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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Oct 14. 2018

며느리의 일기장 3

너는 뚱뚱하고 못생겨서 아기를 못 낳는 거 아니냐?

 결혼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시어머니는 아기 소식에 대해 물으시기 시작하셨다.

결혼 전에는 혼수로 그러는 건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기에 아기를 빨리 원하실 줄은 몰랐다.

남편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되기 이전에, 적어도 3년 후에 아기를 낳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한 번에 그칠 줄 알았던 어머님의 임신 소식 묻기는 2주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두세 번이 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댁과 신혼집의 거리는 걸어서 5분이었다.

자연스럽게 시댁과 마주 보고 밥을 먹거나 액티비티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때마다 나는 태몽을 꿨으니 테스트기를 해보라는 말을 가족들 앞에서 외에도 어머님 지인 앞에서까지 들어야 했다.


 임신 소식을 물을 때마다 나는 웃는 얼굴로 아직 계획에 없으며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고 3년 차쯤 되면 낳기로 약속되어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런 내가 만만해 보이셨을까? 시어머니는 어느새 사람들 앞에서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못생기고 눈이 작아서 너네는 아기 낳으면 아기가 진짜 못생겼을 것 같다."

"너처럼 눈 작은 애 나오면 어떡하냐."

"근데 아기 소식이 아직 없는 것 보면 혹시 네가 너무 뚱뚱해서 아기를 못 가지는 것 아니냐."


 수치심이 들었다.

1 대 1로 들어도 충분히 기분 나쁘고 수치스럽고 불쾌한 말을 매주 낯선 사람 앞에서, 시어머니 지인 앞에서 더불어 시댁 식구들 앞에서 필터 없이 들어야만 했다.

심지어 담배에도 필터가 있는데 시어머니 입술엔, 뇌리엔 왜 필터가 없는 걸까 원망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내가 이런 고민을 남편에게 말했을 땐 결혼한 지 2개월 차였다.

남편은 처음엔 "우리 엄마가 그랬다고??!"라며 믿지 않았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이 사람을 도대체 뭘 믿고 결혼했나 싶었지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기다려봐 어머님 성격에 조금 지나면 여보 앞에서도 내 외모나 내 단점을 비하하는 말 곧 하실거야."

그리고 약 2주 뒤 어머님은 남편 앞에서도 나를 지적하셨다.


남편은 시어머니의 실체를 알게 되자 시어머니로부터 나를 보호하려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남자 내 편이고 의리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이제 다른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너 네 남편 조종하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 어머님이 절 조종하고 싶으신 거겠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목구멍에 콱 막힌 말을 어렵게 누르고 "저는  남편한테 그런 얘기 안 해요~ 남편이 보기에 불편한 게 있어서 어머님께 말씀드린 게 있나 본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라고 말했다.

어머님은 내가 여우라고 생각하셨겠지.

근데 어쩔 수 없다. 시어머니는 구미호가 아닌 백미호이신 것이 분명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우리의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넘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며느리의 일기장 전쟁의 서막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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