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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Oct 16. 2018

며느리의 일기장 8

오빠를 빼앗긴 기분이야

  나의 결혼생활의 장벽은 시어머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편의 여동생. 아가씨. '아가씨'란 단어는 나한테 가슴속에 있는 돌덩이처럼 느껴진다.

지금 일기를 쓰는 중에도 벌써 마음이 아프니까.


 아가씨와의 갈등은 연애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니, 면밀히 말하자면 내 관점에서 시댁과의 갈등은 아가씨와의 갈등으로 비롯되었다.

남편은 결혼 전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왔다.

그렇기에 아가씨는 남편을 아빠처럼 생각했었나 보다.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그리고 지금 내 남편인 지금 시댁에서 가장으로 살아왔던 건 나에게 장점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아가씨는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렇기에 남편을 참 많이 의지하고 좋아했나 보다.

내가 남편과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아가씨의 질투를 느끼지 못했었다.

내가 둔한 면도 있지만 아가씨를 밉보고 있지 않았고, 정말 좋아하던 동생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아가씨의 질투를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그저 사소하고 귀여운 질투로 시작되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이런 의미로 사용되진 않았겠지만 시작은 미약했으나 점차적으로 나는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작은 질투로 시작된 미움은 더 큰 미움을 낳았고 급기야 사실을 왜곡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에서 그쳤다면 나도 이렇게 일기장에 기록하지 않았겠지만, 질투가 낳은 미움은 시어머니께도 전달되었고 더 큰 아픔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시댁에서 받은 눈에 보이지 않은 상처를 글로 써 내려가다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한국 여자들은 이렇게 모질게 살아서 결혼하면 억척스러워진다는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지금 드라마에서 보던 아줌마와 같이 억척스러워지는 것 같다.

내가 원해서 그런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이런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

이 사실이 나는 슬프고 고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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