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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Oct 14. 2018

며느리의 일기장 6

지금 그래서 나한테 대드는 거냐? 2

 나는 친정 엄마께서 돌아가신 이후 마음이 좋지 않았고, 결국 시어머니께 내 마음을 풀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드려 잠깐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이 있으신지 여쭤봤다.

시어머니는 그날도 술을 드시고 계셨다. (시댁은 술을 좋아하시며 거의 매일 드신다. 그래서 평소엔 말을 하고 싶어도 두 분이 술을 안 드신 날이 거의 없어 나의 시집살이 어려움에 대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좌절했고,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통화가 끝난 후 시아버지께서 전화를 다시 하셨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나는 내 힘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이 터졌다.

시아버지께서는 일단 본인들이 계신 곳으로 오라고 하셨다.

동네 자주 가던 치킨집 앞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본인에게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냐고 하셨다.

얘기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말을 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앞으로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는 감정이 벅차올랐고, 지금은 시간이 흘러 정확히 무슨 얘기부터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요목 조목 나를 힘들고 불편하게 했던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힘들었던 부분은

1. 나를 '야'라고 부르시는 것 (사람들이 있건 없건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동일했다.)


2. 친정 부모님을 '너네 아빠', '너네 엄마'라고 부르시는 것 (사람들이 있건 없건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동일했다.)


3. 나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 - 못생기고 뚱뚱하다. 엉덩이가 크다. 살이 쪘다. 그만 좀 먹어라. (사람들이 있건 없건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동일했다.)


4. 돈에 대한 부분 -남편과 나는 시댁과 친정에 거의 손을 벌리지 않고 빚을 져서 결혼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의 기본급 160에서 200/25짜리 월세방에서 매달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충당하고, 세금을 내고 자동차 유지비를 내려면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이때 나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지만 그래도 삶은 각박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야근수당과 현금서비스로 급한 돈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상 시어머니는 매달 용돈을 달라 하셨고, 기념일엔 뭐 해줄 거냐며 받고 싶으신 것을 정해주셨다.(시어머니는 항상 금반지와 목걸이 팔찌 등을 요구하셨다. 하지만 20대 중반 어린 부부인 우리에겐 당장 생활비도 빠듯하였다.)

또 내 생일에는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용돈을 주신다고 약속하시더니 당일엔 5천 원짜리 자동 로또를 샀는데 대신해서 그걸 주면 안 되겠냐고 사람을 여러 번 약 올리셨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결혼할 때에 세탁기를 사주신다며 카드를 주셨는데, 70만 원까지만 사용하라고 하셨다.

70만 원짜리 세탁기라면 중고나 용량이 작은 구형 세탁기를 사야 했지만 그때 마침 세일 행사로 우리는 120만 원짜리 17kg 신형 세탁기를 72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정해주신 70만 원에서 2만 원을 초과한 것에 대해 나를 볼 때마다 분노하셨다.


5. 아기에 대한 부분 (결혼 전부터 아기는 28살이 되면 낳기로 한 계획을 말씀드렸고, 알았다고 말씀하셔놓고는 매달 태몽을 꿨다며 임신 테스트를 해보라며 스트레스를 주셨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 나는 시어머니께 왜 나를 힘들게 하시는지 물었고, 시어머니의 대답은 내 입장에서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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