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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Oct 14. 2018

며느리의 일기장 7

지금 그래서 나한테 대드는 거냐? 3

 지금부터는 나의 불편함에 대한 시어머니의 반박과 나의 반론을 적어나가고자 한다.


※시: 시어머니 / 시아:시아버지 / 나: 며느리로 구분 지어 기록하겠습니다. ※


1. 나를 '야'라고 부르시는 것 (사람들이 있건 없건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동일했다.)


시: 나는 너를 딸같이 여기기 때문에 야라고 부르는 것이다.

내가 너를 부를 때에 꼭 존칭을 사용해야 되냐? 내가 너를 모셔줘야 할 정도로 네가 대단한 사람이냐?

뭔가 거꾸로 되지 않았냐? 넌 그럼 나를 얼마나 대접해주느냐? 나는 네 눈치 보느라 너네 집에 가지도 않는다.


나: 딸같이 여긴다고 하시는데 저는 아가씨랑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머님 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어머니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이라도 아가씨와 동일하게 편견 없이 저를 대하신 적이 있나요?

제가 결혼 전에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주말에 아프거나 피곤하다고 하면 어머님은 "네가 뭐가 힘드냐? 내 아들이 더 힘들지."라고 하셔놓고 지금 아가씨가 제가 일하던 직종이랑 같은 곳에서 일하는데 아가씨는 매일 늦게 들어오고 힘들게 일해서 걱정이라고 염려가 많으시잖아요.

어머님은 이미 그렇게 절 아가씨와 차별하고 계시고, 전 어머니에게 딸 같은 대접을 못 받고 있어요.

그렇기에 저는 '야'라는 호칭이 불편하고 불쾌하고 듣고 싶지 않아요. 딸 같다면 어머님 딸을 부르듯이 차라리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리고 저는 어머님이 아무 연락도 없이 저희 집에 오셔서 당장 문을 열어달라고 하시는 게 정말 불편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남편 야근했던 날엔 기다리느라 피곤해서 다음날 늦잠을 잘 때도 있고, 집에서 속옷을 입고 있지 않거나 양치를 하지 않은 채로 있을 때도 있어요.

근데 어머님이 갑자기 찾아오셔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시면 전, 고양이 세수라도 하고 급하게 양치도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그럼 어머님이 저를 문 밖에서 기다리셔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점을 들어 사전에 10분 전 만이라도 연락 부탁드린 거예요.

근데 그것도 문제로 꼽으시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직히 제가 준비 안된 모습으로 어머니 맞이하면 어머님은 그걸 더 문제 삼으실 것 같은데.

어머님이 더 지혜로운 방법 일러주시면 제가 그 의견에 수긍할게요.


시: 가족끼리 속옷을 안 하고 있으면 어떻고, 양치를 안 하고 있으면 어떻니? 또 잠옷을 입고 있으면 어떻니?


나: 저는 집에서도 제가 옷 갈아입는 모습이나 속옷을 입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그건 제 프라이버시고 제 몸이기에 제가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그걸 어머님이 저한테 강요하신다면 그건 폭력이에요. 그리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머님은 가족이 되었으니 오픈하실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살아온 환경에서는 가족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었기에 오픈이 쉽지 않아요.

이제 우리 가족이니 우리의 규칙을 따르라기보다는 제가 어머님 댁에 서서히 젖어들 수 있도록 절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시: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다 내 잘못이다!!!


2. 친정 부모님을 '너네 아빠', '너네 엄마'라고 부르시는 것 (사람들이 있건 없건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동일했다.)


시: 너네 아빠를 '너네 아빠'라고, 너네 엄마를 '너네 엄마'라고 부르는 게 뭐가 문제가 된다는 거냐?


나: 어머님은 항상 교양 있고 싶으시다고 하시는데, 교양은 좋은 집에 살고, 안경을 쓰고, 좋은 옷을 입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을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근데 그게 무슨 문제냐고 물으시면 저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시: 너 지금 나한테 가르치니? 대드는 거냐?


나: 제가 가르쳤다고 생각되셨으면 사과드릴게요. 전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제가 어리니까 실수한 것 같네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남편에게 시부모님 안부를 여쭤보실 때 적어도 '어머님 하시는 일은 잘 되시니?' 하고 물으세요.

사돈, 사부인 이런 호칭은 안 붙이시더라도 '어머니'라고 해주시거나 적어도 '엄마'라고라도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너네 엄마라는 말은 저를 무시하고, 저희 부모님을 무시하는 것 같아 너무 불편해요.


시: 너 너네 아빠랑 별로 친하지도 않다며!


나: 네. 저는 아빠한테 받은 상처가 있어서 아빠랑 담이 좀 있었어요.

근데 그건 어머님께 무시당할 일이 아니라 제 상처이고 제 아픔인 것 같아요.

제 아픔을 이해해달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을게요. 그냥 그 아픔을 이용해서 저를 또 상처 주는 일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아도 저와 20년 이상 함께 살았던 가족인데 어찌 일말의 정도 없을까요?

아가씨가 시집가서 시댁에서 '너네 아빠, 너네 엄마'소리 들으면 어머님도 화나시고 아가씨도 화나고, 온 가족이 화가 날 텐데요.

그저 저를 조금만 배려해주세요.


3. 나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 - 못생기고 뚱뚱하다. 엉덩이가 크다. 살이 쪘다. 그만 좀 먹어라. (사람들이 있건 없건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동일했다.)


시: 내가 너한테 뚱뚱하다고 하는 건 너는 앞으로 아기도 낳아야 하니까 걱정돼서 그러는 거다.


나: 제 건강이 걱정된다면 건강을 걱정해주세요. 제 외모를 지적하진 말아주세요.

사람이 하는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제발 저를 배려해주세요. 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결혼 전부터 말씀드렸듯이  결혼3년차에 아기를 낳기로 계획했어요.

남편도, 저도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 자라서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저는 지금 이직 준비를 하고 있고, 그럼 취업해서 돈도 모아놔야 할 텐데 지금 임신을 하면 그건 너무 계획적이지도 못하고 저희 월세도 못 내고 생활비도 없고 그럼 정말 어머님 댁이랑 살게 될 수도 있는데 저희 둘에 아기까지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시: 그래 너 잘났다! 많이 배워서 좋겠다! 너 똑똑하다! 내가 다 잘못했네!!!!!!


나: 저는 어머님 한잔하셨으니까 나중에 술 안 드셨을 때 얘기하고 싶었는데 어머님은 괜찮다고 대화하자 하셔놓고 제가 하는 말은 듣지도 않고 그렇게 '다 내 잘못이다!'라는 식으로 답하시면 그건 저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느껴져요.

저는 대화를 하고 싶어요. 저는 어머니를 나무라고 싶은 것이 아니고 그동안 저도 상했던 마음을 이야기하고 그 부분에 대한 어머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어머님이 제 얘기를 듣고 속상하신 부분도 있겠지만 속상하시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제 마음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아: 그래! 그건 얘 말이 맞지! 대화하기로 했으면 들어줘야 하는 거야.


시: 자기도 얘 편 드는 거야? 그래 내가 다 잘못이네!!!


4. 돈에 대한 부분 -남편과 나는 시댁과 친정에 거의 손을 벌리지 않고 빚을 져서 결혼하였다.


시: 내가 언제 너네한테 돈 달라고 했냐?


나: 어머님 때마다 저희한테 용돈 달라 하시고 생신 때나 그럴 때도 저희 형편 말씀드려도 계속 금 사달라고 하시고 그러시잖아요.

저희는 정말 월세 25만 원도 빠듯하고 장도 한 달에 한 번 보는 걸로 아껴먹어요.

지금도 냉장고 텅텅 비어있는데 보여드릴까요?


시: 너는 내 돈 막 쓰지 않았냐? 세탁기 70만 원짜리 사라고 했는데 왜 비싼 거 샀냐?


나: 저도 아직 살림살이를 잘 몰라서 사러 가기 전에 저희 엄마께 여쭤봤어요.

근데 이불도 빨고 그러려면 최소한 18kg은 사라고 하셨는데 마침 17kg이 50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나와서 그걸로 구매했어요.

70만 원짜리 사라고 하셨는데 72만 원이었었고, 조금 더 든 부분은 저희가 드릴 수 있으니까 그러기로 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그 당시엔 괜찮다고 하셔놓곤 저희 볼 때마다 그런 얘기 꺼내시는 이유가 뭐예요?

제가 결혼할 때 혼수 같은 걸 못해와서 그런 거예요?


시: 아니!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얘(남편)도 아무것도 못해드렸고 우리도 너한테 해준 거 없고, 너네도 우리한테 해준 거 없으니까.


나: 맞아요. 상견례 때 부모님들이 도와주실 형편 안되니까 저희가 빚져서 결혼해서 저희 지금 그래서 힘든 부분도 있어요.

친구들은 시댁에서 집 해주고 친정에서 혼수 해주기도 한다는데 저희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근데 집도 어머님이 못해주신다고 하셔서 저희 아빠가 보증금 200만 원해주셨잖아요?

그때 어머님도 분명히 저한테 '이런 건 우리가 해줘야 하는데 아빠께 죄송하다고 전해드려라.'라고 미안해하셨잖아요.

저는 그때에도 괜찮다고 했고, 정말 괜찮았어요. 부모님도 먹고살기 힘드신데 아쉬운 소리 하면 마음 아프시니까요.

그러니까 돈에 관련해서 압박하는 것보단 조금만 기다려주시고 없는 살림에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가 약속드렸듯이 형편 나아지도록 열심히 일해서 그땐 정말 잘 챙겨드릴게요.

저희도 그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시: 그래! 내가 다 잘못이다!!!!


5. 아기에 대한 부분 (결혼 전부터 아기는 결혼 3년차가 되면 낳기로 한 계획을 말씀드렸고, 알았다고 말씀하셔놓고는 매달 태몽을 꿨다며 임신 테스트를 해보라며 스트레스를 주셨다.)


 아기에 대한 부분은 3번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언급되어 더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에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막내 아가씨의 황당한 발언으로 대폭발 하였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추후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시어머니와의 첫 전쟁에서 나도 시어머니를 따라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고 비록 내가 바라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남편과 나는 2개월 동안 시댁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시댁과 연락하는 것은 따로 막지 않았다.

그건 가족과 연을 끊으라는 건 학대인 것 같아서. 남편도 25년간 살았던 가족을 버리기엔 아픔이 너무 클 테니까.


 근데 내가 너무 배려했던 탓인지 중간에 남편이 "우리 이제 엄마랑 연락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했지만 나는 지금 너무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했다.
그로 인해 다툼이 있었지만 (이때 처음으로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 결혼을 후회하고 남편이 왜 남의 편이라 불리는지 이해하였다.), 그래도 그동안 남편이 나를 위해준 것이 있기에 대화를 통해 잘 넘어갔다.

그리고 남편은 그 부분에 있어서 나한테 진심으로 사과하였고 아직까지도 미안해하고 있다.


 그날 시어머니와 대화가 끝나고 집에 오기 전 어머님의 지인께선 나를 안아주시며 귓속말로 "나도 네 시어머니 같은 시엄마가 있었으면 이혼했을 거야. 잘했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위로와 씁쓸함을 느꼈다. 시어머니의 잘못을 제3자인 분도 느꼈지만 시어머니와의 관계 때문에 말하지 못했었고,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뒤에서 다른 이들의 흉을 들어야 할 시어머니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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