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의 서정
늦은 밤, 가로등 홀로 비추는 공터에 앉아 있다. 가난할 때는 주머니 동전이 홀수라서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개비, 쓴맛 뒤에 긴 한숨을 홀수로 내뱉는다.
수심처럼 빈 가지를 길게 뻗은 나무에는 달빛이 서글서글하고 곧 닥쳐올 겨울을 어떻게 버티려는지 플라타너스는 잎새 한 잎, 한 잎을 바람에 실어 주고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작고 부드러운 길, 바람을 살을 붙인 잎새들이 절연하게 흔들리며 바닥에 앉는다. 이제 막 긴 사랑을 끝내고 깊은 잠이 든 사람처럼 뒤척임이 없는 잎새들, 바람이 숨을 멈춘 채 정적만 고요하다.
이렇듯 함께 할 수 없는 운명들은 낱낱이 떨어져 철저하게 홀수로 남는 법이다.
서글픈 홀수들. 마지막 잎새가 한 장이라서 서글프고, 그 한 장에 얹혀 있는 달도 한빛이라서 서글프고, 또한 이것을 보는 나도 혼자라서 서글프고, 지켜보는 것밖에 모르기 때문에 서글픈 것이다.
그리고… 아, 아버지…. 나이 서른여섯에 홀수가 되신 당신의 등 뒤에 숨은 그을음은 어찌나 서글펐던지, 내 등만은 보이기 싫어 언제나 세상을 정면으로 대했다.
이제는 차가운 등나무 벤치에 기대고 앉아 우수에 젖어드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지나온 시절을 눈감고 살아도 될 만큼 충만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왜 별일 없이 산다고 태평하였을까.
찬바람에 얼굴을 맞대고 밤하늘 별들을 올려보던 때가 언제였는지…. 항시 외로울 준비가 되지 않았던 어제가 새삼 회한이 된다.
지금은 홀수의 계절, 시련의 끝은 혼자가 아닐 거라고 수선을 피우면 안 된다. 건물 위 펄럭이는 깃발은 혼자라서 고결하고, 높이 뜬 새는 만 근의 하늘을 이고 혼자 버티지 않는가.
나무는 겨울을 살아도 혼자라서 꿋꿋하니, 다만, 내가 가슴을 치며 씁쓸해하는 것은 남은 홀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섭기 때문이다.