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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Oct 14. 2018

며느리의 일기장 4

남의 편이 아닌 그래도 나의 편이 되어주려 노력하는 사람

 오늘은 남편에 대해 적어 나가보려 한다.

불행 중 다행이라 표현해야 하나...?

남편은 시댁이란 외딴섬에서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시댁에서 내가 부당함을 당할 땐 나를 보호해주거나 함께 자리를 피해 주기도 한다.


 이전에 내가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하고 터뜨렸을 때 시어머니와 전쟁을 치르게 됐었다.

그저 내가 힘든 부분을 얘기했을 뿐이었는데 "너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니?"라는 말도 안 되는 반박이 왔을 때 절망스럽고 결혼생활이 후회됐었다.

나 스스로 나를 옭아매는 선택을 한 것 같아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 남편은 시댁과 5분 거리에 살면서도 나와 함께는 시댁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남편도 시어머니의 아들이고 피가 섞인 가족인지라 어머니를 아예 만나지 않는 건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건 나의 더 큰 흠이 될 것이 뻔했고, 나는 또 남편을 조종하는 나쁜년이 될 것이 뻔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추석이 왔고, 남편은 내 친구네 커플과 여행 가는 걸 제안했다.

사실 결혼 전 상견례 후에 시어머니께서는 나한테 "우리 집안엔 제사도 없고 명절에 딱히 하는 게 없으니 추석 땐 너네 둘이 여행이나 다녀라~"하셨던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따라 남편과 나는 추석 전에 잠깐 나와 얼굴만 비추고 여행을 떠났다.


 물론 여행 전 시댁에 방문했을 때에 시어머니께서 아무것도 못 들은 것 마냥 "그래서 우리 전은 언제 할까?"라고 하셨고, 나는 웃으며 "네? 저희 여행 가기로 해서 어머니도 OK하셨잖아요. 혹시 못 들으셨으면 제가 여행 가기 전에 남편이랑 같이 와서 전 만들까요?"라고 했더니 "아 그러니?" 하며 몰랐던 것 마냥 행동하셨다.


 속에선 화가 나고 욕이 나왔지만 웃으며 시어머니와 남편을 번갈아 보자 시어머니는 당황하셨는지 아직 초등학생인 막내 아가씨에게 "우린 우리끼리 맛있는 갈비랑 잡채 먹자~"하시며 약 올리듯이 말씀하셨고

나는 다시 웃어 보이며 "맛있게 드세요.^^ 저희도 여행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올게요."라고 말하자 기가 차신 표정으로 쳐다보셨다.

나는 사실 갈비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고 잡채는 원래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전혀 아무런 약이 오르지 않았다.


 집에 와서 남편은 우리 엄마 또 모른 척하는데 내가 다 짜증이 났다며 이제 엄마가 저럴 때마다 지친다고 말했다.

내가 시댁으로 인해 힘들어할 때 남편은 자신은 어떻게 느끼는지, 내 감정에 대해 어떻게 공감하는지,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준다.

그리고 나도 나의 생각과 불편한 점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해주고 우리는 서로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


 물론 대화를 하다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거나 시댁으로 인해 내 텐션이 높아져 있을 땐 나의 투정과 불평으로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론은 우리 함께 잘 해보자. 시댁과는 조금 거리를 두 자는 쪽으로 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시댁의 방해 아닌 방해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좋았고 시어머니는 그런 우리를 보며 "부부 사이가 너무 좋지 않아도 삼신할미가 아기 안 준다."라고 하셨다.


 아기는 변함없이 경제적 기반이 잡히고 결혼 3년차가 되어야 낳을 예정이며, 우리 부부는 기독교라 삼신할미 따위 믿지도 않는다. 또한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입양을 해서라도 키우자고 둘 사이에 결론이 났던 터라 시어머니의 협박 아닌 협박은 우리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다.


 결혼 한지 1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도 우리 사이의 아기 계획은 변함이 없으며 현재는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서로 건강관리와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사를 받기도 한다.

아이는 낳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낳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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