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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Oct 14. 2018

며느리의 일기장 5

지금 그래서 나한테 대드는 거냐? 1

 시댁과 걸어서 5~10분 거리에 살면서 나는 내가 아닌 일하는 심심풀이 땅콩이 되어있었다.

시어머니 입장에선 남편이 출근한 후에는 혼자 있는 나를 챙기기 위함이었겠지만, 시어머니께서 장을 보러 갈 땐 나도 쫓아가야 했고 시어머니께서 집에 찾아오면 문을 열어들어야 했다.

내가 늦잠이라도 자서 문 두드리는 소리를 못 듣거나 (첫 신혼집엔 초인종이 없었다.) 잠옷을 입고 있어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릴 때면 잠깐 2~3분 기다리신 것으로 성화를 내셨다.

시어머니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 연락도 없이 찾아온 손님을 누가 버선발로 맞이하겠는가...?


 그리고 시어머니는 갑작스럽게 방문하시고는 살림에 대한 잔소리를 하시거나  작은 소가구의 배치를 바꿔놓으셨다.

나는 우리가 정해놓은 배치가 좋다고 계속해서 말씀드려도 기어코 집으로 돌아가시기 전엔 어머니 뜻대로 옮겨놓으셔야 했다.

시어머니께서 그렇게 돌아가시면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내 살림, 남편과 나의 살림을 왜 시어머니 마음대로 해야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남편은 아무리 소가구라 하여도 부피가 되는 가구가 옮겨졌을 때에는 나한테 "가구 위치 바꿨어?"하고 물었다.

"응. 어머님이 바꾸셨어."라고 말할 때 나의 표정이 밝을 수는 없었다.

남편은 나의 표정과 내 말 뜻을 이해하고는 시어머니께 따로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시어머니는 나중에 나를 보며 "사사건건 남편한테 이르는 거 아니니?"라고 하셨고 나는 "저는 그런 거 말 안 해요. 남편이 느끼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어머님께 따로 말씀드린 거 아닐까요?"하고 답했다.

나도 숨 쉴 구멍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친정 엄마가 우리 집에 놀러 오셨고, 시어머니께서는 친정 엄마께 인사드린다고 우리 집에 방문하셨다.

나는 다과를 준비했고 시어머니와 친정 엄마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며느리는 정리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자기는 정리했다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땐 정리를 못하는 것 같아요."

친정 엄마는 당황했고 나는 불쾌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친정 엄마를 보내는 내 마음은 씁쓸했다.

그리고 나야말로 시댁의 살림살이가 맘에 들지 않으며 아가씨들의 방 또한 정돈되지 않았고 결혼 전 남편의 방 또한 다를 바가 없었음을 분노와 함께 표출하고 싶었지만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참았다.

하지만 그날, 그리고 그동안 내가 참았던 모든 분노는 끝내 크게 표출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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