들며) 내가 보기에도 처참하다. 그래도 이겼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노트북을 덮고 허리에 낀 채로 일어선다.)
(조명이 꺼진다.)
무대 왼쪽의 조명이 켜진다. 안경을 낀 정원이 작은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하며 커피를 마신다. 안경을 벗어서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켜는 등의 동작을 한다. 조용한 배경 음악이 흐른다.
무대 배경 화면에는 반복해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다시 올리는 인간이 모습이 느린 그림자극으로 비치다가 검은 그림자였던 바위의 색이 다채롭게 입혀진다.
정원: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사람들은 반복해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만 바라보고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시지프의 바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바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빼곡하니 글자가 새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바위의 색이 변화함.)매일 시지프를 울고 웃게 했던 일들, 감히 사랑했던 이야기, 꿈과 희망의 노래들이 세월에 따라 문자로 새겨지고, 다채로운 무늬가 입혀졌을지도 모른다. 나의 하루, 나의 글쓰기도 어쩌면 내 몫의 바위에 글자를 새기고 무늬를 넣는 일이겠지. AI가 절대로 써줄 수 없는 나의 이야기.
(조명이 꺼진다.)
지금이 2025년 8월이니 희희낭락 프로그램을 수강한 지가 1년이 다 되어 간다. 매 시간이 배움이었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강사님들도 정말 훌륭하셨고, 함께 한 수강생분들도 언제나 열정적인 모습으로 참여하고 좋은 희곡 작품을 써주셔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마지막 발표회 준비도 즐거웠다. 얼마만에 해보는 희곡 낭독인지, 발표회 때도 너무나 열심인 모습에 감탄을 했었다. 희희낭락을 하며 정말, 오랜만에 글이란 것을 써보기 시작한 계기를 만난 것도 좋았다.
1장부터 보길 원하신다면>>
https://brunch.co.kr/@myryou/6
* 수강생들의 작품은 금천구립도서관에서 [희희낭락]이라는 책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